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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격 좋지만 체력 떨어지는 러시아, 속도로 잡아라

한국은 지난달 19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러시아와 평가전을 치렀다. 김신욱이 선제골을 터트렸지만 1-2로 역전패했다. 사진은 손흥민(오른쪽)이 러시아 수비를 등지고 공을 컨트롤하는 모습. [사진 대한축구협회]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위태롭지 않다. 한국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에서 러시아(6월 18일), 알제리(6월 23일), 벨기에(6월 27일)를 차례로 상대한다. 월드컵은 6개월 넘게 남았지만 벌써 정보전은 시작됐다. 마르크 빌모츠 벨기에 감독은 “한국을 낱낱이 분석할 것”이라 말했고, 알제리 언론은 한국을 두고 “멈추지 않고 짐승처럼 달린다”고 평가했 다. 본지는 상대국 축구를 경험한 선수와 전문 해설위원을 통해 월드컵 H조 소속팀을 분석하는 시리즈를 연재한다.


한국은 6월 18일 오전 7시 브라질 쿠이아바의 판타나우 아레나에서 러시아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H조 1차전을 치른다. 사상 첫 원정 8강을 위해서는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러시아 프리미어리그에서 뛰었던 김동진(31·항저우)과 오범석(29·경찰축구단)에게 러시아 축구의 특징을 들어봤다. 김동진은 2006년부터 4시즌간 제니트에서 활약했고, 2008년 유로파리그 우승을 경험했다. 오범석은 2008년부터 2년간 사마라에서 뛰었다.

김동진(左), 오범석(右)
 - 러시아 축구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김동진(이하 김): 러시아의 석유, 천연가스 재벌들이 프로축구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다. 자국 리그 대우가 좋아져 스타 플레이어도 해외진출에 큰 욕심을 안 낸다. 지난달 한국과 평가전(2-1 러시아 승) 때 러시아는 선수 전원이 국내파였다. 같은 리그에서 뛰고 훈련할 시간도 많아 조직력이 좋다.

 오범석(이하 오): 추운 날씨 탓인지 동료에게 살갑게 대하지는 않지만 경기장 안에서는 죽기 살기로 뛴다. 사생활이 자유분방한 서유럽 선수와 달리 평소 생활도 규칙적인 건 한국 선수와 비슷한 점이다.

 김: 애국심이 투철한 점도 한국과 닮았다. 러시아가 유로 2008 4강에 진출했을 때 러시아는 대회에 참가하지 못한 선수들도 광적으로 응원했다. 2008년 제니트에서 뛸 때 유로파리그 4강에서 강호 바이에른 뮌헨(독일)을 만났다. 외국 팀과 경기하면 선수들이 더 똘똘 뭉친다.

 - 경기장 안에서 특징은 무엇인가.

 김: 다혈질이고 거칠다.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티 안 나게 파울을 많이 한다. 신경전을 펼친 상대에게는 심판 몰래 거친 태클을 하거나 헤딩할 때 팔꿈치로 가격도 잘한다. 우리는 러시아가 쉽게 흥분하는 걸 역이용해야 한다.

 오: 선수들 체격 조건이 정말 좋다. 반면 민첩성과 체력은 우리보다 떨어진다. 우리는 많이 뛰고 빠르다는 강점을 극대화해야 한다. 충분히 이길 수 있다.

 - 경계할 선수는.

 김: 제니트 옛 동료 3인방이다. 로만 시로코프(32·제니트)는 미드필드에서 모든 포지션을 맡을 수 있다. 득점력·패싱력·킥력을 두루 갖췄다. 구자철(24·볼프스부르크)과 비슷한 스타일이다. 빅토르 파이줄린(27·제니트)은 하대성(28·서울)처럼 볼을 예쁘게 차는 미드필더다. 이번 유럽예선에서 5골을 넣은 공격수 알렉산드르 케르자코프(31·제니트)는 키가 1m76㎝로 작은 편이다. 하지만 페널티 지역 안에서는 슈팅력과 골 결정력이 엄청나다. ‘러시아의 앨런 시어러(영국 축구 전설)’라 불린다.

 오: 사마라에서 왼쪽 풀백으로 뛸 때 CSKA 모스크바 오른쪽 수비로 맞대결을 펼쳤던 유리 지르코프(30·디나모 모스크바)의 기량도 뛰어나다. 플레이에 여유가 넘치고 기술도 좋아 상당히 까다로웠다. 카펠로 감독이 중용하지 않고 있지만 안드레이 아르샤빈(32·제니트)도 위협적인 존재다. 정말 빠르고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경기 양상을 확 바꿀 수 있는 선수다.

 - 러시아 대표팀 전술은.

 김: 파비오 카펠로(67) 러시아 감독은 수비를 탄탄히 하면서 선 굵은 축구를 추구한다. 나카타 히데토시(36·은퇴)는 카펠로 감독과 이탈리아 AS로마에서 한솥밥을 먹을 때 ‘미드필더인데 볼터치 횟수가 몇 차례인지 정확히 기억날 정도로 공이 머리 위로만 지나 다녔다’고 말한 적이 있다. 우리는 압박 축구로 상대에 맞서며 기싸움에서도 밀리면 안 된다. 볼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움직임이 좋은 손흥민(21·레버쿠젠), 골이든 어시스트든 해결사 기질이 있는 이청용(25·볼턴)이 배후를 적극적으로 파고들면 승산이 있다.

 - 쿠이아바의 6월 평균 기온이 섭씨 30도다. 습도는 72%에 달한다.

 오: 사마라 시절 시베리아 지역 기온이 영하 40도까지 내려가 제3지역으로 옮겨서 경기를 한 적도 있다. 쿠이아바가 덥다고 하니 우리가 유리하다.

 김: 나도 제니트 시절 너무 추워서 축구화 깔창에 핫팩을 붙이고 뛰었다. 하지만 러시아는 여름에 해가 새벽까지 지지 않는 백야가 이어지고, 한국과 비슷한 섭씨 30~35도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습도가 높다면 한국이 유리할 것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 토고전처럼 조별리그 1차전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

송지훈·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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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