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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국정원을 위한 변명

이영종
정치국제부문 차장
불안했다.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진 게 맞느냐”고 다그치는 정치권의 목소리에 자신 없어 하는 눈빛이 안쓰러웠다. 댓글 사태를 덮기 위한 ‘과장보고’ 논란에 휘말리자 국가 최고 정보기관은 당혹해하는 표정이었다. ‘혹시 아니면 어쩌지’하며 마음 졸이는 듯했다. ‘장성택 실각설’과 관련한 국가정보원의 국회 정보위 보고가 이뤄진 지난 3일 벌어진 상황이다.



 엿새 만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북한 관영TV는 장성택 숙청 장면을 생생히 전했다. 29살 처조카가 보는 앞에서 몰락하는 고모부 장성택(67·전 국방위 부위원장)의 모습은 충격이었다. 이미 부하들이 공개총살 당하는 예고편이 있었지만 놀라움은 반감되지 않았다. 장성택이 북한 권력에서 다져온 2인자로서의 절대적 위상과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에 후견인으로 기여한 점에 비춰보면 더욱 그랬다. 상황은 ‘실각설’을 훨씬 뛰어넘는 구체적인 전개로 이어지고 있다.



 설마 하며 국정원 보고를 반신반의하거나 힐난하던 정치권 일부 안보통들은 할 말을 잃었다. 평양의 권력체제를 꽤나 잘 분석하고 내다본다는 몇몇 북한 전문가들도 엇나갔다. “장성택이 그렇게 됐을 리 없다”거나 “공개처형이란 게 북한에서 사라진 지 오래”라며 국정원과 박근혜정부에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는 데 치중하다 판단력이 흐려진 것이다.



 국정원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대북 파트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북한이 이렇게 적나라하게 까고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실각 가능성을 국회에 보고하면서도 우려했던 게 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장성택 숙청 사실에 대해 철저히 보안을 유지해 우리 정보기관의 추적을 따돌리고 사태를 미궁에 빠트려버리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국정원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궁지에 몰리게 됐을 것이란 얘기다. 댓글 사태에 이어 ‘장성택 실각 부풀리기’ 의혹이 ‘국정원 흔들기 시즌2’로 이어졌을 것이란 주장이다. 관계자는 “김정은 정권이 그럴 여유가 없을 정도로 권력 내부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해 보인다”고 귀띔했다.



 대북 감시·정보망이 대박을 냈지만 국정원은 냉가슴이다. 정보기관의 존재이유를 유감없이 과시했지만 어디에서도 “잘했다”는 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스스로 떠들썩하게 광고를 할 수도 없는 법이다. 음지에서 일해야 하는 게 숙명이라지만 맥 빠져 하는 분위기는 감지된다.



 국가정보기관의 정치적 중립은 무엇보다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가치다. 스스로의 노력과 함께 국민합의에 의한 제도적 장치도 보완·발전돼야 한다. 하지만 정치권과 사회 일각의 소모적 논란 와중에 정보기관의 눈이 멀고 귀가 막혀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잘못에 대해서는 따끔한 질책을 해야겠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냈을 때는 박수갈채도 아끼지 말았으면 한다. 교각살우(矯角殺牛)는 누구에게도 득이 될 수 없다.



이영종 정치국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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