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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영화 관객 2억 명 시대, n분의 1의 함정

이후남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영화를 예술로 분류한다면 지극히 대중적인 예술이라는 데 토를 달 사람은 많지 않다. 예전에 한 영화평론가는 영화의 대중성을 미술과 비교해 제법 흥미롭게 설명했다. 예컨대 미술시장에선 어제까지 1억원이던 그림 한 점이 애호가 한 사람의 통 큰 구매로 2억원짜리가 될 수도 있다. 반면 영화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든 저예산영화든 기본적인 관람료는 같다. 어떤 영화든 1억원의 극장매출을 올리려면 대략 1만 명 남짓의 관객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관객 하나 하나, 즉 n분의 1들이 모인 대중이 흥행성적, 다시 말해 최종적인 전체 가격을 형성한다는 게 그의 이색적 결론이었다.



 그 n분의 1들이 큰일을 냈다. 올해 국내 극장가의 연간 전체 관객수가 이제 막 2억 명을 넘어섰다. 사상 처음이다. 5000만 인구가 평균 네 번씩 극장나들이를 했다는 얘기다. 엄청난 숫자다. 연간 영화 관객 수는 2000년대 초반까지도 1억 명 안팎에 머물렀다. 관객 수 기준으로 10여 년 만에 영화시장 규모가 두 배쯤 커진 셈이다. 그 사이 전체 인구 증가는 미미했던 반면 극장 인프라는 크게 확대됐다. 멀티플렉스의 정착으로 국내 스크린 수는 2000년대 초 1000개 미만에서 현재는 2000개를 크게 웃돈다. 여기에 콘텐트가 힘을 더했다. 특히 한국영화가 관객몰이에 큰 기여를 했다. 올해 역시 전체 2억 명 가운데 한국영화 관객 비중이 60%에 가깝다.



 10여 년 전과 달라진 풍경은 또 있다. 요즘은 개봉 두어 달 전까지도 영화의 개봉 날짜가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명절, 연휴, 각급학교의 학사일정은 물론이고 경쟁작 상황을 살펴 막판에야 개봉일을 확정하는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통상적인 목요일 개봉 외에 이제는 수요일 개봉, 혹은 주중 휴일 직전 화요일 개봉도 심심찮다. 그만큼 극장 흥행에, 특히 개봉 초기 성적에 필사적이다. 여기에는 뚜렷한 이유가 있다. 비디오 등 기존 부가판권 시장이 몰락한 뒤 국내에서 영화가 돈을 버는 창구는 극장이 유일하다시피 했다. 디지털 방송 등 새로운 창구가 등장하긴 했지만 아직 과거 한창때의 부가판권 시장 규모에는 못 미친다. 와이드 릴리스, 즉 한꺼번에 많은 극장에서 동시에 개봉하는 전략이 갈수록 극단적으로 펼쳐진 배경이기도 하다.



 이런 전략은 상당히 주효한 것 같다. 지난해 처음 2억 명에 육박(약 1억9500만 명)한 연간 전체 관객수가 드디어 2억 명을 넘어선 게 대표적인 결과다. 궁금한 건 이런 성장세가, 아니 이런 관객 규모가 계속 유지될 수 있느냐다. 극장나들이를 즐기는 관객들, 화제작 한국영화들, 집 가깝고 편리한 극장들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을 터다. 하지만 극장만으로 관객을 늘리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2억 명이라는 대단한 숫자가 지닌 양면적 의미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후남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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