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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문의 검은 돌 흰 돌] 이세돌 "이번엔 졌지만 중국 벽 넘을 수 있다"

10~11일 중국 쑤저우에서 열린 삼성화재배 결승전에서 대국 중인 이세돌 9단(왼쪽)과 탕웨이싱 3단. 이세돌 9단은 살인적 일정에 피로가 누적돼 결정적 고비에서 사활을 착각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승부는 이세돌 9단의 0대2 패배. 이로써 올 마지막 세계대회인 삼성화재배도 중국에 돌아갔다. [사진 한국기원]

삼성화재배 결승(우승 상금 3억원, 준우승 1억원)에서 이세돌 9단이 중국의 신예 탕웨이싱 3단에게 2대 0으로 졌다. 승부를 지켜보는 게 나의 일이지만 이번의 패배는 정말 가슴이 아팠다.

첫째는 중국이 올해 치러진 6개의 세계대회를 모조리 휩쓰는 것을 막아내지 못했다는 게 쓰라렸다. 둘째는 하늘이 내린 천재도 세월을 이기지 못한다는 게 가슴이 아팠다. 세계대회를 16번이나 제패한 비금도 천재 이세돌 9단이 탕웨이싱이란 약관 20세의 중국 기사를 만나 저토록 힘겨운 승부를 치른다는 게 진정 믿어지지 않았다.

 이세돌 9단은 저녁 때 소주잔을 앞에 놓고 “나이 들면 왜 승부가 힘든지 알겠어요”라고 말했다. 올해 ‘90후’라 불리는 중국의 어린 기사들이 전차군단처럼 대거 몰려왔다. 응씨배는 판팅위(17), LG배는 스웨(22), 바이링배는 저우루이양(22), 춘란배는 천야오예(24), 몽백합배는 미위팅이 가져갔고 마지막 대회인 삼성화재배마저 끝내 탕웨이싱에게 넘어갔다. 이세돌은 30세다. 바둑도 어느 순간엔 100미터 달리기처럼 0.01초 차이의 순발력과 집중력이 승부를 가르는 것. 이번 승부도 그랬다

체력 바닥난 이세돌 승부처서 착각

10일 아침 결승 3번기 첫판이 중국 쑤저우(蘇州) 신라호텔에서 열렸다. 이세돌은 지난 4∼5일간 머릿속에서 바둑을 지웠다고 했다. 최근의 컨디션은 살인적 일정에 따른 피로감으로 최악이었고 10㎞를 40분 만에 거뜬히 달리던 무쇠 체력도 바닥이 났다. 그 여파인가. 초반의 불리를 잘 추격했으나 역전, 재역전을 거듭하는 피 말리는 접전 끝에 반 집을 지고 말았다. 이튿날(11일)의 2국은 중반까지 필승에 가까운 국면이었으나 승부의 결정적인 고비에서 사활을 착각해 후수를 잡고 말았다. 그로 인해 큰 손해를 입고 바둑은 순식간에 어려워졌다. 이세돌은 국후 “승부란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하는데 나는 두 판 모두 그걸 놓쳤다”고 고백했다.

바둑과 일상 생활의 조화가 숙제

패배한 이세돌 9단은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신예 군단을 이겨낼 수는 없는 것인가 묻자 “수가 많긴 하지만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혼잣말처럼 이렇게 덧붙였다. “바둑뿐이라면 어렵지 않지만 인생과 더불어 가야 하는데 그게 쉬울까요?” 자존심 강하고 수줍음 많은 이세돌 9단이 이처럼 속내를 드러내는 모습은 처음 봤다.

 치열함 없이는 일류 승부사가 될 수 없다. 승부에서의 치열함은 예술혼과도 통한다. 이세돌은 예민하고 날카로우며 예술적 영감이 넘치는 이 시대의 가장 치열한 승부사다. 하지만 그는 30세의 나이에 벌써 기러기 아빠이기도 하다. 승부와 생활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 승부세계에선 타고난 천재성으로 나이를 극복할 자신이 있지만 인생 문제는 진정 쉽지 않다는 것을 이세돌은 지나가는 말처럼 흘리고 있었다.

 한 중국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창호-이세돌 같은 천재를 만들 수는 없었지만 어린 기사들을 강하게 훈련하고 철저히 관리한 끝에 미위팅이나 탕웨이싱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맞는 얘기다. 한국은 천재들의 힘으로 20년 권좌를 지켰지만 그런 천재들이 계속 나올 수는 없다. 프로의 문을 활짝 열어 영재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길러내야 한다. 하지만 그건 한국 바둑계를 책임지는 한국기원이 할 일이고 우선은 이세돌 9단과 중국 ‘90후’들의 승부가 궁금하다. 올해는 이세돌이 졌지만 이세돌은 그들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이세돌 쪽에 걸고 싶다.

쑤저우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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