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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해 살리고 이·팔 공존 물길 뚫고 … 홍해서 답을 찾다

요르단과 이스라엘 사이에 있는 동서 15㎞, 남북 80㎞ 규모의 사해(死海·Dead Sea)는 이름 그대로 죽어가고 있다. 북쪽 요르단강에서 유입되는 수량이 급감한 데다 기후변화로 강수량이 줄면서 해마다 수심이 1m씩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2050년엔 호수 바닥이 드러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요르단·이스라엘·팔레스타인 '홍해~사해 파이프라인' 협정

 이처럼 급속히 말라가는 사해를 빈사상태에서 구해낼 방안이 합의됐다. 이스라엘·요르단·팔레스타인 3국은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세계은행 본부에서 홍해와 사해를 연결하는 파이프라인 건설 협정에 서명했다. 협정은 요르단 남부 아카바만에서 북쪽 사해까지 길이 180㎞의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고 아카바시에 대규모 담수처리공장을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해마다 홍해 바닷물 2억t을 퍼올려서 아카바 공장에서 담수화한 뒤 남는 고농도 염수를 파이프를 통해 사해로 보낸다. 염도가 높은 사해 물에 바닷물을 섞어 수량을 유지한다는 구상이다.



 표면적으론 ‘사해 살리기’가 주목받지만 이 협정의 보다 큰 중요성은 다른 데 있다. 만성적인 물 부족 국가들인 사해 주변 3국이 일종의 ‘물 평화협정’을 체결한 것이다. ‘홍해-사해 프로젝트’가 실현되면 매년 8000만~1억t의 담수가 생산된다. 이 가운데 5000만t이 이스라엘 아라바 지역 일대에, 3000만t이 요르단 남부에 공급된다. 요르단은 이 밖에 이스라엘 영토 갈릴리 호수에서 퍼올리는 담수 5000만t의 접근권을 보장받았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는 이스라엘로부터 3000만t의 담수를 적정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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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가는 사해에 바닷물 섞어 수량 유지



 이스라엘의 실반 샬롬 자원지역개발장관은 서명 후 “역사적인 협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홍해-사해 연결 프로젝트’는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적 구상이라고 인터넷 매체인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이 전했다. 이전까진 홍해와 사해 사이에 운하를 파는 방안이 연구됐지만 이번 파이프라인 건설은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요르단 국토를 통과하게 될 파이프라인 건설엔 향후 5년간 5억~10억 달러가 필요하다. 사해 3국은 민간 투자를 유치하는 한편 세계은행으로부터 차관을 유치할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가 3국의 ‘물 평화협정’으로 해석되는 것은 이들 간에 물 분쟁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 핵심은 이 지역의 젖줄 요르단강이다. 요르단강을 경계로 요르단과 마주한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이래 줄기차게 수원 확보 다툼을 벌였다. 그러다 67년 중동전쟁에서 승리해 사해와 그 남단의 요르단 영토를 점령하면서 요르단강 개발권을 거머쥐었다. 93년 점령지를 요르단에 반환했지만 이스라엘은 요르단에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조건으로 요르단강 유역의 수자원개발권을 확보한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과 영토 분쟁을 벌이는 팔레스타인은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들어서 있는 서안지구는 요르단강 서쪽을 뜻하지만 정작 이들은 요르단강 물을 끌어다 쓸 수 없다. 유일한 물 공급원인 서안지구 지하 산지 대수층에서 물을 뽑아내는 권리도 이스라엘이 84%를 차지한 반면 팔레스타인은 16%에 불과하다.



 게다가 서안지구에 유대인 정착촌이 확대되면서 정착민과 팔레스타인 주민 사이에 물 다툼도 거세지고 있다. 서안지구 라말라 인근에 있는 나비 살레 마을에선 최근 유혈사태까지 발생했다. 유대인 정착민들에게 식수원 접근권을 뺏기고 만성적인 물 부족에 시달리던 팔레스타인인들이 시위에 나서자 이스라엘군이 무력진압을 벌여 마을 주민 두 명이 사망했다.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에 따르면 부상자도 200명에 이른다.



연간 1억t은 담수화해 3국 물 부족 해결



 이 지역의 팔레스타인인 주민들은 이스라엘이 식수원 주변 지역을 ‘고고학 발굴지역’으로 선포해 접근을 막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본지 기자가 만난 지역주민 마날 타미미(40·여)는 “수도 시설도 이스라엘 회사가 관리해 수도꼭지를 틀어도 물이 나오지 않을 때가 많다. 우리가 물을 쓸 수 있는 시간은 1주일에 고작 12시간 정도로 제한돼 있다”고 말했다. UNOCHA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인 1명이 하루에 쓰는 물의 양은 70L로 국제보건기구가 권장하는 100L를 한참 밑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이스라엘 방문을 이틀 앞두고 체결된 이번 협정을 두고 외신들은 중동 평화에 적잖은 기여를 할 것으로 평가한다. 식수만 안정적으로 공급돼도 이·팔 주민 간 마찰의 소지가 크게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식수원 싸움 숨통 … “중동평화 기여할 것”



 하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재원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180㎞나 되는 파이프라인 설치가 수년 내 가능할까 하는 점이다. 게다가 이 파이프라인을 통해 사해 고갈을 방지한다는 구상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매년 1억t의 물을 들이붓는다 해도 사해 고갈을 막으려면 이보다 7배 더 많은 물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바닷물을 사해에 붓는 게 환경 재앙을 부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홍해 미생물이 사해에 휩쓸려 들어갈 경우 토종 생물들과 어떤 불화를 일으킬지 모른다는 우려다. 환경단체 ‘지구 중동의 친구들’ 대변인 미라 에델스타인은 미 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물 공급 프로젝트는 환영할 만하지만 사해 문제는 별개다. 담수든 바닷물이든 섞었을 때 사해의 고유한 특성이 훼손될 수 있고 어떤 생태학적 부작용이 생길지 모른다”고 말했다.



강혜란·유지혜 기자



해수면보다 낮고 염분도 5~7배 높은 호수 … 생물체 못 살아



◆사해(死海·Dead Sea)=이스라엘과 요르단에 걸쳐 있는 사해는 표면적 810㎢, 최대 깊이 378m, 평균 깊이 118m에 이르는 염호(鹽湖)다. 시리아에서 모잠비크까지 20개국에 걸쳐 이어지는 세계 최대의 지구대인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에 위치하고 있다. 300만 년 전쯤 지중해의 지속적인 범람으로 인해 석호(潟湖)가 형성됐고 200만 년 전쯤 지중해와 지구대 사이의 땅이 융기하며 바닷물이 흘러들지 않게 됐다는 설이 있다. 사해는 호면이 해수면보다 417m 낮아 지표상 최저점을 이룬다. 북쪽으로부터 요르단강이 흘러들지만 건조한 기후 탓에 유입 수량과 거의 같은 양의 수분이 증발한다. 염도가 표면수에서 20%(해수의 약 5배), 저층수에서는 30%에 이른다. 아프리카 지부티의 아살 호수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생물체가 살 수 없어 사해라는 이름이 붙었다. 염분 농도가 워낙 높다 보니 사람이 들어가도 가라앉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여기서 채취되는 소금은 피부병 등 치유 효과가 있고 진흙은 미용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사해 주변은 고대 문명, 특히 초창기 그리스도교가 발원·발전한 곳이다. 구약성서에서도 사해가 ‘소금의 바다(Yam ha-Melah)’ 등의 이름으로 종종 나온다. 북쪽 칼리야와 남쪽 소돔 등에서는 호숫물의 염분에서 염화칼륨·브롬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일대에서 천연가스 개발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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