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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욱의 과학 산책] 장내 박테리아가 자폐증의 원인?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
코메디닷컴 편집주간
장내 박테리아(=세균) 생태계가 자폐증과 연관이 깊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자폐증은 사회적 상호작용에 어둡고 의사소통이 어려우며 반복적 행동을 하는 것이 특징인 신경발달 장애다. 이상하게도 자폐환자는 복부 경련과 변비 같은 위·창자 문제를 지닌 경우가 많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연구팀은 양자의 연관성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5일 과학저널 ‘세포(Cell)’에 발표된 논문을 보자.

 연구에 사용된 것은 이미 자체 개발한 자폐증 유발 생쥐모델이다. 임신한 여성이 바이러스에 심하게 감염되면 자폐증 아이를 낳을 위험이 커지는 효과를 재현한 것이다. 어미를 바이러스에 감염시켜 유사 면역반응을 일으키고 그렇게 태어난 새끼가 자폐적 행태를 보이도록 만들었다. 이번 연구 결과 이 같은 자폐생쥐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위·창자 장애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그중에서도 창자 벽의 물질 투과성이 높아서 대사 산물이 혈액 속으로 쉽게 녹아 들어가는 증상을 보였다. 자폐증 환자에서도 일부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것은 생쥐의 자폐 증상과 연관이 있을까? 연구팀은 문제의 생쥐에게 사람의 장 속에 있는 유익균(박테로이디즈 프라질리스)을 투여했다. 그 결과 창자 벽의 투과성 문제나 자폐 증상이 모두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생쥐와의 소통이 늘고 불안감을 덜 보였으며 반복적으로 땅을 파는 행태가 줄었다. 어떻게 해서 이 같은 효과가 나타난 것일까. 혈액에 침투해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특정 대사 산물의 방출을 해당 유익균이 조절한 것으로 연구팀은 보았다. 문제의 대사 산물은 장내 박테리아 생태계가 어떻게 구성돼 있느냐에 따라 생산이 조절된다. 연구팀은 “자폐증은 유전적 장애나 뇌 장애로 보는 것이 전통적 접근법”이라며 “이와 별도로 장내 박테리아가 자폐 증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우리의 연구는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자폐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사람의 소화관에 사는 수백 조 마리의 박테리아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섬유질을 소화할 수 있게 해주며 유해 박테리아의 침입을 억제해준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박테로이디즈 종의 경우 인체가 필요로 하는 비타민K를 합성해준다. 항생제 남용으로 미생물 생태계가 교란되면 수많은 병이 일어날 수 있다. 과민성대장증후군, 암, 천식, 류머티스성 관절염, 비만, 우울증이 그런 예다. 자폐증은 이번에 후보로 추가된 것이다.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코메디닷컴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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