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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짜리 ‘수퍼 병어’ 담백하고 고소한 게 씹는 맛도 제대로네

1 덕자찜. 담백하고 부드러우면서 깔끔한 고급스러운 맛이다. 큼지막한 덕자찜 한 마리와 여러 가지 밑반찬으로 상이 꽉 찬다.
‘덕자’라는 이름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 많은 분들이 사람 이름 같다고 생각하실 것이다. 연세가 조금 있으신 분들은 영자·미자·순자 같은 여자 이름이 바로 떠오르기도 할 것 같다. 요즘 젊은 세대는 그런 이름을 쓰는 사람들이 거의 없지만 1960~70년대에 태어난 세대까지만 하더라도 뒤에 ‘자’가 붙은 여자 이름들이 많았다. 그때까지도 남아있던 일제시대의 영향 때문이다. 본인들은 그 촌스러운 이름이 싫어서 ‘혜린’이니 ‘애리’니 하는 멋진 가명을 쓰는 것이 유행이 되기도 했던 시절이다. 그러다가 속된 말로 ‘민증을 까이게 되면’ 여러 가지 웃지 못할 얘기들이 생겨났다.

주영욱의 이야기가 있는 맛집 <29> 병우네 덕자찜

재미있게도 덕자는 생선 이름이다. 전라도에서는 몸통이 최소 30㎝ 이상인 큰 병어를 그렇게 부른다. 원래는 덕자 병어라고 불렀는데 언젠가부터 그냥 다들 덕자라고 부르게 됐다. 한자에서 덕을 의미하는 덕(德)과 놈 자(者)를 써서 부르는 이름이다. 덕(德)이라는 한자에는 크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어서 옛날 어느 문자 속 깊은 어부가 그렇게 이름 붙인 모양이다.

덕자라는 생선을 아는 분은 미식가 아니면 전라도 해안 지방 출신, 둘 중 하나다. 예부터 잡히는 양이 많지 않아 제 고장에서 소비되기에도 바빠서 다른 지방이나 서울로 진출할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병어와 함께 전라남도 신안군 앞바다에서 주로 나온다.

병어는 원래 담백하고 맛이 있는 생선이다. 살이 부드럽고 고소해서 서양에서는 버터 피시(Butter Fish)라고 부를 정도다. 생선은 씨알이 굵을수록 맛있는 법인데 이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다. 몸집이 작은 병어는 살이 많지가 않아 그저 부드럽기만 하지만 덕자는 살집이 두툼해서 씹히는 맛이 충실하다. 지방도 많아서 그만큼 고소한 살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많이 잡히지 않는 귀한 몸이라 병어보다 가격이 훨씬 비싸다. 5~7월 사이의 산란철, 그리고 겨울철에 지방을 많이 축적하면서 맛이 더 좋아진다.

2 ‘바다가 그리울 땐 병우네로 오세요’. 이 말은 조병곤 사장이 만들었다. 3 병우네 내부. 사진 주영욱
서울에서도 이 귀한 덕자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삼청동 총리공관 근처에 있는 ‘병우네’라는 생선요리 집이다. 조병곤(57) 사장이 부인 정정우(55)씨와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2010년에 개업했으니 이제 갓 4년 남짓 되었다.

이분들은 생선요리 전문가다. 전남 목포에서 오랫동안 일식 집을 운영했고 서울에 올라와서도 쭉 해산물 집을 운영해 왔다. 삼청동 쪽에 둥지를 틀면서 남편의 이름과 부인의 이름 한 자씩을 따 ‘병우네’라고 이름 붙이고 새롭게 시작했다.

이곳은 원래 민어 전문점이지만 다른 생선 요리도 다양하게 한다. 항상 신선한 재료를 고집하는 조 사장이 직접 전남 바닷가 항구에 내려가 골라오는 질 좋은 생선들로 여러 가지 독특한 요리를 만들어낸다. 부인이 만드는 밑반찬들도 깔끔하고 맛이 있어서 젓가락이 안 가는 것이 없을 정도다. 이 집에서 직접 담근다는, 단감·매실·산초 같은 다양한 장아찌들과 갈치창젓·조기젓·밴댕이젓 등 온갖 젓갈도 ‘밥도둑’들이다.

덕자 요리는 올해부터 시작했다. 마침 덕자가 올해부터 꽤 잡히기도 했고 조 사장이 예전에 목포에서 일식집을 할 때의 경험을 되살려서 하게 되었다고 한다. 신안군 지도에서 직접 가져오는 덕자를 사용해 찜과 조림으로 요리하는데 나는 찜을 더 좋아한다. 덕자 특유의 살 맛을 온전하게 즐기기 위해선 양념의 방해를 많이 받지 않는 찜이 가장 좋다.

따끈따끈하게 막 쪄낸 덕자 찜을 한 젓가락 입에 넣으면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담백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적당히 씹히는 맛이 참 좋다. 비린내가 없는 생선이어서 잡미가 없고 깔끔하다. 한마디로 고급스러운 맛이다. 맛을 살려주는 양념장에 살짝 찍어 먹으면 아무리 먹어도 계속 젓가락이 간다. 한 마리라도 살이 많아서 서너 명이 한참을 먹어야 할 만큼 양이 푸짐해 서로 신경전을 벌일 필요도 없다.

‘병우네’ 간판에는 ‘바다가 그리울 땐 병우네로 오세요’라는 멋진 말이 써 있다. 바다 냄새가 그리울 때, 그리고 덕자가 그리울 때 나는 그곳으로 간다. 덕자를 먹을 때면 그때 가명을 쓰던 그 여학생들이 공연히 궁금해진다. 애리애리해서 남학생들한테 인기가 많았던 ‘애리’는 아직도 가명을 쓰고 있는지도 궁금하고.

**병우네: 서울 종로구 팔판동 14번지 전화 02-720-9397. 가정집을 개조한 테이블 10개의 작은 규모여서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일요일은 쉰다. 덕자찜은 조리하는 데 시간이 걸려서 미리 주문을 해놓고 가는 것이 좋다. 가격이 10만원으로 좀 비싸지만 어른 3~4명이 먹을 수 있다.



음식ㆍ사진ㆍ여행을 좋아하는 문화 유목민. 마음이 담긴 음식이 맛있다고 생각한다. 마케팅 전문가이자 여행전문가. 경영학 박사. 베스트레블 대표. yeongjy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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