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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은행 규제 '볼커 룰' 승인 날, 볼커는 시큰둥

2010년 1월 21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기자회견장. “ 은행들의 위험한 거래를 용인하지 않겠다”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목소리를 높였다. 미 월가의 탐욕을 제어할 금융개혁안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연설을 마친 오바마 대통령은 한 사람을 소개했다. “제 뒤의 이 키 큰 분 이름을 따서 이번 정책을 ‘볼커 룰’이라 작명했다.” 여든한 살의 폴 볼커(사진) 전 Fed 의장이 예의 고집스러운 표정을 하고 서 있었다.

 3년11개월이 흐른 지난 10일(현지 시간). 볼커 룰이 미국의 5개 금융감독기관의 최종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볼커 전 의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는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여기저기 문제투성이라는 지적이 있다. 최종안은 내가 관여하지 않았고 어제 처음 접했다”고 말했다. 볼커 전 의장은 “기자분이 나보다 더 많이 읽었을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지금의 볼커 룰이 자신의 최초 구상과는 거리가 있다는 불만을 에둘러 표현했다.

 2009년 1월 볼커 전 의장은 대형 은행이 자기자본을 이용해 파생상품 등 위험한 금융상품에 투자하거나 헤지펀드·사모펀드를 소유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자신이 이끌고 있는 ‘30인 회의’를 통해서다. 세계 유수의 30여 명 경제·금융 석학이 모여 만든 정책 자문단이다.

  볼커 전 의장의 제안은 백악관과 의회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금융위기의 원흉이었던 대형 금융사를 어떻게 규제할까 고심하던 차였기 때문이다.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의장으로 복귀한 그에게 볼커 룰의 완성과 실행이 과제로 떨어졌다.

 하지만 최악의 고비를 넘기고 경제가 조금씩 회복하면서 개혁의 열기가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돈줄이 마를까 우려한 은행들도 거세게 반발했다. 3년여 줄다리기가 계속됐다. 은행의 자기자본 거래 금지 등 골자는 유지했다. 그러나 국채에 대한 투자와 시장 조성을 위한 증권 매입 허용으로 빠져나갈 구멍이 생겼다. 또 투자 실패에 대한 최고경영자(CEO) 문책 규정도 크게 완화됐다. 볼커가 주창했던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의 완전 분리는 여러 예외조항들 탓에 의미가 퇴색했다.

 그래도 그는 볼커 룰 승인 자체에 대해선 높이 평가했다. “금융 당국이 균형을 잘 맞춰 일을 해냈다. 앞으로 더 큰 진전이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내용이 지나치게 어렵고 길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복잡한 건 사실이지만 우리 집 보험약관보다도 짧다”고 농담 섞어 답했다. 

조현숙 기자

◆볼커 룰(Volcker rule)=은행이 자기자본이나 차입금으로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과 주식·채권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도. 단 주식 공모 과정에서의 증권 인수는 허용한다. 또 헤지·사모펀드를 소유하고 투자하는 데 제한을 둔다. 오는 2015년 7월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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