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굼뜬 통신공룡에 혁신 DNA 심는다

KT가 선택한 카드는 결국 ‘변화와 혁신’이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신화를 이끈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을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선택한 것이다. 그가 삼성에서 터득한 세계 1위 성공 유전자(DNA)와 글로벌 경험을 KT에 접목해 리더십 위기에 몰린 회사를 바로 세우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1981년 KT가 체신부에서 분리된 후 육사와 체신부 관료, KT 내부 임원 외에 다른 대기업 출신이 대표이사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스분석] '황의 법칙' 황창규 KT 새 CEO 내정
추진력·글로벌마인드 장점
'원래vs올레' 갈등 봉합하고
실적정체 타개할 리더십 필요
업계 "새 소용돌이 몰아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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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 회장 후보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KT의 성장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KT는 2009년 아이폰을 첫 도입하면서 무대의 중심에 선 이후 주력 사업인 통신시장에서 뚜렷한 성공 케이스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유·무선 양쪽에서 가장 탄탄한 네트워크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LTE 추진 전략 부재로 지난달 초까지 19개월 연속 이동통신 가입자 수가 감소했다. 시장의 평가는 주가에 반영됐다. 지난해 4만1250원까지 올랐던 KT 주가는 16일 3만550원으로 마감됐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동통신과 유선부문 모두 정체된 상황에서 내년에도 가입자 유치 경쟁으로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는 등 실적이 개선되기 좋은 여건은 아니다”라며 “새로운 CEO의 역량이 상당히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 후보는 삼성전자의 세계 반도체 1위 신화를 주도한 경험과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미국 스탠퍼드대 전기공학과 책임연구원, 미국 인텔사 자문을 거쳐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IBM 등 유수의 기업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지만 과감하게 뿌리치고 삼성을 택했다. “일본을 이겨보겠다는 생각에서였다”라는 게 그가 삼성을 택한 이유다. 90년대 초 그가 입사한 후 삼성전자는 16메가 D램을 개발하면서 일본을 제치기 시작했다. 시장을 읽고 미래전략을 수립해 경영혁신을 추진하는 데 적임자라는 평도 받는다. 그는 2000년대 들어 “각종 모바일 기기를 들고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하는 ‘디지털 노마드(유목민)’ 시대에는 저장용 플래시메모리가 D램을 제치고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며 플래시에 집중했다. 그의 예측이 적중하면서 삼성전자는 일본을 멀찌감치 물리치고 메모리반도체 분야 세계 1위를 단단히 다졌다. 이 때문에 해군장교 출신인 황 회장 후보는 삼성전자 재직 시절 ‘황순신’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KT를 둘러싼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데도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황 회장 후보는 삼성전자는 물론 애플·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과 다양한 인맥으로 연결되어 있고, 국가 최고기술책임자(CTO)라고 불리는 지식경제부 R&D 전략기획팀 단장을 역임하며 정부와 정치권에도 두터운 인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KT의 주력인 유·무선통신 서비스 사업과 관련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거론된다. 이동통신업계에서는 벌써부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한 경쟁사 임원은 “이통업계의 룰을 아는 사람이 아니어서 어떤 전략을 펼칠지 예상하기가 힘들다”며 “그간 잠잠하던 시장에 새로운 소용돌이가 몰아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한 부사장은 “삼성 출신이지만 마냥 반갑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KT와 삼성전자가 부딪치는 부분이 적지 않은데, 삼성전자를 속속들이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KT 내부에서도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최고경영자(CEO) 교체 때마다 반복된 갈팡질팡 기업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KT는 2002년 완전 민영화 후 정부 지분이 1%도 없는 민간기업이지만,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CEO가 검찰 수사로 불명예 퇴진하는 일이 반복됐다. 새 CEO는 취임 후 전임자의 흔적을 지우는 데 골몰했다. 2009년 취임한 이석채 전 회장은 남중수 전 사장이 만들어 놓은 유선 쿡, 무선 쇼 브랜드 체제를 6개월 만에 ‘올레’라는 새 이름으로 포장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조직 내부의 갈등을 봉합하고 통합하는 역할도 시급하다. KTF를 합병한 지 5년이 다 돼가지만 내부적으로는 아직도 출신에 따른 줄서기 문화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KT의 한 직원은 “단적으로 ‘원래 KT’ 출신들과 이 전 회장 이후 영입된 ‘올레KT’ 출신의 갈등으로 조직의 피로감은 극에 달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번 공모에서 내부 인사가 최종후보 4인에도 들지 못한 것도 내부 인물끼리의 견제 탓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준균 카이스트 IT융합연구소장은 “사기가 바닥인 KT 직원들을 북돋워가며 통합의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수련·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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