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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호의 시시각각] 대선 로스 타임 언제 끝나나

남윤호
논설위원
계층과 이념 갈등. 지난주 국민대통합위원회 공청회에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국민이 꼽은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갈등이다. 응답 비율은 74%(계층), 73%(이념)로 비슷하다.

 이런 양상이 과연 하루 이틀에 생겨난 걸까. 광복 1주년을 이틀 앞둔 1946년 8월 13일 군정청여론국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한 동아일보를 보자. ‘귀하가 찬성하는 것은 어느 것입니까’라는 선다형 질문에 이런 답이 나왔다. 자본주의 1189명(14%), 사회주의 6037명(70%), 공산주의 574명(7%), 모릅니다 653명(8%). 군정청이 반올림을 과격하게 한 탓에 응답자 수와 비율이 딱 들어맞진 않지만 대세엔 지장이 없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합해 다시 계산하면 78.2%다. 무지한 백성이 뭘 모르고 답했다고 평가절하하는 분도 있지만 우리의 이념적 토양이 간단치 않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지금의 심각한 이념 갈등도 혹시 그런 배경을 깔고 있지는 않은지 의문이 들 정도다.

 그런 갈등은 정치질서가 새로 짜이는 시기에 두드러진다. 권력지형이 변화하면서 얇아진 지각을 뚫고 갈등이 분출한다고나 할까. 이긴 쪽은 자기 주도의 정치질서 확립에 매진하고, 진 쪽은 이에 저항한다. 이념 대립이 불거지기 좋은 여건이다.

 지금은 민주당만 그러는 듯해도, 입장 바뀌면 새누리당도 똑같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전례다. 당시 한나라당으로 결집된 보수파가 국회에서 2002년의 결정을 뒤집자는 게 탄핵 아니었나. 진보세력의 확장에 대한 보수세력의 반격이었던 셈이다. 2008년 촛불 사태 때는 힘이 반대 방향으로 작용했다고 보면 된다. 그때 길거리엔 ‘MB 아웃’이란 대선 불복형 구호가 난무하지 않았나. 지금은 민주당 의원 한 명과 일부 재야세력이 대선 불복을 선언한 상태다. 탄핵, MB 아웃, 불복, 모두 같은 의미다. 승자를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패자의 저항이다.

 5년 뒤엔 어찌 될까. 어떤 빌미로든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싶다. 새누리당이 정권을 재창출해도, 민주당이 정권 교체에 성공해도 마찬가지다. 몇 표 차이로 이기고 지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서로 싫으면 싫은 거다. 이기진 못했으나 그렇다고 졌다고 인정하기도 어려운 게 패자의 심리인 듯하다. 잘만 하면 승부를 뒤집을 수 있다고도 보는 모양이다. 그래서인가, 덜 끝난 축구경기처럼 로스 타임은 하염없이 흐른다. 종료 휘슬을 불어 줄 심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정권 말의 레임덕에 앞서 이젠 정권 초 ‘대선 로스 타임’ 현상이 정치패턴으로 굳어질 판이다. 그렇게 5년마다 푸닥거리를 꼭 하고 가야겠나. 요즘 어느 드라마 덕에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는 말이 다시 뜬다지만 아무 데나 쓰는 말이 아니다. 끝난 건 끝난 거다.

 그 탓에 정책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 시기에 엉뚱한 데 힘을 빼고 만다. 벌써 다음 대선에 나오겠다고 들이대는 분들은 이에 대한 준비를 잘해 둬야겠다. 아예 ‘승복 협약서’에 모든 후보가 사인하고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다. 결과에 불복하는 패자에겐 피선거권 박탈, 그 정당엔 국고 보조 중지라도 가해야 함부로 뒷다리를 못 건다. 새누리당이든 민주당이든 천년만년 한쪽만 집권하진 못할 테니 좀 심하게 해도 불만은 없을 것이다.

 요즘 나라가 하도 혼란스럽다 보니 구한말에 빗대는 분들이 적잖다. 안보정세는 긴박한데 내부 분열은 깊어만 가는 시국이 비슷하거나 더 나쁘다는 말씀들이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미세먼지에 뒤덮인 하늘처럼 답답해 보이긴 한다. 그렇다고 뒷짐 진 채 쯧쯧 혀나 차고 있을 것인가. 지성의 비관주의에 푹 절어 있을 텐가. 누구 말대로 이럴 때 필요한 게 의지의 낙관주의 아니겠나. 지성과 의지, 비관과 낙관의 균형 말이다. 그래야 뭔가 길을 뚫을 수 있다. 그럼 이를 도대체 누구에게 기대해야 하나. 대선 로스 타임을 아직 끝내지 못한 정치 리더십인가. 아니면 그 리더십을 지켜보며 슬슬 마음을 정리하는 국민인가.

남윤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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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