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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 처형 … 김정은 '단종의 역사' 두려웠나

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처조카 김정은(29·얼굴) 국방위 제1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노동당 확대회의(8일·평양)에서 끌려나간 지 나흘 만이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3일 오전 5시59분 장성택(67) 전 국방위 부위원장에 대한 사형 집행 소식을 알렸다. 12일 열린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에서 ‘국가전복음모죄’(형법 60조)가 적용돼 사형을 선고받고 즉시 집행됐다고 보도했다.



국가전복음모죄 적용 … 권력기반 취약해 조치 서두른 듯
김, 군 강경파에 장악돼 고려시대 무신정권 상황일 수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업자인 절대권력자 김일성의 사위로 간택돼 꼭 40년간 권세를 누려온 그였다. 처남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년 전 급사하면서 등극한 어린 조카의 최대 후견인으로 자리 잡았을 때만 해도 장성택의 앞길은 탄탄대로처럼 보였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현대판 종파(宗派·파벌)의 두목’으로 전락했다. “이 땅에 묻힐 자리도 없다”는 북한의 발표에서는 권력무상, 죽은 자의 비애도 느껴진다.



 장성택의 최후는 비참했다. 수의(囚衣) 대신 입은 인민복에는 김일성·김정일 배지조차 없었다. 만고역적으로 낙인찍힌 그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다는 의미였다. 수갑이 채워진 채 모든 걸 체념한 듯 눈 감은 그의 목덜미를 건장한 군관이 손으로 잡아 내리누르는 한 장의 사진은 완전한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노동신문은 재판 판결을 전한 기사가 실린 2면 아래쪽 귀퉁이에 이 장면을 작게 편집했다. 3명의 재판관 모습을 중앙에 크게 편집한 것과 대조시켜 장성택을 더욱 초라하게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판결문에 따르면 장성택의 처형은 ‘정변(政變)을 도모한 혐의’ 때문이다. 중앙통신은 “장성택은 비열한 방법으로 권력을 탈취한 후 외부 세계에 ‘개혁가’로 인식된 제놈의 추악한 몰골을 이용해 짧은 기간에 신정권이 외국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어리석게 망상했다”고 전했다. 또 “최고권력을 가로채기 위한 첫 단계로 내각총리 자리에 올라앉을 개꿈을 꾸었다”고 강조했다. 나선경제무역지대의 토지를 50년간 외국에 팔아먹었다거나 2009년 한 해에만 460만 유로(약 67억원)의 비자금을 탕진한 구체적 사례도 공개됐다. 측근들이 그를 ‘1번 동지’라고 불렀다거나 ‘소왕국을 만들었다’는 등의 혐의도 판결문에 담겼다.



 김정은은 고모부인 장성택을 충격적인 방식으로 숙청함으로써 후계권력을 다지고 군부와 노동당의 절대 복종과 충성을 강요하고 있다. 마치 어린 나이에 왕좌에 올라 숙부인 수양대군(훗날 세조)에게 권력을 찬탈당한 단종(端宗·조선 6대왕)의 전철은 밟지 않겠다는 ‘선수치기’처럼 비친다. 단종은 아버지 문종의 병사(病死)로 11세에 왕위를 물려받았지만 집권 3년 만에 숙부에 의해 축출됐고, 강원도 영월로 귀향을 가 사약을 받고 숨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김정은이 공포정치를 이어가는 걸 보면 내부 안정이 충분치 않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아버지 김정일 같았으면 장성택을 저렇게 처리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숙부에게 당한 어린 단종의 운명이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장성택을 비참하게 제거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다져지지 못한 김정은 권력의 공백을 군부가 비집고 들어와 김정은의 후견 세력이자 군부의 견제 세력인 장성택 제거를 주도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마치 정중부 등에 의한 고려 무신의 난(의종 24년·1170년)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김용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정은이 군부 강경파에 의해 이미 장악돼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성택 처형은 당분간 김정은에 대한 충성이 결집되는 효과를 불러올 전망이다. 공포정치의 약발이다. 하지만 출범 2년을 맞는 김정은 체제의 취약한 권력기반을 드러낸 것이란 분석도 있다.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은 국정원의 보고 내용을 토대로 “신속한 처형은 김정은의 권력기반이 김정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라며 “내부 논란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그 때문에 이번 사태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경제 문제도 해결되지 않으면 권력층의 분란과 민심이반에 따른 체제 지탱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오전 청와대에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장성택 처형이 불러온 향후 정세를 논의했다. 이어 “북한 내에서 전개되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는 성명이 발표됐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수시로 북한 동향을 보고하는 김장수 실장은 “대통령께서 지금 상황을 위중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 주민들의 이탈 가능성에 대해 “ 아주 작은 동태까지 잘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군은 이달 초부터 실시하고 있는 동계훈련 외에 특별한 동향은 없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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