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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귐' 무시하면 공든 탑 무너집니다

올 9월 국산 아웃도어 브랜드인 블랙야크 회장이 김포공항에서 항공사 용역직원을 신문지로 때린 사건이 한 방송에 보도됐다. 이후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신문지 회장’ 얘기로 들끓었다. 포스코에너지의 ‘라면 상무’, 프라임베이커리 ‘빵 회장’ 사건을 연상시키는 또 하나의 ‘갑의 횡포’라는 프레임에 맞아떨어진 것이다. 사건이 알려진 당일 오후 당사자인 블랙야크 회장이 직접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토종 아웃도어 브랜드로 쌓아온 이미지는 크게 망가졌다. 바로 며칠 전 아웃도어업계 최초로 공익재단을 만들어 사회공헌활동에 적극 나섰던 기존 활동들도 빛이 바랬다.

 SNS는 기업의 위기관리 능력을 확인할 새로운 미디어 창구가 됐다. 기업이 숨기고 싶은 소식부터 근거 없는 루머까지 기업 관련 소식들이 SNS를 통해 거침없이 퍼져나간다. 모두가 정보의 생산자이자 소비자가 된 SNS에서 기업이 ‘우리끼리 쉬쉬’할 수 있는 비밀이란 거의 없다. 정보의 생산·유통 과정에서 SNS는 기존 미디어와 시너지를 내면서 어느 누구도 정보를 통제할 수 없게 됐다. 특히 한국은 SNS를 통한 ‘연쇄 퍼나르기’가 글로벌 SNS에 비해 더 활발해 기업이 체감하는 SNS 영향력은 더 크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트위터 이용자들은 멘션 10개를 받으면 한 번 정도 리트윗하거나 답글을 보내지만, 한국 트위터리안들은 멘션 10개 중 8개에 대해 리트윗·답글로 반응한다고 한다.

 SNS가 집단소송과 결합할 경우 파괴력은 더욱 커진다. SNS를 통하면 소송 준비 사실을 알리고, 소송 참가자를 모집하는 일을 기존 온라인 카페보다 훨씬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다. 미국에선 최근 네바다주의 호텔카지노업체 보이드 게이밍의 직원들이 부당한 무급 초과근무 지시를 이유로 소송을 냈다. 원고 측 변호사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집단소송에 참가할 원고를 모집했다. 회사 측은 이를 중지시켜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법무법인 바른 정경호 변호사는 “SNS를 이용해 잠재적인 원고를 발굴할 수 있고, 법원도 이를 금지하지 않는 입장이라는 점이 확인돼 향후 SNS 활용 집단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SNS를 활용한 집단소송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서울대 장덕진(사회학과) 교수 연구에 따르면 국내 트위터리안은 3.8개의 계정을 거치면 모르는 사람의 트위터 계정과 연결된다. 전 세계 평균은 4.12개였다. 연결망이 촘촘한 한국에서 SNS를 활용한 집단소송이 제기될 경우, 재판의 승소 여부와 무관하게 기업 이미지에 대한 타격은 불가피하다. SNS 주류인 젊은 세대의 개인권리 의식이 높다는 점도 집단소송 가능성을 높이는 환경이다.

 그렇다면 지뢰밭 같은 SNS에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사건 발생 전에는 철저한 평상시 모니터링이 필수다. 모바일 기기로 시공간 제약 없이 정보가 흐르는 시대에 상시 모니터링 체계는 기업 위기관리의 기본 전술이다. 김영욱 이화여대(광고홍보학) 교수는 “기업들이 기존 미디어 전략에 SNS를 추가하는 소극적인 수준에서 벗어나, SNS와 온라인을 중심으로 미디어전략을 완전히 새로 짜야 한다”고 말했다.

 소주 ‘처음처럼’을 만드는 롯데주류는 SNS 모니터링에 실패해 1000억원대의 손실을 입고 현재 경쟁사와 소송을 진행 중이다. 발단은 지난해 3월 한 인터넷방송이 ‘처음처럼’의 원료로 쓰인 알칼리 환원수가 인체에 해롭다는 얘기를 내보낸 데서 시작됐다. 그런데 이 루머가 SNS상에서 나흘 사이 20만 명가량에게 퍼졌다. 이때까지도 롯데주류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바로 나타났다. 두 달 만에 ‘처음처럼’의 시장점유율은 18%대에서 13%대로 추락했다. 롯데주류는 그제야 전담조직을 만들어 대응했으나 때는 늦었다. 올해 3월 롯데주류는 경쟁사인 하이트진로가 SNS에서 조직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100억원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소셜마케팅홍보 기업인 플렌제이 서영준 대표는 “이제 기업은 SNS 전담인력을 두고 사건 발생 전에 징후를 잡아낼 정도로 평소 모니터링을 잘해야 한다”며 “미국 보건당국은 SNS상에서 ‘감기’라는 키워드를 추적해 감기예보에 활용하고 있을 만큼 SNS시대에 모니터링은 필수”라고 말했다.

 SNS에서 이미 사건이 벌어진 이후라면 솔직하고 발 빠른 대응이 최선이다. 무시하거나 정보를 왜곡하는 태도는 되레 역풍을 맞는다. 폴크스바겐의 사례를 보자. 지난해 초 폴크스바겐은 페이스북을 통해 신년을 맞아 폴크스바겐에 기대하는 바를 물었다. ‘착한’ 댓글을 기대했던 폴크스바겐의 바람은 복병을 만나 산산이 깨지고 말았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회원들이 몰려들어 ‘기후변화 관련 입법을 막는 로비를 중단하라’ ‘친환경 자동차를 생산하라’는 댓글로 도배한 것이다. 문제는 이 다음부터였다. 이런 댓글이 수천 개에 이를 때까지 폴크스바겐은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오히려 댓글을 임의로 삭제해 반발을 샀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뒤에야, 폴크스바겐은 생산하는 차량의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이겠다고 발표하며 수습을 시도했지만 이미 기업 이미지는 망가진 뒤였다.

 SNS 같은 소셜미디어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때는 파급효과를 철저히 따지는 게 먼저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지난달 중순 트위터에서 ‘지미 리 부회장에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행사를 하겠다고 알렸다. 젊은 층이 다수인 트위터리안이 경제 현안에 관해 물어보면 리 부회장이 한 시간 동안 실시간으로 답해 주는 이벤트였다.

 하지만 하루 전날 아침부터 트위터에는 “감옥엔 언제 갈 건가요?” “내 집을 돌려받을 수 있나요?” “저는 똑똑하고 도덕성도 형편없습니다. 이력서 받아주는 부서가 어디죠?” 등 JP모건의 ‘도덕적 해이’를 조롱하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JP모건의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부실 판매를 비꼰 것이다. 결국 JP모건체이스는 급하게 행사를 취소했다. 둘 다 기업의 원래 문제점을 간과한 채 SNS를 마케팅에 활용해야겠다는 일방적인 목적에만 충실해 의도한 마케팅 효과는 전혀 거두지 못했다.

 이화여대 김영욱 교수는 “이제는 기업이 개방·참여·즉각적 대응이라는 원칙을 세우고, 조직 전체가 공유해야 한다”며 “SNS 환경에 맞게 체질을 개선한 기업들은 오히려 소비자와 직접 소통할 기회가 많은 SNS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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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