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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만에 속전속결 … 17일 김정일 2주기 앞두고 상황 끝

북한 조선중앙TV는 9일 오후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모든 직무에서 해임한 소식을 전하며 박봉주 내각 총리와 김기남 노동당 비서(왼쪽부터)가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장성택을 비판하는 화면을 내보냈다.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이만건 평안북도 당 책임비서도 비판에 가세했다. [사진 조선중앙TV]

북한의 2인자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숙청은 측근의 처형에서부터 장성택의 체포에까지 보름여 만에 이뤄졌다. 국정원이 ‘11월 하순’ 측근들이 공개 처형됐음을 확인한 뒤 북한 매체가 9일 장성택의 체포 장면을 공개 방송했다.

 장성택 실각설의 첫 징후는 그의 수족인 이용하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의 공개처형이다. 국정원이 “장성택이 해임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3일)고 판단했던 근거다. 하지만 북한군의 특이 동향은 포착되지 않았고, 북한 매체들의 보도에서 이상 징후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부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시적 해임이거나 실각했더라도 향후 재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사흘 후인 6일 장성택의 조카인 장용철 주말레이시아 대사와 매형인 전영진 주쿠바 대사 등이 보위부에 의해 강제로 귀국 조치된 게 정보당국에 포착됐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장성택의 매형과 조카가 강제 소환된 것은 사실”이라고 답변했다. 장성택 실각설이 아닌 실제 실각 가능성에 무게가 더 실리는 순간이었다. 7일엔 장성택 신변에 중대한 변화가 있음을 알리는 3단계 징후가 등장했다. 조선중앙TV는 그간 장성택이 등장했던 기록 영화에서 그의 모습을 삭제한 장면을 편집해 다시 내보냈다. 김정은이 등장하는 이른바 ‘1호 영상’에서 모습이 지워진 장성택의 실각이 확실시되는 징표였다. 하루 뒤인 8일엔 조선중앙통신의 웹사이트에서도 장성택과 관련된 기사가 사라진 게 확인됐다. 이로써 실각설은 더 구체화됐다.

 장성택 실각의 최종 단계는 북한의 공식 발표로 이뤄졌다. 통제 국가인 북한은 통상 실각 여부를 공개 발표하지 않아왔다. 하지만 관례를 깨고 9일 오전 5시55분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장성택의 ‘죄과’와 ‘해임’을 공식 발표했다. 통신은 8일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보도하며 “ 장성택이 감행한 반당반혁명적 종파 행위와 그 해독성·반동성이 낱낱이 폭로되었다”고 죄목을 열거했다. “장성택은 자기에 대한 환상을 조성하고 주위에 신념이 떨떨한 자들, 아첨분자들을 끌어당기면서 당 안에 분파를 형성하기 위해 악랄하게 책동했다”고도 했다.

 북한은 9시간여 후인 오후 3시18분엔 조선중앙TV를 통해 정치국 확대회의 현장 사진까지 공개했다. 가운데 앉아 있던 장성택이 군복을 입은 인민보안원 두 명에게 끌려 나가는 장면이다. 이로써 북한 권력 2인자의 숙청이 최종 확인된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측근 처형에서 체포 사진 방영까지 장성택 해임은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며 “오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주기 추도식 이전에 매듭을 짓겠다는 북한의 판단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와 관련,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장성택이 측근 7명과 함께 지난 5일 이미 처형됐다”고 주장하는 등 처형설도 번지고 있다.

채병건 기자

양봉음위(陽奉陰違)

겉으로는 복종하는 척하면서(陽奉) 속으론 배반한다(陰違)는 뜻으로 장성택에게 씌워진 죄목이다. 북한은 지난 6월 최고지도자에 대해 지켜야 할 지침인 ‘당의 유일사상 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을 개정하며 당의 단결을 파괴하는 행위로 ‘동상이몽’과 ‘양봉음위’를 새로 포함시켰다.

장성택 제거 이유 밝힌 북 노동당 정치국 결정문 요지

“…정치국 확대회의에서는 장성택이 감행한 반당반혁명적 종파행위와 그 해독성, 반동성이 낱낱이 폭로되었다. 장성택은 앞에서는 당과 수령을 받드는 척하고 뒤에 돌아앉아서는 동상이몽, 양봉음위하는 종파적 행위를 일삼았다.

 장성택은 당과 수령의 높은 정치적 신임에 의하여 당과 국가의 책임적인 위치에 등용되었지만 인간의 초보적인 도덕의리와 양심마저 줴버리고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을 천세만세 높이 받들어 모시기 위한 사업을 외면하고 각방으로 방해하는 배신행위를 감행하였다.

 장성택은 자기에 대한 환상을 조성하고 자기 주위에 신념이 떨떨한 자들, 아첨분자들을 끌어당기면서 당 안에 분파를 형성하기 위하여 악랄하게 책동하였다.

 장성택은 정치적 야심으로부터 출발하여 지난 시기 엄중한 과오를 범하여 처벌을 받은 자들을 당중앙위원회 부서와 산하단위 간부대열에 박아넣으면서 세력을 넓히고 지반을 꾸리려고 획책하였다.

 장성택과 그 추종자들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명령에 불복하는 반혁명적인 행위를 서슴없이 감행하였다.

 장성택 일당은 사법검찰, 인민보안기관에 대한 당적지도를 약화시킴으로써 제도보위, 정책보위, 인민보위사업에 엄중한 해독적 후과를 끼치었다.

 장성택 일당은 교묘한 방법으로 나라의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서 주요한 몫을 담당한 부문과 단위들을 걷어쥐고 내각을 비롯한 경제지도기관들이 자기 역할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국가재정관리체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나라의 귀중한 자원을 헐값으로 팔아버리는 매국행위를 함으로써 주체철과 주체비료, 주체비날론공업을 발전시킬 데 대한 위대한 수령님과 어버이장군님의 유훈을 관철할 수 없게 하였다. 장성택은 권력을 남용하여 부정부패행위를 일삼고 여러 여성들과 부당한 관계를 가지였으며 고급식당의 뒷골방들에서 술놀이와 먹자판을 벌였다.

 사상적으로 병들고 극도로 안일해이된 데로부터 마약을 쓰고 당의 배려로 다른 나라에 병 치료를 가있는 기간에는 외화를 탕진하며 도박장까지 찾아다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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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