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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락 태국 총리 "의회 해산" 승부수

총리가 의회 해산을 선언하고 반정부 시위대가 총리 관저 포위로 맞서며 태국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는 9일 오전(현지시간) 현지 TV에 나와 “각계에서 의견을 청취한 결과 왕실에 의회 해산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며 “의회 해산은 민주주의 체제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후 선거관리위원회 대변인은 “내년 2월 2일 총선을 치르기로 결정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잉락 총리의 의회 해산 선언은 이날을 ‘결전의 날’로 선언한 시위대와 야권에 맞선 승부수다. 수텝 트악수반 전 부총리가 이끄는 반정부 시위대와 제1야당인 민주당은 당초 잉락 정권 퇴진과 함께 선거를 통하지 않고 ‘국민회의’를 구성해 새 정부의 내각을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잉락은 8일 “국민회의 구성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역제안한 데 이어, 바로 다음 날 의회 해산을 요청했다. 이런 잉락의 대응에 야권은 더욱 거세게 맞섰다. 총리가 의회 해산을 발표하자 방콕 시내 정부 청사를 점거 중이던 시위대는 총리 관저로 방향을 틀었다. 오토바이들이 시위대의 선봉에 섰고 차량 약 50대도 동참했다고 태국 PBS방송은 전했다. 전날 총사퇴를 선언한 민주당 의원들도 나섰으며 15만 명을 넘은 시위대는 이날 오전부터 총리 관저를 포위했다.

 양측의 이 같은 대응방식 배경엔 각각 과거 ‘승리의 기억’이 자리하고 있다. 잉락의 오빠인 탁신 친나왓은 총리로 있던 2006년 2월 대규모 탈세 의혹으로 반정부 시위가 거세지자 이번처럼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발표했다. 두 달 후 실시된 총선에서 탁신의 타이락타이당이 압승을 거둬 권좌를 유지할 수 있었다. 태국 북부지역과 도시 서민들의 지지를 받는 탁신 진영은 2000년 이후 5번 실시된 총선에서 모두 승리했다.

 반면 반(反)탁신 진영은 실력행사로 정권을 잡은 경험이 있다. 탁신 총리 시절인 2008년 8~12월 총리 공관 등 정부기관을 장기 점거한 끝에 태국 헌법재판소로부터 친탁신 정당의 해산 판결을 이끌어내 정권을 획득했다. 군부의 개입은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장성 중 대부분이 반탁신 성향인 군부는 2006년 9월 쿠데타를 일으켜 탁신 정권을 한 차례 전복한 바 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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