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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뉴욕에서 지켜본 우리의 어제와 오늘

정경민
뉴욕 특파원
“당장 짐 싸서 떠나란 말이오!”



 지난 8월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폭격이 초읽기에 들어갔을 무렵.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악을 썼습니다. 반 총장도 이에 질세라 맞받아쳤습니다. “뭐가 그리 급하시오! 화학무기 조사단의 보고나 들어보고 얘기합시다.” 반 총장의 뚝심에 결국 오바마는 폭격 명령을 거둬야 했지요. 그런데 이 이야기, 뉴욕타임스(NYT)나 워싱턴포스트(WP)에서 읽은 게 아닙니다. 현장에 있었던 우리 외교관에게서 들은 겁니다.



 지난해 연말 뉴욕 타임스 스퀘어 광장에서 열린 새해맞이 행사도 기억에 남습니다. 저스틴 비버, 테일러 스위프트, MC해머. TV로나 접했던 스타들 사이에 싸이가 어깨를 나란히 했습니다. 미국 전역의 안방에 ‘강남스타일’ 노랫말이 울려 퍼지던 장면. 뿌듯함을 넘어 신기하기까지 했지요.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뉴욕을 찾았던 김연아는 어찌나 대견하던지요. 뉴욕 양키스 구단에서 본 괴물투수 류현진의 배짱도 듬직했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요즘 미국에서 팔리는 자동차 열 대 중 한 대는 한국 자동차입니다. 미국 차는 이미 앞질렀고 일본·유럽 차와 성능을 다투고 있지요. 미국 어디든 전자제품 양판점에 가면 한국산이 알짜배기 ‘명당’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브라질·칠레·멕시코를 가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0년 전 미국 연수 시절. TV를 사러 갔다 먼지만 뽀얗게 뒤집어쓴 채 구석에 처박혀 있는 한국산 TV를 보고 낯 뜨거웠던 기억이 무색합니다.



 10년 전만 해도 ‘세계 역사’는 늘 해외 미디어를 통해 한 다리 건너 접하던 강 건너 불구경이었죠. 그런데 어느새 우리나라 사람에게서 우리말로 취재할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가 됐습니다. 중동 시리아 내전과 아프리카 남수단의 쿠데타 뒷이야기, 애플의 집요하면서도 치졸한 소송전, 대규모 리콜 사태로 혼쭐난 도요타와 혼다의 내막. 남 얘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나라 사람과 기업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의 목소리는 더 이상 ‘변방의 북소리’가 아닙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깔볼 수 없는 역사의 주인공이 됐기 때문이죠. 그동안엔 남이 만든 운동장에 뛰어들어 남이 하는 대로 죽어라 쫓아만 가면 됐죠. 그러나 이젠 그것만으론 안 됩니다. 주인공답게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을 개척해야겠지요. 더구나 요즘 한반도 주변은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살얼음판 위에 놓여 있질 않습니까.



 그런데 정녕 우리, 주인공 자격이 있는 걸까요? 4년6개월 뉴욕특파원으로 일하면서 늘 스스로에게 던져본 질문입니다. 이젠 우물 안에서 우리끼리 물고 뜯기보다 세계가 우리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어두운 새벽, 잠에 취한 사람들을 깨운 작은 목소리라도 됐다면 더 없는 보람입니다.



정경민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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