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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남을 도울 때 내가 오히려 행복해지는 헬퍼스 하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굳이 마라톤 선수까지는 아니더라도,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종종 경험하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또는 러닝 하이(running high)라는 현상이 있다. 30분 이상 달리기를 계속할 때 찾아오는 행복하고 고양된 기분을 말한다. 학자들은 뇌에서 분비되는 엔도르핀 덕분으로 추정한다. 나도 동네 헬스장에서 달리다 러너스 하이를 만난 적이 있다. 숨차 헉헉대던 어느 순간, 갑자기 고통이 사라지고 즐거움과 함께 새로운 힘이 솟는 느낌이 찾아왔던 것이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예술이 빛나는 밤에’ 행사에서는 또 다른 고양감, 즉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는 말이 화제였다. 작년 10월 발족한 범국민 문화예술 후원 캠페인 ‘예술나무 운동’의 성과를 정리하고 기부에 참여한 기업·개인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자리였다. 행사에서 토크쇼 순서를 맡은 원로 연극인 손숙씨와 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좌교수는 “러너스 하이라는 말도 있지만, 남을 도울 때 느끼는 행복감·만족감을 뜻하는 헬퍼스 하이야말로 훨씬 가치 있는 경지”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인 의사 앨런 룩스가 3000여 명의 남녀 자원봉사자를 연구한 결과를 정리한 용어가 헬퍼스 하이다. 남을 도우면 정신뿐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난다는 얘기다. 엔도르핀이 솟고 스트레스가 사라지며, 행복감·자존감은 높아진다고 한다. 윤은기 교수는 “그러므로 우리는 ‘예술을 후원해 주십시오’가 아니라 ‘행복해지십시오’라고 해야 맞다”고 말했다.

 예술을 한다고 당장 밥이나 떡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런 예술·예술가를 후원한다고 기업이나 개인에게 눈에 띄는 이득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보라. 이날 행사에선 심청가의 한 대목을 7분30초 동안 열창한 장성빈(15)군이 참석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성빈군은 어제 자 본지(25면)에도 소개된 지적장애 국악도다. 지적 연령은 아직 9세 정도로 평가받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판소리를 좋아해 지난해 전주예술중 국악과에 수석으로 입학한 인간승리의 주인공이다. 한 구호단체의 도움이 없었다면, 장차 인간문화재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달리는 성빈군의 소리 공부는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예술나무 운동(www.artistree.or.kr)은 한 그루(계좌)당 후원금이 월 3000원이다. 나는 열 그루를 키우고 있다. 기업·개인을 합해도 아직은 7만3000여 그루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작은 숲이 광활한 삼림지대로 성장할 것이다. 포스코도 예술나무 한 그루 갖기 운동을 시작했고, 벽산엔지니어링 직원들은 매달 월급의 0.5%를 떼어 후원한다. 국민행복시대라는 게 어디 하늘에서 떨어지는 건가. 행복감의 시작은 자기 자신이다.

노재현 논설위원·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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