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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정치 충격 잦아들면 ‘대사면’ 광폭정치 펼 듯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장성택 처형(12일, 발표는 13일) 후 첫 공개활동에 나섰다. 북한 기관지 노동신문은 14일자에 김정은이 군 설계사무소를 현지지도했다고 전했다. 앞줄 왼쪽부터 황병서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군 담당), 최용해 군 총정치국장, 김정은 위원장. 김정은 뒤에 얼굴이 반만 보이는 사람이 장정남 인민무력부장이다. 최용해·황병서·장정남은 김정은 시대에 새로운 실세 그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인원은 군 설계연구소 관계자들이다. [사진 노동신문]
중앙포토
지난 7월 25일 평양에서 6.25 정전 60주년을 기념해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사진 맨 왼쪽)이 고모부 장성택(김정은과 함께 정면을 바라 보는 인물)과 군대 퍼레이드를 지켜보는 모습. [AP]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인민군 설계연구소를 찾아 현지지도를 했다고 노동신문이 14일 보도했다.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뒤 첫 공개 행보다. 김정은 뒤에는 ▶최용해(63) 군 총정치국장 ▶장정남(50대 추정) 인민무력부장 ▶황병서(64)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등이 메모를 하며 수행했다. 김정은은 “선군조선의 새로운 건설 역사를 창조하자는 것이 당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장성택 처형 이후 행보는

14일 오후 5시30분쯤 조선중앙TV가 방영한 ‘우리는 당신밖에 모른다’는 김정은 찬양가 화면 캡처.
장성택 처형 이후 첫날 북한은 김정은 찬양가로 메워졌다. 노동신문은 14일자 3면엔 “우리는 김정은 동지밖에 모른다”는 제목의 ‘정론’과 함께 “당과 수령의 신임을 저버린 자 이 땅에 살아 숨쉴 곳 없다”는 내용을 실었다. 14일 조선중앙TV는 ‘우리는 당신밖에 모른다’는 찬양가를 연거푸 방송했다. “우리가 바라는 꿈과 리상(이상) 모두 다 꽃펴(꽃피워)주실 분, 위대한 김정은 동지 (중략) 그이가 가리킨 한 가지 길로 천만이 폭풍 쳐 간다”는 가사가 자막으로 깔렸다.

중앙SUNDAY는 아버지 김정일 사망 2주기 직전 고모부를 처형하고 사실상 집권 2기를 연 김정은의 다음 주 일정과 행보를 추적했다. 그가 어떤 통치 스타일을 보여줄지 가늠케 하는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아버지 김정일의 2주기 추모식과 미국 농구 스타 데니스 로드맨 3차 방북이 이어지는 다음 주는 홀로서기에 나선 김정은이 북한 체제의 근간인 ‘1인 영도체계’의 전통을 이을 수 있을지 보여주는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 고유환(북한학) 동국대 교수는 “김정은은 고모부를 내치는 모습을 그대로 공개함으로써 자신이 아버지(김정일)의 ‘은둔 정치’와는 다른 통치술을 구사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젊다고 우습게 보면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김정은인 만큼 장성택 처형 이후 첫 일주일 역시 대내외적으로 거침없는 모습을 과시하는 ‘마이 웨이’ 행보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12~2월 북한 백두혈통 기념행사 잇따라
북한의 12월엔 기념일이 많다. 북한 로열패밀리인 ‘백두 혈통’과 관련, ▶아버지 김정일이 12월 17일(2011년) 사망했고 ▶할머니 김정숙(김일성 부인)이 12월 24일(1917년)에 출생했으며 ▶김정은 본인도 12월 30일(2011년) 최고사령관에 올랐다. 이어 김정은의 생일로 알려진 1월 8일과 김정일의 생일인 2월 14일이 이어진다. 2월 14일은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4월 15일)’과 함께 북한의 최대 명절 중 하나다.

초미의 관심사는 17일 김정일 추도식이다. 김정은이 장성택 숙청 과정에서 중용한 세력을 북한의 새로운 파워엘리트로 데뷔시키는 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중앙TV는 14일 뉴스에서 “(김정일) 추도식 참석을 위해 재미동포 인터넷신문 ‘민족 통신’ 대표 등이 도착했다”고 전했다.

추도식 뒤엔 지난 2월과 9월 방북했던 로드맨 전 NBA 농구 선수가 세 번째 평양을 찾는다. 김정은이 마음을 터놓는 친구로 알려진 캐나다인 마이클 스패버와 미국인 조셉 터윌리거 미 컬럼비아대 유전학과 교수가 주선자로 알려졌다. <중앙SUNDAY 12월 8일자 1, 3면>

19일엔 공식외교 행사도 예정돼 있다. ▶개성공단 남북공동위 제4차 회의 ▶G20(주요20개국) 및 국제금융기구대표단의 개성공단 방문이다. 남북공동위 회의는 장성택 숙청이 진행되던 12일 북한이 제의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은 정부가 제의한 금융기구대표단의 개성공단 방문도 장성택 처형 사실이 공개된 13일 받아들였다. 장성택 숙청이 북한의 대외정책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걸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장성택 숙청이 진행되던 지난 8일 북한이 중국과 신의주~평양~개성을 잇는 고속철·고속도로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보도한 것도 “장성택 숙청이 북·중 관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영수(정치외교학) 서강대 교수는 “관련 문서를 입수해 직접 읽어봤더니 문제의 계약은 ‘고속철 사업을 하자’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없다”며 “중국통 장성택을 숙청했지만 중국과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선전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정은은 (지난 5월) 최용해가 방중했을 때 그를 수행한 관리들을 통해 중국에 자신의 인맥을 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중국통인 장성택을 숙청하기에 앞서 중국에 미리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보험을 들어뒀다는 얘기다.

아버지 추도식과 로드맨 3차 방북 등 세계의 이목이 평양에 집중될 다음 한 주 동안 김정은은 건재를 과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과장된 미소를 짓거나 극적인 모습을 연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김정일의 캐나다인 친구인 스패버는 로드맨 방북이 취소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중앙SUNDAY의 질문에 “민감한 사안이란 걸 기자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만 e메일로 14일 밝혔다. 다른 전문가들은 장성택 처형과 관계없이 로드맨 방북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CNN 방송은 13일 “로드맨이 ‘농구 외교’를 위해 떠날 준비를 마쳤다”며 “19~23일까지 북한의 농구 선수들 훈련을 위해 방북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로드맨은 내년 1월에도 네 번째로 방북해 평양에서 북·미 농구 친선 경기를 열 예정이다. 또 전미하키리그(NHL) 선수들도 연초 방북해 북한팀과 친선경기를 여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캐나다 매체 매클린(Maclean)이 이달 초 보도했다. NHL측은 사실확인을 요청하는 중앙SUNDAY에 “답할 게 없다”는 답변을 보냈다.

스포츠 외교는 북한의 ‘매력 공세’ 카드
북한은 내년 1월 로드맨의 4차 방북에 맞춰 외국인 대상 관광투어를 모집하며 외화벌이에 나섰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북한전문여행사 고려투어는 1인당 1000만원(6500유로)을 내면 로드맨을 포함한 NBA 팀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 평양에 내려 같은 호텔에 묵을 수 있는 관광상품을 내놨다. ‘평양 데니스 로드맨의 농구 이벤트에 참여하세요!’란 이름의 이 투어는 내년 1월 6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스포츠 외교는 북한이 내부 위기 시에 꺼내기 좋아하는 ‘매력 공세(charm offensive)’의 일환이다. 그 첨병이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다. 지난 10월 아르헨티나 IOC총회에서 만난 장 위원은 유창한 영어·프랑스어로 김정은의 숙원인 마식령 스키장 건설 현황을 소개하며 지원을 호소했다. 다음달 중순 말레이시아에서 열릴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총회에서도 장 위원은 ‘스키장 외교’를 되풀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년 초에 외국 사절들을 만나온 북한 지도부의 관례상 김정은이 내년 1월 평양 주재 외국 대사들과의 연회에서 어떤 발언을 할지도 관심거리다. 지난해 1월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 주재 서방 국가 대사들을 초청해 연회를 벌였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유럽계외교관은 “김정은이 서방 대사들과 악수하며 ‘해피 뉴 이어(Happy New Year)’라고 영어로 딱 한마디를 했다”며 “이어 배석한 북한 관리들과 술을 마신 끝에 만취했다. 외국 대사들이 옆에 있는 걸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김정은이 연말이나 연초에 도발을 감행할지 여부에 대해선 전문가들은 대부분 “지금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관측했다. 북한이 핵실험·미사일 발사나 대남 군사도발을 감행할 경우 미국은 물론 장성택 숙청에 심기가 불편한 중국도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란 것이다. 따라서 당분간은 대남·대미 대화 제의와 스포츠 외교 같은 ‘매력 공세’를 펼치되 대내적으로는 공포·광폭 정치를 오가는 ‘마이 웨이’ 행보로 체제를 안정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유환 교수는 “김정은은 장성택 처형이란 공포 정치의 충격파가 가시면 ‘한때 잘못을 저지른 사람도 용서한다’는 광폭 정치로 친정체제를 다지려 할 것”이라며 “특히 자신이 키워온 실용주의 노선의 신진 엘리트들에게 정책 실권을 줘 체제 안정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수 교수는 “앞으로 김정은에 대한 과잉 충성 경쟁이 우려된다”며 “왜곡된 정보를 전달 받은 김정은이 오판을 내릴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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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잡습니다]
사진 '장성택 숙청 전과 후, 김정은의 행보' 에 실린 내용 중
2월 17일 : 평양에서 김정일 사망 2주기 추도식에서 '12월'을 '2월'로 잘못 썼기에 바로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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