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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철도 파업, 정부의 준비 없는 치킨게임

김기찬
경제부문 선임기자
철도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마자 코레일은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 수천 명을 직위해제했다. 초스피드 강공이다. 정부와 코레일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정부의 대책이 꼬이고 있다. ‘불법파업’에 대한 대국민 홍보 외에는 별다른 묘수를 내놓지 못했다. 여론에 호소해 노조를 압박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얘기다. 철도노조가 파업을 할 때마다 봐왔던, 익숙한 모습이다.

 이 와중에 12일 새벽 경북 의성에서 화물차 탈선사고가 났다. 화물열차 운행률은 30%대로 뚝 떨어졌다. 여객수송도 차질을 빚고 있다. 시민과 업계의 불편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철도노조의 파업은 올해 초부터 예고돼 있었다. 그동안 코레일과 정부가 마련한 대책이 이 정도 수준이라는 게 의아할 지경이다.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도 공공부문 노조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하지만 이들은 국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미리 마련했고, 결국 노조를 굴복시켰다.

 레이건 행정부는 1981년 2월 항공관제사 노조가 파업할 조짐을 보이자 퇴직하거나 군에 소속된 관제사를 훈련시켰다. 부당노동행위가 아닌지 변호사를 통해 법률 검토까지 했다. 그리고 8월, 관제사들이 일제히 파업을 결행하자 4시간 만에 복귀명령을 내렸다. 복귀하지 않은 1만3000여 명을 해고하고, 다른 공공부문 취업도 막았다. 공항이 다소 차질을 빚었지만 정상적으로 운영된 것은 물론이다. 이후 공공부문 파업은 잦아들었다.

 대처 전 총리는 집권 이전의 히스 정권을 굴복시킬 정도로 막강했던 석탄노조와 일전을 앞두고 법을 정비했다. 노사분규에 따른 손해에 대해 민사상 배상을 받을 수 있게 했다. 1년치 석탄도 준비했다. 파업했던 노조는 민사소송으로 노조자금이 동결되고, 파업을 해도 국민 불편과 같은 파급효과가 없자 쟁의행위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노조만 상대한 것이 아니었다.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먼저 생각했다. 그게 자신들의 이익을 쟁취하기 위해 파업에 들어간 노조와, 국민을 우선시하는 정부의 다른 점이었고 노조의 굴복을 이끌어낸 힘이었다.

 우리는 파업이 일어나야 정부가 움직인다. 그나마 기껏해야 성명서를 발표하고, 파업에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정도다. 노조에 강하게 대처하면서 정부의 힘을 보여주는 대응방식도 빠지지 않는다. 국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준비는 거의 없다. 그래서 국민 불편 뒤에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안이함이 한몫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기찬 경제부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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