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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빙그레 웃게 만드는 문장의 힘 … 삶 속에서 터득한 지혜 담겼네

이 풍진 세상을 살자니

김진악 지음

한길사, 318쪽, 1만7000원




읽는 내내, 책장을 덮고 나서도, 입가에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책의 외양만 보면 어느 것 하나 눈길을 끌기 어려웠다. 작가 소개는 또 어떤가. ‘호는 보산이다’로 시작해 ‘현재 배재대학교 명예교수이다’까지. 작가의 말에선 “나는 아프니까 청춘이라거나,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거나, 이런 말은 할 줄 모른다.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이 졸저를 세상이 알아주는 한길사에서 내게 되어 기쁜 마음보다 부끄러운 마음이 앞선다”고 했다.



 하지만 첫 장을 넘기면서부터 반전이 시작된다. 첫째,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속도감 넘치는 전개다. 둘째는 4.4조, 혹은 4.5조의 운율이 빚어내는 글 맛이다. 셋째는 웃음이다. ‘맛이 있어야 좋은 글이다. 글의 맛을 내는 양념 가운데 하나만 고른다면 웃음이라는 조미료가 아닌가 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웃음이 책 전체에 뿌려져 읽는 사람을 ‘유쾌 통쾌 상쾌’하게 만든다.



 책의 앞부분은 저자 개인과 가족들의 이야기다. 딸 시집 보낸 이야기 중의 한 토막. “장안의 여러 베테랑 매파에게 딸을 내놓았다. 만나본 총각이 무릇 기하이며 만난 장소가 무릇 기하이며 후보 신랑의 직업이 무릇 기하이뇨. 우리집 따님은 보는 신랑감마다 다 좋다고 하였다. 좋게 보면 착한 선녀요 흠이라면 주체성이 없었다. 장님 문고리 잡은 격으로 (딸을 좋다는) 한의사 총각이 나타났다. 신랑감이 제정신을 차리기 전에 예를 갖춰야 했다. 길일을 택할 겨를이 없었다.”



 중반부는 풍자와 해학이 있는 정치사회 진단이다. 가령 한국의 빨리빨리 습성이 낳은 폐해를 지적하며 “우리는 모든 일을 빨리 해냈으나 잘하지는 않았다. 어떤 다리는 놓다가 다리가 물에 빠진 재변이 일어났다. 사람이 빠진 것이 아니고 다리가 강물에 빠진 일은 좀체 없는 일이다”라며 “빨리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빨리 하면서 잘하기란 더욱 어렵다”고 했다.



 저자는 한국 골계(滑稽)문학 전문가다. 골계란 풍자·해학·기지·반어 등 웃음을 자아내는 요소를 아우른다. 책의 후반부는 쌍화점·흥부전·금수회의록 등 고전에 나타난 우리 민족의 골계미에 대한 설명이다. 방랑시인 김삿갓, 소설가 김유정, 만담가 신불출, 무애 양주동, 코미디언 이주일 등 5인의 골계열전을 통해 “웃을 일 없는 이 풍진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힘든 일상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방법을 일러준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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