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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전직 관료의 쓴소리 "제일 떼먹기 좋은 게 나라 돈"

덫에 걸린 한국경제

김대기 지음

김영사, 276쪽

1만4000원




세상에서 가장 떼먹기 좋은 돈은 다음 중 무엇일까.



 ①친구 돈 ②부모 돈 ③회사 돈 ④나라 돈



 무언들 쉽겠느냐만 그래도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말이다. 대개들 긴가민가할 텐데 저자는 ④라고 답했다. 청와대·기획예산처·기획재정부 등에서 33년 공무원으로 지내며 청와대 경제수석과 정책실장에까지 올랐던, 최일선에서 나라 살람살이를 챙겼던 이의 답변이 그렇다니 놀랍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았으면 하는 취지로 낸 회고록에 털어놓은 사례를 좇아가다 보면 “정말 ④”라고 확신하게 된다.



 이를테면 이런 경우다. 가난한 사람 의료비를 국가가 100% 지원했더니 1년에 1만2257일, 33년치를 처방받은 사람이 있었다. 건강보험료를 내는 일반 국민은 아파도 병원에 잘 안 가는데 의료비가 공짜인 사람들은 5명 중 한 명이 하루에 한 번 이상 진료 처방을 받았다.



 또 구제역에 걸린 소를 매몰하면서 국가가 100% 시가로 보상했더니 구제역으로 소가 죽은 농가가 더 이익을 보았다. 구제역으로 소값이 날이 갈수록 떨어졌기 때문이다. 농업용 기계를 보유한 농민에게 면세유 쿠폰을 발급했더니 저승 사람 1만5000명도 세액 감면 혜택을 받아갔다.



 허술한 건 곳간 만이 아니었다. 1980년대 이미 합계출산율이 두 명 이하로 떨어졌는데도 90년대 후반까지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고 주문을 걸었다. “담당 부처는 그저 예산이 있으니까 과거 방식대로 진행했을 것”이란 저자의 증언은 아찔하다.



 우리 경제가 슬슬 걱정될 법하다. 저자도 낙관론자는 아니다. 고령화와 경제권력의 국회 이동, 국가위기 시 혼신을 다했는데 나중 그게 잘못이라고 단죄한데서 비롯된 관료사회의 ‘변양호 신드롬’, 어설픈 경제민주화와 반기업 정서 등을 악재로 꼽았다.



 세종시는 여기에다 기름을 부은 격이란 지적도 했다. 무두일(無頭日·상사가 없는 날)이 이어지고, 공무원들이 퇴근시간이면 빨리 서울행 통근버스를 타는 것이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중요해졌다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렇다고 저자가 가능성을 닫아둔 건 아니다. 국가재정을 지키면서 무기력한 관료들을 움직이게 하고 인구감소에 대비한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펴자는 제안도 했다.



 이쯤이면 드는 의문이다. “현직에 있을 때 뭐 했느냐”는 것 말이다. 저자도 “나 또한 정책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모든 게 내 부족이고 한계”라고 토로한다. 그러면서도 “물론 내가 말하고 제시한 내용이 틀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걸 계기로 우리 미래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해지고 이를 통해 사회가 발전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그 마음만은 사자.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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