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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토사구팽' '구우일모' '관포지교' 『사기』가 말하는 정치의 ABC

사마천과의 대화

김영수 지음

새녘, 557쪽, 2만2000원




궁형(宮刑·생식기를 없애는 형벌)이란 치욕을 감내하지 않았으면, 사마천도 북망산 한줌 흙에 불과했을 것이다. 조개의 상처가 진주로 맺히듯이, 그는 피눈물로 『사기(史記)』를 엮었다. 열전의 첫 장에서 “소위 천도(天道)가 옳으냐, 그르냐”고 외치는 대목에선 비분강개마저 느껴진다.



  인간이 오늘의 좌표를 가늠하고, 내일을 헤아리는 것은 역사기록 덕분이다. 우리는 그에게 ‘글 빚’을 졌다. 깜깜한 밤길 같은 역정에 등불을 밝힌 것이다.



 『사기』는 이후 숱한 문학과 예술에 ‘창작의 샘’이 됐지만, 한편으론 변주(變奏)도 많다. 일부를 뚝 떼어내거나 요리조리 편집해 이런 경영전략, 저런 인생지침, 그런 성공가이드류(類)가 범람한다. 반면에 정작 사마천의 흉중을 짚어 그의 고민과 비전을 읽어낸 이는 드물다. 이 책은 사마천이 제시하는 인간에 대한 통찰을 문답식으로 끄집어낸다. 52만6500자 ‘글밭’에서 명구명언을 골라 실제적·현대적 의미를 조명한다.



 그 처음은 구우일모(九牛一毛)다. 사마천이 집필을 끝낸 후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언급했다. 사람이란 한번 죽을 뿐인데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어떤 죽음은 아홉 마리 소에서 털 하나 뽑아내듯 가볍다. 그래서 ‘대야를 머리에 이고 하늘을 우러러보는(戴盆望天)’ 자세로 불후의 걸작을 남겼다는 뜻이 담겼다.



 『사기』를 대표하는 명언으론 ‘토사구팽(兎死狗烹)’을 든다. 저작권은 춘추시대 범려(范<8821>)에 있는데, 한신(韓信)이 가마솥에 삶기면서 유명해졌다. 메시지는 ‘물러남의 미학’이다. 절대권력은 2인자를 용납하지 못하며, 공신도 숙청된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나 재계나 마찬가지다.



 관포지교(管鮑之交)도 그저 끈끈한 우정의 대명사가 아니란다. 사람의 자질을 알아보는 포숙의 혜안과 양보가 핵심이다. 주인을 잘못 만나면 천리마도 밭을 가는 법이다. 양보는커녕 경쟁자를 밟는 용렬한 부하를 둔 윗사람들이 새겨야 할 내용이란다. 특히 ‘화식열전’에 주목했는데, 공자(孔子)를 앞세워 치부한 자공(子貢)의 경우도 현대식으로 보면 ‘윈윈전략’이었다고 평한다.



 사마천은 리더십의 요체로 “한 사람의 이익을 위해 세상 모든 사람이 손해를 볼 수 없다”고 했다. 지도자의 첫째 덕목은 덕(德)이고, 최악은 백성과 싸우는 정치라 했다. 시공을 초월하는 고전의 통찰이 서늘하다.



박종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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