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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중범죄 적용 … 정치범 수용소서 막노동 할 수도

김정은이 8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장성택(원)은 이 사진(노동신문 9일자 1면)에 찍힐 때까지는 체포되지 않았다. [사진 노동신문]

지난 8일 열린 북한의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는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정치적 생명이 끝났음을 알리는 일종의 사형 선고였다. 육체적 생명은 유한하지만, 정치적 생명은 무한하다는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을 표방하는 북한에서 정치적 생명줄을 끊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9일 이례적으로 장성택의 죄행과 처벌 내용을 대내외에 공개했다.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고, 일체의 칭호를 박탈하며, 노동당에서 출당시키고, 제명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로써 그는 국방위 부위원장, 당정치국 위원, 당 중앙군사위 위원, 당 행정부장, 당 중앙위 위원, 인민군 대장, 최고인민회의 12기 대의원,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 우위 국가인 북한에서 출당은 군인에게 군복을 벗기는 조치나 다름없다.

 익명을 원한 탈북자는 “북한에서 당원 자격은 돈으로라도 사고 싶은 모든 사람의 꿈”이라며 “고위 인물을 좌천시킬 때 출당, 제명시키는 일은 드물다”고 말했다. 여기에 훈장과 군의 대장계급 등 칭호를 박탈한 것은 67년간 그의 행적을 부정함으로써 역사에서 아예 지워버리겠다는 뜻이다. 2인자에서 하루아침에 노동자보다도 못한 처지로 전락한 것이다. 중앙대 이정철(정치외교) 교수는 “장성택 개인으로서는 공개총살에 버금가는 처벌과 다름없다”며 “그가 김일성의 사위이자 김정은의 고모부라는 사실을 북한 주민들 모두가 알고 있는데 북한이 가장 무거운 죄로 다루는 반당반혁명 종파분자로 규정해 공개한 것은 재기를 불가능하게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그가 체포되는 장면도 공개했다. 주민들에겐 공포를 극대화하고 장성택에겐 공개 모욕을 줌으로써 헤어날 수 없는 좌절감을 맛보게 하려는 것이다. 사진을 분석한 정부 당국자는 “장성택은 당 정치국 위원으로 지도부 가운데서도 상위권에 포함됐던 인물”이라며 “그의 당내 위치를 고려하면 테이블이 있는 맨 앞줄에 앉았어야 하지만 두 번째 줄 가운데에 있다가 잡혀 나갔다”고 지적했다. 장성택을 가운데 앉혀 시선을 끌게 한 뒤 체포한 것인데, 체포장면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사전 연출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장성택에 대한 처벌이 끝난 게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의 죄목이 북한 사회에서 가장 중범죄로 취급하는 반당반혁명적 종파사건 주모자인 데다 이미 장성택과 같은 혐의를 받은 측근 2명(이용하 당 행정부 제1부부장, 장수길 행정부 부부장)이 공개총살을 당한 만큼 장성택에게도 추가적인 사법처리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정치범 수용소행을 거론하기도 한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은 “반당혐의를 받은 사람들 대부분은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진다”며 “지방으로 내려가 막노동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날 북한의 공개 내용을 봐서는 살아있는 게 다행일 정도로 엄중하게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 체류하고 있던 그의 가족들을 긴급 소환하고 있는 점으로 미뤄 친인척들에 대한 처벌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부인인 김경희의 경우 별거생활을 한 지 오래인 데다 김정은의 유일한 버팀목 역할을 하는 고모라는 점에서 칼날을 피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장성택 세력에 대한 숙청작업이 이뤄짐에 따라 대대적인 인사폭풍이 휘몰아칠 것이란 관측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내부에서 장성택의 영향력이 당초에 알려졌던 것보다 큰 것으로 파악됐다”며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외자유치와 경제 재건을 위해 힘을 실어줬던 합영투자위원회와 국가개발위원회 등 경제분야에서부터 군부까지 다양하게 그의 사람들이 포진돼 이들에 대한 인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택과 당 행정부 해체 수준에 그치지 않고 그와 연이 닿은 모든 인사에 대한 ‘청산작업’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정용수 기자

반당반혁명 종파행위

북한이 중앙위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어 장성택 제거를 결정하면서 내세운 범죄 혐의로, 북한에선 가장 중한 범죄로 통한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유일영도체계를 따르지 않고 저항하면서 독자적인 자기 세력을 만들어 쿠데타를 모의했다는 것이다. 우리로 치면 내란음모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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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