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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정제 맞고 온몸에 욕창 … 동물 번식장은 동물 지옥

인천의 한 미신고 반려견 번식장. 어미개들은 평생 좁은 우리에 갇혀 1년에 두세 번씩 새끼를 낳는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신고 번식장은 전국에 800~1000개에 달한다. [사진 동물자유연대]


지난 1일 경기도 포천시 외곽의 산기슭에 위치한 한 반려견 번식장. 컨테이너로 지은 가건물에서 개 짖는 소리와 함께 코를 찌르는 악취가 풍겨 나왔다.

[이슈추적] 2년 된 신고 의무제 유명무실 … 1000여 곳 중 49곳만 합법
우리에 배설물 가득 환기도 안 돼
2개월 안 된 새끼 불법 판매 판쳐
어미는 출산기계 … 개 등 학대 심각
지자체선 강제할 권한 없어 무대책



 가건물 안에는 어미개를 사육하는 우리 100여 개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요크셔테리어·마티즈 등 소형견들은 햇볕이 들지 않는 좁은 우리 속에서 짖어댔다. 바닥에는 개의 배설물로 보이는 이물질이 가득했다. 확인해보니 이 번식장은 지자체에 신고되지 않은 불법 건축물이었다. 위생 시설은커녕 채광·환기도 되지 않았다. 동물보호법을 위반한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곳에서 어미개가 낳은 강아지는 경매장을 거쳐 대형마트·동물병원·애완동물 판매점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유통된다. 최종 소비자에게는 보통 마리당 40만~50만원에 팔린다. 위생 불량의 환경에서 자란 개들이 버젓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미신고 번식장이 동물 학대와 착취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리 주체인 정부나 지자체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당수 번식장에서 불결한 환경을 견디게 하려고 어미개에게 항생제를 맞히거나 새끼를 빨리 낳도록 발정촉진제를 주사하고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지난 1일 경기 성남의 또 다른 동물 번식장. 이곳 우리에 걸려 있는 사육일지에는 항생제·발정촉진제 접종 일자와 출산 일자가 3~4개월 단위로 빽빽이 적혀 있었다.





 동물자유연대 채희경 간사는 10일 “전국 번식장의 95% 이상이 미신고 시설로 추정된다”며 “번식장 대다수가 동물보호법을 명백히 위반하면서 영업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기순 정책국장은 “어미개는 더럽고 좁은 우리에서 1년에 두세 번씩 기계처럼 출산만 하다 온몸에 욕창이 생기고 장기가 망가져 죽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런 어미개에게서 나온 새끼들은 대부분 면역력이 약해 잔병치레가 심하다. 게다가 판매 가능 월령(月齡)에 못 미치는 강아지가 유통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주 경기도 양주의 한 반려견 번식장을 찾았더니 운영자 민모(43·여)씨가 애완견 판매점 등을 통해 경매로 팔 강아지를 모으고 있었다.



 민씨는 “태어난 지 한 달쯤 된 강아지인데 두 달이 지나면 젖살이 빠져 보기 싫어지기 때문에 지금쯤 내다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2개월이 안 된 개를 파는 건 금지돼 있다. 면역력이 약해 병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다.



 최근 유기 동물이 늘어나는 것도 번식장의 불법 영업 행태와 무관치 않다고 한다. 김 사무총장은 “불법 번식장을 통해 유통된 강아지는 병치레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한 주인들이 길거리에 버리면서 유기견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지난해 2월부터 ‘동물 생산업 신고제’를 운영 중이다. 개·고양이·햄스터·토끼·패럿·기니피그 등의 동물 번식장을 지자체에 신고토록 의무화했다. 미신고 동물 번식장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기 위한 제도다. 반려동물생산자협회가 파악하고 있는 전국의 애견 번식장은 800~1000개. 그러나 현재 신고된 번식장은 49곳(약 5%)에 불과하다.



 번식장들이 신고를 꺼리는 건 시설 개선 비용이나 세금 때문이다. 미신고 번식장은 버려진 폐사 등 도시 외곽의 불법 건축물에서 몰래 영업하는 경우가 많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미신고 번식장은 소득이 추산되지 않아 세금을 걷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나 지자체는 속수무책이다. 포천시청 관계자는 “생산업자들은 단속에 걸리면 종종 ‘나는 판매업자’라고 발뺌해 빠져나간다”며 “수사권이 없어 판매 장부를 들춰볼 수도 없고 신고를 강제할 권한도 없어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미신고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도 1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낮다. 신고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동물을위한행동’ 전경옥 대표는 “적발 시 처벌 수위를 강화하고 단속의 강도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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