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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10명 중 8명, 내년 취업 비관

#이화여대 불문과 4학년생인 이모(24)씨는 지난 주말 가족회의 끝에 ‘대학 5학년’이 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 10여 곳에 입사지원서를 냈지만 아직까지 단 한 곳에도 합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한 과목 학점을 F로 만들고 다음 학기에 재수강할 생각이다. 이씨는 “토익 점수는 910점, 토익 스피킹은 레벨 6, 학점은 4.3점 만점에 3.8점이지만 서류전형을 통과하는 것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기업의 경우 여성 대졸 신입사원을 전체의 10% 정도밖에 안 뽑는 것 같아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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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도 취업에 실패한 대학생들이 대거 졸업을 유예하면서 ‘대학 5학년생’ ‘대학 6학년생’이 양산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내년에 대학교 졸업반이 돼 구직준비를 할 예비 취업 준비생(취준생)들 사이에선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한국은행·산업은행 등 금융권 취직을 위해 군 복무 중에도 회계·경제학 공부를 계속해 왔다는 예비 취준생 최형진(24·연세대 경제학과 3학년)씨는 “수능시험 볼 때도 재수생을 의식하듯이 취업할 때에도 이른바 ‘취업 재수생’들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계적으로도 내년 취업시장 기상도는 맑지 않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5일까지 20~30대 남녀 103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5명 중 4명(79.2%·823명)이 내년 취업시장 전망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낙관적’이라는 응답은 7.1%(74명), ‘보통’은 13.7%(142명)였다. 특히 여성 취준생들은 내년에도 취업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건강보험공단·근로복지공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8년 이후 30대 기업(매출액 기준) 신입사원 중 여성 비율은 31~35% 선에 그쳤다. 현대자동차 등에선 신입사원 중 여성 비율이 10~20%대였다.

 취업 전문가들도 내년 취업시장 전망을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다음 주로 예정된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판결은 내년도 취업 기상도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통상임금을 확대하는 판결이 확정될 경우 기업들이 신입사원 선발을 대거 축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 임원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 국내외 경제상황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통상임금 확대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경우 신규 채용에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연말이 다가오고 있지만 아직 내년 인력운용 계획을 논의도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증가가 대졸 취준생들에게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서미영 인크루트 상무는 “올해 채용시장을 분석한 결과 고졸 채용이 늘어나면서 대졸 채용인원은 감소한 측면이 있다”면서 “기업들이 일자리 자체를 더 많이 만드는 건 아니기 때문에 도리어 대졸 취준생들에게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영은 잡코리아 커뮤니케이션팀장도 “시간선택제 일자리 증가로 혜택을 볼 계층은 출산·육아로 직장을 그만뒀던 경력단절 여성이나 40~50대 중장년층”이라고 분석했다.

 ‘스펙 타파’ 등 열린 채용 기조로 인해 취준생들이 혼란을 겪었던 현상도 내년에 그대로 재연될 전망이다. 현 팀장은 “스펙을 보지 않는다고 하면 객관적 평가기준이 사라지기 때문에 취준생들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영어공부만 잘하면 됐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공모전에 참여해야만 하고, 인턴 지원도 해야 하며, 마케팅 등 직무 관련 서적도 열심히 읽어야 하는 시대”라고 조언했다. 반면 또 다른 취업 컨설턴트는 “사회적으로는 스펙을 터부시하는 분위기지만 지원자만 1만 명이 넘는 대기업 입장에선 서류전형에서 스펙을 보지 않을 수 없다”며 “실질적으로는 학점·토익·자격증 등 스펙을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2030세대가 보기에도 스펙은 여전히 취업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인크루트가 ‘취업시장 최신 트렌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주관식으로 물어보자 20~30대는 ‘스펙’(207명)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 다음 ‘좁은 일자리’(66명), ‘역량·능력’(41명), ‘열린 채용·스펙 초월’(33명), ‘창의력’(30명), ‘열린 채용의 부작용’(29명) 순이었다.

 한편 올해 취업시장에선 향후 시장을 예측할 수 있는 신조어도 많이 생겨났다. ‘A매치 데이’는 원래 축구 국가대표팀 간 경기일을 의미하지만 채용시장에서 주요 대기업·금융업체들의 인성·적성평가, 필기시험이 몰려 있는 날을 지칭한다. 올해에는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의 인성·적성평가일이 겹쳤던 4월 7일, 한은·금감원 등 6대 금융공기업의 필기시험일이 겹쳤던 10월 19일이 A매치 데이였다. 기존 취업 5대 스펙(학벌·학점·토익·어학연수·자격증)에 최근 기업들이 정성적 평가요소로 강조하는 봉사활동·인턴경험·수상경력을 포함한 ‘취업 8대 스펙’도 올해 들어 생겨난 말이다. ‘페이스펙’은 얼굴을 뜻하는 영어 단어 ‘페이스(face)’와 ‘스펙(spec)’의 합성어로, 얼굴도 학벌·학점·토익 등과 같이 그 사람의 중요한 스펙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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