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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혹과 매혹 사이, 스포츠 에이전트

영화 ‘제리 맥과이어’는 대중에게 스포츠 에이전트라는 직업에 대해 환상을 심어줬다. 운동선수를 발굴해 스타로 키우는 매력적인 직업. 하지만 스포츠 에이전트는 ‘현대판 노예 상인’이라는 혹평을 듣기도 한다. 사람을 상품으로 삼아 거래를 한다는 점이 비슷하다. 얼마 전 은퇴한 축구선수 이영표(36)와 13년째 관계를 맺고 있는 스포츠 에이전트 김동국(50) 지쎈 대표가 『에이전트 비즈니스를 말한다』는 책을 발간했다. 김 대표로부터 매력적이지만 냉혹한 스포츠 에이전트 비즈니스에 대해 들어봤다.



김동국
얼마 전 유럽의 거물 에이전트로부터 유럽에 진출해 적응 중인 17세 선수의 소유권을 넘기면 당장 3억원의 수수료를 주고, 앞으로 이적 때마다 추가로 일부를 떼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솔깃할 수도 있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잘못하면 어린 선수가 ‘축구 노예’로 전락할 위험 요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에는 무책임한 에이전트 때문에 국제미아가 된 아프리카 출신의 유소년 유망주들이 사회 문제가 되기도 한다.

김동국씨가 말하는 비즈니스 세계
선수 이익 보호가 최우선
"이영표 AS로마행 번복했을 때 마피아 조심하란 얘기도 들어"
한국 축구 관행 정비할 필요



 이영표가 2005년 PSV 에인트호번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할 때 실은 포르투갈의 명문 포르투FC와 프랑스의 AS 모나코에서도 뒤늦게 연락이 왔다. 프랑스나 포르투갈로 가면 수수료 6억원을 받을 수 있었고, 프리미어리그로 갈 때는 영입 과정에서 연결된 다른 에이전트와 몫을 나눠야 해 수수료는 1억원도 채 안 됐다. 세 가지 제안서를 앞에 두고 이영표에게는 한 가지만 물었다. “네가 가고 싶은 곳이 어디냐.” 이영표는 잉글랜드를 택했고, 그것으로 고민도 끝났다.



 에이전트는 약자다. 선수와의 관계에서도, 구단과 협상할 때도 을(乙)의 입장일 때가 많다. 하지만 에이전트는 마지막 자존심은 버리지 말아야 한다. 끝까지 선수의 이익을 위하는 것이 에이전트의 자존심이자 직업적 소명이다. 이익을 취하기 위해 선수를 이용하는 게 최악의 에이전트다.



 현실에서 에이전트는 선수로부터 뒤통수를 맞을 때가 더 많다. 얼마 전 A선수가 외국 리그에서 뛰다가 K리그로 복귀했다. 하지만 정작 그 선수의 에이전트는 이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어릴 때부터 키운 유망주가 스타로 발돋움할 때 다른 에이전트를 찾아가는 건 너무 흔한 스토리다. 그것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을 때도 많다.



 에이전트는 선수를 대신해 구단과 협상을 한다. 물건을 상대하는 게 아니라 구단과 선수 사이에서 사람을 계약하는 거래를 한다. 물건은 거짓말을 안 한다. 내가 좋은 제품을 생산하면, 그만큼의 대가를 얻는다. 하지만 에이전트가 상대하는 구단 관계자도 선수도 사람이다. 그 속을 알기란 매우 어렵다.



 이영표가 토트넘에서 AS 로마로 이적을 결정하고, 이를 번복하는 과정은 말 그대로 파란만장했다. 밤을 새워 협상하고, 수시로 이영표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의견을 조율해 계약서를 만들었다. 새벽에 호텔로 들어와 팩소주를 한잔 마시고 잠자리에 들 때 이영표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적한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불편해 기도를 하던 중 응답을 받았다’며 계약을 번복했다.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였지만 이영표의 투철한 신앙을 잘 알기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AS 로마가 화가 났고, 마피아를 조심해야 한다’라는 이야기까지 들어야 했다. 무덤까지 가져가려고 했던 이 얘기를 공개하는 건 이미 이영표가 이에 대해 언급했기 때문이다.



 에이전트 직업은 매력적이다. 내가 키운 선수가 국가대표가 되고, 유럽에 진출해서 경기에 나가는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보면 비즈니스를 떠나 깊은 희열을 느낄 수 있다. 마치 내 동생이나 내 아이의 등에 날개를 달아준 기분이다. 전 세계를 누비는 세계인이 될 수 있고, 성과에 따라 커다란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환상만 가지고 접근해선 안 된다. 아무런 기반 없이 부모 돈으로 무작정 창업하고 축구 선수를 쫓아다니면 십중팔구 망한다. 축구 선수, 축구 기자, 축구단 직원 등을 경험하며 미리 기반을 닦으면 유리하다. 에이전트 회사에서 인턴부터 경험을 쌓을 수도 있다.



 유럽과 비교하면 한국 축구에는 정비해야 할 불합리한 관행이 많다. 한국 구단은 특정 에이전트를 주거래처로 정해놓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 업무는 편할 수 있지만 과도하게 유착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걱정스럽다.



정리=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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