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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 처형’의 쌍두마차, 당조직부·총정치국

지난 7월 31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동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북한 여자축구팀과 함께 양궁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왼쪽부터 최용해 군 총정치국장, 김 위원장,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중앙포토]


북한 권력 2인자 장성택의 처형은 당·군의 핵심 축인 군 총정치국과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합작품으로 추정되고 있다. 장성택 제거의 필요성을 김정은에게 직보한 조직지도부와 총정치국은 어떤 연결고리 속에 있는지 알아봤다.

張에게 총정치국 54부 일임 → 끄나풀, 張 비리 수집 → 조직부가 김정은에게 보고



장성택 실각 소식이 전해진 직후 ‘겨레얼통일연대’ 대표 장세율씨는 북한 내부 소식통과 이번 사태에서 조직지도부와 총정치국의 관계를 보여주는 통화를 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11년 4월 김정은이 장성택을 국방위 부위원장으로 승격시키면서 총정치국 산하 54부를 맡게 했다. 겉은 무역회사지만 실제론 인민군의 석탄·연료·피복·목재·생활필수품 등을 공급하는 회사다. 장성택은 54부 부장(사장)에 장수길 행정부 부부장을 임명하고 기존 간부들은 그대로 남겼다. 그런데 장성택 주변에 이용하 노동당 행정부 제1부부장, 장수길 행정부 부부장, 54부 당비서, 인민보안부 정치부장으로 4인방이 만들어졌다는 말이 퍼졌다. 그중 54부 당비서가 끄나풀이 돼 장성택의 모든 것을 비밀리에 총정치국에 전했다. 총정치국 정보는 당 조직부를 통해 김정은에게 보고돼 장성택은 꼼짝 없이 처형당했다.”



내용 검증은 쉽지 않지만 장성택 숙청의 쌍두마차는 최용해 군 총정치국장과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자유북한방송 최정훈(북한인민해방전선 사령관, 전 북한군 중위 출신) 국장에 따르면 최용해는 전사(병사) 출신으로 군에 정통하지도 않다. 공식 경력도 1996년 청년동맹 중앙위원회 제1비서, 2003년 노동당 총무부 부부장, 2006년 황해북도 당위원회 책임비서, 2009년 4월까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이어진다. 2010년 9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이 된 뒤 2012년 4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군사위원회 위원과 더불어 총정치국장에 임명됐다.



최용해는 권부에 들어온 뒤 장성택과 호형호제하며 장의 후원으로 군 요직에 오르며 김정은 체제의 양대 축으로 성장했지만 영향력이 커지면서 장성택과 마찰을 빚기 시작했다고 알려졌다. 그는 2012년 말 장거리 로켓 발사와 개성공단 폐쇄 등 현안을 놓고 온건파인 장성택과 갈등을 거듭한 것으로 북한 소식통들은 전한다.



소식통들의 정보를 종합하면 김정은에 대한 장성택 비리 보고는 지난 2분기부터 있었고 이어서 ‘신병 통제’가 시작됐다. 신병 통제 시점은 ‘4월 최용해의 중국 방문 직전 설’, 10월 23일 설, 11월 30일 설 등 다양하다. 두 기관은 치밀하게 장성택을 몰아갔다. 지나간 후계 옹립 과정도 문제가 됐다. 장세율 대표는 “장성택은 김정일이 죽기 전에 김정은을 후계로 하는 것에 반대했다. 정치적 경력, 영도 업적 같은 것이 없으니 대중적 기반을 닦은 다음에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는 ‘김정은 백두혈통’에 집착하는 최용해와 마찰을 빚었다. 장 대표는 “그게 장성택이 처형될 때 받은 ‘후계자 승계 반대’ 혐의”라고 주장했다.



‘후계자 승계 반대 혐의’의 진실은?



총정치국과 당 조직지도부의 장성택의 비리 자료를 김정은은 숙청의 칼을 빼들었고 이 대목에서 국가안전보위부가 등장한다. 장 대표는 “보위사령부가 책임을 맡고 김정은은 부관까지 보내 장성택을 연금했다고 한다. 가택 수색도 하고 전화를 차단했다. 장은 감금 상태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 참석했다. 이용하·장수길도 그 와중에 처형됐다”고 말했다. 속전속결이었다. 장 대표는 “인민재판, 군사재판 식으로 하면 장성택의 힘이 강해 측근들이 빼돌릴 수 있어 즉시 처형했다고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설명한다. 재판 결과 정치범 수용소로 가도 해외로 빼돌릴 것을 걱정했다는 말이 있다”고 전했다.



군 총정치국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의 지도를 받는 인민무력부 내 노동당 조직의 정치기구다. 인민무력부 예하 부대들을 조직·사상적으로 지도·통제한다. 노동당 규약 제8장 51항은 ‘조선인민군 총정치국과 그 소속 정치기관은 해당 당위원회의 집행기구로서 당 정치사업을 조직하고 수행한다’고 규정한다. 총정치국은 인민군 내 최고정책결정기구인 인민군 당위원회의 집행기구로 사실상 인민군을 대표한다.



최용해가 장성택 숙청 드라마의 감독이라면 연출자는 조연준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꼽힌다. 조직지도부는 김일성·김정일 시대부터 건재해 온 뿌리 깊은 권력이다. 1972년 5월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평양을 방문해 1차 회담을 했던 인물도 김영주 조직지도부장이었다. 김영주는 김일성의 친동생이었고 당시 2인자 권력이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현승일 연구위원은 박사학위 논문에서 “조연준 제1부부장은 평생을 당 조직지도부에 몸담아 온 검열 전문가”로 꼽았다. 그는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지난해 4월 제4차 당 대표자회에서 조직지도부에서 유일하게 정치국 후보위원이 되면서 부상했다. 그는 중앙당 내 당 조직인 ‘본부당’ 책임비서도 겸하고 있어 모든 중앙당 간부들을 통제하는 위치에 있다. ‘골수 조직지도부 맨’인 조연준은 장성택이 당 행정부장으로 인민보안부와 국가안전보위부 등 공안기구를 총괄하면서 조직지도부의 입지를 축소하는 데 대해 반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택 숙청이 공식화되기 직전인 11월 말 김정은이 참석해 열린 백두산 삼지연 대책회의 당시 김정은을 수행한 박태성·황병서·마원춘 부부장 등 핵심 5인방 중 최소 3인이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들이라는 점에서 장성택 숙청은 당 조직지도부의 조직적 반격임을 시사한다.



조직지도부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산하의 20개 전문 부서 중 하나며 김정일 집권 시기에 조직이 확대됐다. 제1부부장 4~5명, 부부장 10여 명이고 직원이 300여 명으로 늘었다. 김정일의 직속 부서로 유일지도체제 확립의 핵심 역할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정일은 조선노동당 비서국 총비서였고 김정은은 제1비서였다. 권력의 1인자가 조직지도부를 직접 챙기고 지휘권도 넘기지 않았다는 사실은 조직지도부가 권력의 핵심임을 잘 보여준다.



“김원홍·박봉주, 張 비리 넘기고 살아남아”



조직지도부의 힘은 세 가지 기능에서 나온다. 첫째, 비서국 내 여타 기관들이 특정 부서만 정책지도를 하지만 조직지도부는 노동당 전체를 지도한다. 둘째, 당 생활지도, 검열, 간부사업, 신소(민원) 처리, 당원등록 및 사법·공안 부문에 대한 지도·통제 등 핵심 정치경찰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정치기획, 인사 문제 등 핵심 정치적 비서 기능을 수행한다.



현승일 위원의 논문에 따르면 현재까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에 기용된 인물로는 김치구·이관필·이용철·이제강·이찬선·문성술·서윤성·염기순·윤승관·장성택·현철규·조연준 등이 있다. 장성택이 행정부로 진출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20년 이상 된 골수 조직지도부 멤버며 상부 지시를 받아 숙청을 기획해 주도하는 데 이골이 난 인물들이다. 유일지도체제 확립의 일등 공신들로서 김정일·김정은 유일체제를 결사옹위하는 전위세력이었다. 조직지도부는 2010년 이제강 제1부부장이 장성택에 의해 제거되면서 그의 영향력에 눌려 있었으나 2012년 중반 이후 조연준 제1부부장이 최용해 총정치국장과 연합해 반격을 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일 시대에는 제1부부장뿐 아니라 부부장들도 총애하는 측근들이었다. 고학겸·라정빈·이화선·이원범 등이 대표적이다. 조직부 부부장들 중에는 이 밖에도 김정일 서기실 부부장들과 장관급 간부들의 전용 병원인 봉화진료소 소장, 최근 사망설이 유포된 이수용 전 스위스 주재 대사 등 조직지도부 업무와 관련 없는 인물들도 있다. 이는 김정일이 조직지도부라는 명칭 자체를 신임의 표시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국가안전보위부 부상설’도 있다. 주로 좌석 배치를 두고 나오는 분석이다. 11월 21일자 노동신문은 1, 2면 전면에 걸쳐 4·25 문화회관에서 열린 북한군 제2차 보위일꾼대회 소식을 전한다. 그때 김정은의 오른쪽에 최용해 총정치국장과 국가안전보위부 김원홍 부장이 앉았다. 또 김정은이 백두산 특각에서 장성택 사태의 후속 대책을 논의할 때도 김 보위부장이 있던 것이 큰 근거다.



그러나 자유북한방송의 최정훈 국장은 “원래 당 행정부장인 장성택의 통제를 받는 국가안전부의 김원홍 부장이 장성택을 배신하면서 잠깐 등장한 것이지 뜬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김원홍은 장성택의 측근 모임인 비밀 파티에도 참가해 장성택을 ‘1번 동지’라 부르며 충성 맹세를 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맹세자 가운데는 박봉주 총리도 있었다고 한다. 이들이 어느 순간 ‘말을 바꿔 타면서’ 밀고하고 그에 따른 조치 과정에서 국가보위부가 등장했을 뿐이란 것이다. 최 국장은 “김원홍도 비밀파티에 들어갔고 박봉주도 장성택처럼 부화문제(여성관계)가 있지만 비리를 제공한 덕에 살아난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안전보위부가 우리로 치면 국가정보원에 해당하는 부서라 관여하는 것일 뿐 실세 등장과는 관계 없다는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안성규 기자 askm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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