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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시장 목숨 건 경쟁 … 현실 머물다간 더 큰 개혁 칼날 들어와"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파업이 길어져도 수서발KTX는 노사 간 타협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한국철도 114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수장. 최연혜(57)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부드럽고 여린 외모 탓에 사람들은 그가 어떤 리더십을 보일지 궁금해했다. 거친 이미지의 철도업무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10월 사장에 부임한 직후부터 강한 추진력을 보여주고 있다. 내부 개혁, 부채 감축, 흑자 전환이란 3대 과제는 속도감 있게 추진돼 왔다. 파업이란 돌발 사태를 만나서도 흔들림이 없다. 파업이 계속되면 16일부터 KTX 운행 횟수가 평소보다 12% 줄어든다. 철도운송대란이 우려되던 11일 서울 봉래동 코레일 서울본부에서 만난 그는 사실상 24시간 비상근무 체제였다. 그는 “파업이 길어져도 수서발KTX 문제는 노사 간 타협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회사가 흑자를 내면 수서발KTX 지분을 사들여 100% 자회사로 만들 수 있다”며 거듭 강한 낙관론을 폈다.



노조 파업에 직위해제 초강수 … 최연혜 코레일 사장

 - 한 집안의 아내이자 엄마인데, 가족이 걱정 많이 하겠다.



 “가족도 마음의 준비는 돼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몇몇 네티즌이 가족 신상을 인터넷에 올리고 있어서 걱정이다.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대전 서구을)에 출마했을 때 두 딸이랑 남편이 선거운동을 몇 번 도와줬는데, 그때 공개된 사진과 프로필이다. 가족이란 이유로 이렇게 신상을 공개해도 되는 건지 안타깝고 걱정이 많이 된다.”



 - 여성 사장으로서 대응하는 첫 파업이다. 여성이란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철도대학 교수, 철도청 차장, 철도공사 부사장 지내면서 그동안 거의 남성들하고만 활동했기 때문에 내 정체성에 여성이란 게 별로 없다. 그래서 ‘여성으로 일하기에 어떠시냐’고 주변에서 물어볼 때마다 딱히 할 말이 없다. 철도공사 사장 자리에 대한 의미는 여성보다 경영학 전공자라는 게 더 크다고 생각한다. 철도가 기술·현장 경험자 위주로 운영돼 왔기 때문이다. 철도 경영 1세대로서 마케팅·고객관리 같은 개념을 소개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 경영학 전공자로서 철도 발전 방안은.



 “안전성·정시성 같은 기본 서비스가 탄탄해야 한다. 그 다음이 효율적 운영이다. 고객이 많은 시간에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열차를 편성해 편의와 수익을 함께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일본·유럽에 비하면 절반 정도 운임인데도 대단히 정확한 시간에 운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숙제는 영업을 더 잘해 국가 재정 부담을 덜고 결과적으로 국민 부담을 줄이는 게 목표다.”



최연혜 사장이 서울역에서 철로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그는 “현실에 머물면 더 큰 변화와 개혁의 칼날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 코레일에 ‘방만경영’ ‘비효율’이라는 말이 따라다닌다. 왜 이렇게 됐나.



 “코레일이 이렇게 된 데는 전임 경영진의 잘못도 있고, 정부 정책의 영향도 받았다. 누구 탓을 한다기보다 내게 주어진 이 시기에 내 역할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 부채(17조6000억원·부채비율 430%)가 늘어난 데는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실패 탓이 크다. 사업 추진의 절차상 잘못을 따지기 전에 그 사업을 추진했던 전임 사장들의 진정성은 인정한다. 만성 적자를 탈출할 중요한 기회로 본 것이다. 그런데 부동산 경기침체라는 외부 상황으로 실패한 게 안타깝다.”



 - 어떻게 하면 코레일 경영이 정상화되나.



 “2008년 7000억원이던 적자가 매년 줄고 있다. 지난해엔 3300억원으로 줄었고, 올해 예상 적자액은 2500억원이다. 내년엔 1500억 적자가 예상된다. 여전히 대규모 적자인 것은 사실이지만 늦어도 2015년엔 적자를 없애겠다. 그러면 매년 수천억원씩 빌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금융비용 증가도 막을 수 있다. 또 우리가 갖고는 있지만 쓰지 않는 땅을 팔아 부채 자체를 줄여나가겠다. 그 이후엔 적극적인 방법으로 우리 자산을 활용한 수익 사업을 늘리겠다. 용산 사업도 다시 사업 구상을 고쳐서 재추진할 계획이다.”



 - 무궁화·새마을호와 물류 분야에서 적자가 많이 난다.



 “서민들이 이용하는 새마을·무궁화호 운영에서 나오는 적자는 ‘착한 적자’다. 격오지 노선을 없애 비용을 줄이는 건 쉬운 방법이지만 나는 그걸 개혁 방안의 우선순위로 두지 않는다.”



 - 그렇다면 달리 눈덩이 적자를 줄일 방법이 있을까.



 “소모성 비품 구매에 연 1조원을 쓴다. 구매 대상만 3만5000가지다. 이 같은 비품 조달 방식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돈 쓰는 방법을 개혁해 지출을 10% 줄이는 게 목표다. 여기서만 1000억원의 비용이 줄어든다. 적자 노선 폐지는 정말 최후의 방법이 돼야 한다.”



 - 격오지 거주민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노선 빼고는 적자 노선을 폐지하는 게 국가 전체적으로 이익 아닌가.



 “그런 노선은 관광 상품으로 만들려고 한다. 지금 중부내륙선을 ‘O트레인’으로, 그중에서 협곡열차를 ‘V트레인’으로 상품화했더니 30~40명 타던 열차가 이제는 예약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몰린다. 내년엔 DMZ 평화열차, 서해안 골드라인, 동해안 블루벨트 같은 열차 여행 상품이 또 나온다. 이런 방식으로 적자 노선을 수익 상품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국민에게 좋은 추억·볼거리를 제공하면서 회사 경영 부담을 덜 수 있는 방안을 전 직원이 만들어나가고 있다.”



 - 인력 운영의 비효율도 지적된다. 지역·보직 간 인사이동을 하지 못하도록 노사 단체협약에 명시돼 있는데.



 “코레일 하면 강성 노조 때문에 경영상 어려움이 많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기획재정부에서 관련 지침을 곧 내린다고 하니, 그걸 보고 나서 우리 단협에도 불합리한 부분이 있으면 개선하겠다.”



 - 그 개선 자체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많은 진통이 있을 거다. 철도 이외의 상황은 모를 정도로 순수하고 회사에 충성심 높은 직원이 많다. 입사 후 퇴직까지 같은 공장에서 계속 일하는 직원이 많으니 지금과 같은 변화가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시대는 바뀌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철도시장이 확장되면서 글로벌이니 속도 향상이니 하면서 목숨을 건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 나라에서 철도는 공기업이 운영하지만 민간 기업 이상으로 경영기법이 첨단적이다. 우리가 현실에 머물러 있다간 더 큰 변화와 개혁의 칼날에 직면할 수 있다.”



 - 수서발KTX 운영 방식을 놓고 파업이 며칠째 이어지는데, 단체협약 개선은 더 어려울 것 같다.



 “직원들은 상당한 변화를 함께해 왔다. 지난 20~30년 사이 속도가 눈에 띄게 향상된 열차만 봐도 알 수 있다. 자체 고속철도 기술을 개발해 세계 최고 운영 수준을 갖춘 나라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또 저개발국에서 우리 철도를 수입하고 도움받고 싶어 한다. 그런데 직원들은 우리 스스로 상당한 개혁을 해왔다는 걸 본인들도 모른다. 그만큼 직원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지속적인 대화로 풀어가겠다.”



 - 그런 마음인데도 이번 파업에는 직위해제나 경찰 고소로 대응하고 있다.



 “노사 간에 풀어야 할 대상이 아닌 수서발KTX라는 이슈를 노조가 던졌다. 노조 활동 범위도 아니고 협상 대상도 아니다. ‘자회사 설립하지 말라’ ‘이사회 중단하라’와 같은 건 명백한 경영권 침해고 불법이다. 그래서 공기업 입장에서는 법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가만 있으면 더 큰 혼란을 부를 것이다. ”



최 사장은 13일까지 조합원 7608명을 직위해제했다. 조합원 2만 명 가운데 순번에 따라 파업에 참가 중인 직원 1만1000명의 70%에 달하는 규모다. 직위가 해제되면 파업 복귀 후에도 기본급 외에는 각종 수당을 받을 수 없다.



 - 노조 주장 중에서 이해할 만한 부분은 없나.



 “나도 코레일 사장 되기 전에는 국토교통부가 6월 발표한 ‘철도산업발전방안’을 보고 민영화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사장으로 온 뒤 국토부에 나의 의구심을 다 전달하고 모든 답변을 받았다. 그 이후 민영화 가능성이 없도록 방안을 고쳐 수서발KTX에 대한 지분을 종전 계획(30%)보다 많은 41%로 늘린 것이다. 수서발KTX가 코레일 계열사임에 틀림없고, 나중에 본사가 흑자로 돌아서면 차차 지분을 늘려 100% 자회사로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대통령도 민영화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노조가 민영화라는 주장을 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는 “나머지 59%에 대한 정부 지분을 언제든 민간에 매각할 수 있다”며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 노조는 “수서발KTX 자회사 설립이 코레일 경영 압박으로 이어져 대규모 감원이 우려된다”며 파업의 불법성을 부인한다.



 “승객들이 수서발KTX를 타러 가면 그만큼 코레일 수익이 감소할 수 있다는 건 내가 사장으로서 더 걱정했던 문제다. 영업흑자를 내는 게 내 임무인데 앉은 자리에서 수서발KTX 사업을 뺏기면 어떡하나 걱정했었다. 그래서 수서발KTX가 차량 기지나 시설물을 우리에게 출자받아 쓰도록 했다. 여기에서만 1년에 2000억원씩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저가항공사가 시장 진입하면서 어느 회사도 적자 안나고 기존 회사도 오히려 비행기를 늘렸다. 항공 산업에서 수요가 창출됐듯이 우리 고속철도 시장도 계속 성장할 것이다. 우리 고객을 수서발KTX에 뺏기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승객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국민소득 증가,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고령화가 되면서 고속철도 시장은 계속 수요가 늘 것으로 본다. 인위적 구조조정도 하지 않을 것이다. 원주~강원선처럼 오히려 승객이 느는 구간도 있다.”



 - JTBC ‘뉴스9’ 설문조사에서 수서발KTX를 민영화 수순으로 본다는 답변이 54%였다. 민영화와 무관하다고 본 사람은 23%뿐이다.



 “국토부의 6월 발표대로 우리가 30%만 지분을 갖고 수서발KTX를 운영하는 것은 제대로 된 방안이 아니었다. 내가 사장에 부임하고 지속적으로 건의해 초기에 지분 41%를 확보하고, 향후 10%씩 확대한다는 방안을 완성한 게 불과 지난주다. 우리 직원들에게 이를 알리는 시간조차 부족했다. 바뀐 방안에 대해 아직 모르시는 분이 많은 것 같다.”



 - 수서발KTX를 꼭 자회사로 해야 하나.



 “철도가족들이 대표 기술인으로서 수서발KTX라는 황금 노선을 운영하고 싶어 하는 열망을 이해한다. 나도 철도인 입장에서 그런 생각에 동의한다. 하지만 지금 공기업에 대한 국민적 질타와 변화 요구가 너무 거센 상황에서 개혁을 거부하고 파업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언제까지 변화 요구를 거부할 수 있을까. 우리가 수서발KTX 지분을 늘리기 위해선 흑자를 더 내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은 파업이 아니라 경영혁신에 동참해야 할 때다.”



글=최선욱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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