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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신 등골 브레이커 '캐몽' 패딩



등골 브레이커. 2008년쯤 중·고생 사이에 선풍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의 패딩 점퍼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부모 등골이 휠 정도로 경제적 부담을 안긴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20만원대의 비교적 싼 모델도 있지만 적어도 70만원대는 입어야 또래 집단 사이에서 대장 계급에 올라설수 있어 너도나도 값비싼 제품을 사달라고 부모를 졸라댔죠. 올해는 신(新) 등골 브레이커가 등장했습니다. ‘캐몽(캐나다구스+몽클레어)’이라고 불리는 100만원을 훌쩍 넘는 패딩 브랜드입니다. 이렇게 비싼데도 백화점에서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니 ‘캐몽’ 열풍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갑니다. 교과서와 신문을 통해 청소년들이 이른바 명품 패딩에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또 문제점은 없는지 생각해봅시다.



생각해볼 문제



얼마 전 부산의 한 학생이 친구 집에 들어가 옷을 훔친 혐의로 붙잡혔습니다. 지난해 2월에는 다른 학생이 입고 있는 옷을 빼앗은 10대 12명이 불구속 입건됐죠. 그런가 하면 2011년에는 아들에게 옷을 사주기 위해 새벽작업에 나선 인천 공항철도 노무자가 열차사고로 사망했습니다. 학생을 절도범으로 만들고, 학교폭력의 주요 원인이 되고, 부모 등골을 휘게 만드는 주인공, 바로 패딩 점퍼입니다.



 ‘캐몽’이 학생 사이에 본격적으로 회자된 건 지난해부터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설 연휴를 맞아 가족과 함께 청와대 인근 통인시장을 찾았는데, 손녀가 입고 있던 옷이 몽클레어의 프리미엄 패딩이었던 거죠.



 사람들이 몇 백만원짜리 패딩을 갖고 싶어 하는 건 자기과시 현상의 하나입니다. 비싼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수단인 셈이죠. 문제는 청소년까지 이런 걸 따라 하고 있다는 겁니다. 몇 년 전까지 노스페이스에 만족하던 학생들이 이제 ‘캐몽’을 원하고 있습니다. “남들 다 입는 건 싫다”는 이유인데요. 또래집단의 유행을 따라가 소속감을 가지려는 시도와 함께 과시소비를 통해 튀고 싶은 욕망을 동시에 표출하는 거죠. 중앙일보 2011년 12월 21일자 기사에선 ‘웬만해선 계층 상승을 꿈꾸기 힘든 세상에, 불안과 좌절을 옷으로 견뎌내보려는 시도’라고 해석합니다. 아이들이 진짜로 원하는 건 ‘간지’가 아니라 위안과 희망이랍니다.



왼쪽 QR코드를 찍으면 값비싼 패딩 관련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늘어나는 건 부모의 부담입니다 우리 아이 기 죽이기 싫어서 지갑을 엽니다. 하지만 원하는 걸 사주는 게 만능 해결사는 아닙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가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프리미엄 패딩 열풍은) 자녀의 자부심이 떨어져 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라며 “고가(高價)나 특별한 옷을 입으면 ‘내가 더 인정받지 않을까’라는 심리가 작용한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정말 중요한 건 아이 스스로 올바른 가치관을 갖도록 돕는 겁니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는 겉모습에 좌우되지 않으니까요. 더군다나 중앙일보의 11월 30일자 기사를 보면 이런 패딩이 오히려 약골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하네요. 우리 몸을 과잉 보호할수록 신체 저항력은 길러지지 않는다는 거죠. 경제적 부담, 과시욕, 그리고 허약체질이 될 가능성을 높이는 3고(高) 제품인 프리미엄 패딩을 열망하는 심리에 대해 교과서에서는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봅시다.



교과서 속 대안과 해결책

남의 눈 의식하는 사회가 낳은 사치




 학생이 비싼 패딩을 원하는 심리는 중학교 가정 교과서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청소년기 지적발달 과정에는 자기중심적 사고가 포함돼 있습니다. 자신의 관심사에만 집중해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걸 말합니다. 이 같은 자기중심적 사고는 ‘상상 속의 관중’과 ‘개인적 우화’라는 심리적 특성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상상 속의 관중’은 자신을 무대 위 주인공, 다른 사람은 관중이라고 착각하는 걸 말합니다. 청소년이 연예인 옷차림을 따라 하며 외모에 신경을 쓰는 것도 이런 이유인 거죠. ‘개인적 우화’는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여긴 나머지 스스로를 다른 사람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하는 걸 말합니다. ‘교복 패딩’이라고 불리는 노스페이스가 있지만, 남들과 다른 특별한 제품인 몽클레어를 갖고 싶어 하는 거죠.



 사회 분위기도 소비에 영향을 끼칩니다.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를 보면 실용적 사회에서는 시간절약형, 기능성 제품을 선택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자제하는 반면 위신과 대외적 평가를 중시하는 사회에서는 과소비 현상이 나타난다고 나와 있습니다. 프리미엄 패딩을 없어 못 파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위신과 대외적 평가를 중시한다는 걸 분명히 드러내는 셈입니다.



 결국 모든 것은 자본주의 발달과정에서 발생한 대중사회의 산물입니다. 대중사회 이전에는 소수의 지배층만 소비의 주체자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대다수가 경제적 여유를 누릴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금은 자아정체성이 형성되지 않은 청소년까지 소비의 주체자로 만들어 유행만 좇는 획일적인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소비하는 계층의 폭이 넓어지면서 역설적으로 대중소외를 심화시키기도 합니다. 많은 학생이 “노스페이스를 안 입으면 왕따 당한다”며 부모를 압박한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바로잡을 방법은 없을까요. 가장 시급한 건 100만원이 넘는 고가 제품이 학생에게 사치라는 걸 알려주는 겁니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는 사치를 멀리하고, 검소하게 사는 것을 강조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익은 ‘사치스러운 풍속’에서 “재물을 풍족하게 하려면 탐욕을 제거하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고, 탐욕을 그치게 하려면 검소한 것을 숭상하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으며, 검소한 것을 숭상하는 길은 다시 어진 사람을 우선하고 문벌을 버리어, 재물을 만들기가 몹시 괴롭다는 것을 알게 하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부모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준다는 걸 알면서도 프리미엄 패딩을 사달라고 조르는 행동이야말로 대표적인 사치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자료 제공=명덕외고 김영민(국어)· 최서희(국어)·한민석(사회) 교사, 청운중 유정민(기술가정) 교사



글·정리=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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