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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정의구현사제단 발언

중앙일보 <2013년 11월 25일자 34면>
종교계 일각의 뒤틀린 국가관, 도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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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이겠지만 정치를 향한 종교인들의 월경(越境) 행위가 슬슬 도를 넘고 있다. 특히 지난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대표들의 시국미사는 정치 갈등의 새 불씨를 지피는 지경에 이르렀다. 불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 촉구라는 미사의 취지 자체가 매우 정치적이었다.

 미사 도중 한 신부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NLL(서해 북방한계선) 문제 있는 땅에서 한·미 군사운동을 계속하면 북한에서 어떻게 하겠어요? 북한에서 쏴야죠. 그것이 연평도 포격사건이에요.”

 그의 발언 맥락을 보면 마치 우리가 연평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는 듯 비친다. 또 그 근처에서 우리가 미국과 군사훈련을 했으니 북한이 쏠 만도 했다는 얘기가 된다. 전사자와 그 유가족, 그리고 군 장병들의 심경은 눈곱만큼도 배려하지 않은 채 북한의 반인륜적 도발에 우리가 원인을 제공했다고 탓한 것이다. 이게 대한민국의 신부가, 그것도 연평도 도발 3주기에 입에 담을 수 있는 말인가. 반면 인권이란 개념조차 없는 북한의 세습정권에 대해선 비판하지 않았다. 하기야 정의구현사제단 소속의 한 신부는 과거 방북 당시 김일성 묘지를 참배하곤 “장군님, 조금만 오래 사시지 아쉽습니다”고 했다 하니 그들의 국가관과 이념성을 잘 알 수 있다.

 정의구현사제단 미사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론도 나왔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이 선거 부정이므로 당선을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인 듯하다. 야당도 넘지 않으려는 ‘대선 불복’의 선을 훌쩍 넘어선 셈이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선 현재 사법절차가 진행 중이다. 그 결과에 따라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질 전망이다. 그런데도 신부들이 나서서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는 것은 사제의 본분을 망각한 처사다. 처음엔 사제들의 말에 귀 기울이라고 거들던 민주당도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선을 그으려 할 정도다.

 가톨릭교회 교리서 2442항은 “정치구조나 사회생활의 조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교회 사목자들이 할 일이 아니다”로 시작한다. 사제의 직접적인 정치 개입을 금지한 것이다. 공공연히 정치활동을 하는 정의구현사제단의 일부 신부들은 이를 위반하고 있다. 정교(政敎) 분리를 명시한 헌법 정신에도 어긋난다.

 사제들은 일반 신도들의 정신적 지도자다. 신도들의 가치관과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준다. 따라서 사제들은 갈등으로 얼룩진 사회의 중심에 서서 사랑과 평화를 전파할 책무를 진다. 과연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는 저주와 선동을 배격하고 사랑과 평화를 전했나.

 어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는 강론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이 발표한 ‘사제의 직무와 생활지침’에서도 정치나 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교회적 친교의 분열을 야기할 수 있음을 경고하셨습니다.” 편향적인 정치행보를 하고 있는 일부 사제들이 깊이 숙고해야 할 말씀이다.


한겨레 <2013년 11월 25일자 35면>
본질은 국가기관의 대선 불법개입이다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한 천주교정의구현 전주교구사제단의 시국미사를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시국미사에서 나온 북방한계선(NLL)과 천안함 관련 발언에 대해 대대적인 공세에 나선 것이다. 엔엘엘과 관련한 당시 박창신 신부의 발언은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빌미로 청와대와 여당이 대대적인 종북몰이에 나서는 것은 지나치다. 그렇다고 국가기관의 대선 불법개입이란 본질이 달라지지 않는다.

 지난 22일 열린 시국미사에서 박창신 원로신부는 강론을 통해 “엔엘엘, 문제 있는 땅에서 한-미 군사훈련을 계속하면 북한에서 어떻게 하겠느냐, 쏴야지. 그것이 연평도 포격사건”이라고 말했다. 박 신부는 “독도는 우리 땅인데 일본이 와서 훈련하면 쏴야 한다”는 논리로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설명했지만 적절한 비유는 아니다. 엔엘엘이 국제법상 분쟁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실질적으로 남북 간의 해상 경계선 구실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지나친 논리 비약이다.

 물론 그동안 역대 보수정권들이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유지하면서 이를 국내 정치에 이용해온 적이 적지 않았다. 박 신부도 계속된 한-미 군사훈련이 북한을 자극해 연평도 포격이 일어났는데, 이는 이명박 정부가 종북몰이를 위해 북한을 적으로 만드는 과정이었으며 그런 뒤 이를 대선에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을 적으로 만드는 과정과 관련한 하나의 사례로 연평도 포격사건을 거론한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이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이란 국기문란에는 눈감고 박 신부의 일부 발언만을 문제 삼으며 ‘종북 공세’에 나서는 것은 꼬리로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당시 20여 분간 진행된 박 신부 강론의 요지는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이에 책임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 수사하고,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을 이용해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은 사퇴하라는 것이었다. 발언 수위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세상의 정의와 진리를 추구하는 사제로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주장이다.

 더욱이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그 사람들의) 조국이 어디인지 의심스럽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대표는 “제대 뒤에 숨지 말고 사제복을 벗고 말하라”는 등의 극단적인 표현을 써가며 이를 비판한 것은 그 저의를 의심케 한다. 박 신부의 일부 발언만을 부각시키며 대대적인 종북몰이에 나서려는 의도가 뻔히 보이지만 그렇다고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사실이 덮어지는 건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보라는 달은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묻은 때만 탓하는 억지를 그만 부리기 바란다.

논리 vs 논리
일부 사제단 시국미사, 정치개입인가 사회참여인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논란이 종교인의 정치참여 논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논쟁의 불을 지핀 것은 천주교정의구현전주교구사제단의 시국미사였다. 여기서 사제들은 대통령이 선거에 책임지고 하야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1976년 군사정권에 맞선 3·1 구국선언, 1987년 6월항쟁을 불러온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폭로 등, 우리나라 민주 발전에 큰 족적을 남겼다. 이 점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가 갖는 함의는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민주화한 이후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활동은 논란을 불러왔다. 한국군 해외파병 철회 촉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등 보수와 진보 진영 사이의 찬반이 갈리는 문제에 대해서도 사제단은 뚜렷한 입장을 내놓곤 했다. 그때마다 사제단의 입장표명은 종교인의 정치참여에 대한 논쟁을 일으켰다.

 사제단의 이번 시국미사는 박창신 신부의 “독도는 우리 땅인데 일본이 와서 훈련하면 쏴야 한다”는 식으로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해 북한의 도발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특히 문제가 됐다. 물론 박 신부의 말은 적절치 못했다. 이 점은 중앙일보와 한겨레 모두 지적하는 바다.

 하지만 한겨레와 중앙일보는 박 신부의 NLL 발언의 본질을 전혀 다르게 받아들인다. 한겨레는 박 신부 주장의 핵심은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이란 국기(國紀) 문란’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럼에도 ‘종북몰이’를 비난하는 가운데 잠깐 사례로 들었던 내용을 정부 여당에서 크게 부각하는 것은 ‘꼬리로 몸통을 흔드는 격’이라고 비판한다.

 중앙일보의 입장은 다르다. 박 신부의 발언뿐 아니라 ‘불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 촉구라는 미사의 취지 자체가 매우 정치적’이어서 종교인으로서 부적절한 처사라는 것이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은 경찰과 검찰이 밝혀야 할 문제다. 처벌 또한 사법기관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종교인들이 대통령이 책임지고 하야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이는 정치와 종교 활동을 명백하게 분리한 헌법 정신에도 어긋난다.

 중앙일보와 한겨레의 입장은 어디서부터 차이가 날까. 정교분리(政敎分離)를 반대할 사람은 없다. 종교인들이 권력을 차지하고 국가기관을 접수하려 한다면 이는 분명히 잘못됐다. 그러나 정의구현사제단의 행동이 과연 정교분리 원칙을 어겼는지는 해석에 따라 달라진다.

 한겨레는 정의구현사제단 편을 든다. “세상의 정의와 진리를 추구하는 사제로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신학자 라인홀트 니부어는 참된 신앙에는 두 방향이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하나님을 향한 믿음이며 다른 하나는 이웃에 대한 사랑이다. 제대로 된 신앙인이라면 주변의 고통과 잘못된 현실에 눈감아서는 안 된다. 종교인은 당연히 현실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

 반면 중앙일보는 “신부들이 나서서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는 것은 사제의 본분을 망각한 처사”라고 비판의 소리를 높인다. 맥락을 짚어보면 중앙일보 또한 종교인들의 현실 참여를 반대하지 않는 듯싶다. 문제는 종교인들의 발언이 “저주와 선동을 배격하고 사랑과 평화를 전했나” 하는 점이다.

 종교인들은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목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 오직 양심과 신앙이 가리키는 바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하지만 정의구현사제단의 입장이 보수·진보로 갈린 정치적인 입장 차이를 떠나, 제대로 된 신앙을 품은 사람이면 누구나 동의할 만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도들의 가치관과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주는’ 사제들의 입장표명은 정교분리의 원칙을 어긴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게 중앙일보의 시각이다.

 둘 가운데 어느 쪽 주장이 맞을까. 참된 종교인이라면 정의와 양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잘못된 권력에 맞서 약자를 보듬어야 한다. 이 점에서 종교인의 사회참여는 당연하다. 반면 종교인의 정치개입은 어떠한 경우에도 지지를 얻기 어렵다. 정치적인 문제에는 옳고 그름을 뚜렷하게 가를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무엇이 맞는지가 달라지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의 종교인의 입장표명은 건강한 토론과 합의를 막는 폭력이 되곤 한다. 그렇다면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는 사회참여일까, 정치개입일까. 두 사설은 같은 사실을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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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