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경제 view &] 중국 '여유법'과 한국 관세법 개정안

송기홍
딜로이트컨설팅 대표
올 10월 개정 발효된 중국 여유법(旅遊法)이 한국 관광산업에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당장은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대폭 감소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우려가 지배적이지만, 기존의 저가 패키지관광이 줄고 고부가가치 여행이 늘면서 국내 관광산업의 체질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여유법은 덤핑 관광과 쇼핑 옵션으로 대표되는 중국인 단체관광 상품의 주요 문제점을 해결함으로써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자국민 해외 관광객을 보호한다는 중국 당국의 정책목표를 담고 있다. 이와 함께 해외여행 인구를 줄여 내수 진작을 유도하고, 관광시장 질서를 확립해 중국 관광산업 육성에 일조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국내 여행업계는 고민이 만만치 않다. 원가 이하의 비용으로 관광객을 유치한 뒤 지정된 쇼핑 장소에서 나오는 수수료로 손실을 메우는 방식으로 영업해 온 많은 국내 소규모 여행사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당장 법 발효에 따라 비정기 항공편 수가 제한되면서 단체 여행객이 줄어들어 명동·제주 등 대표적인 중국인 관광객 쇼핑 지역에서는 매출이 30%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450만 명으로 단연 1위다. 지금도 가장 큰손이지만 앞으로의 잠재력은 더 크다. 연간 1억 명에 달하는 중국인 해외 여행객 가운데 우리나라를 찾는 비율은 아직 4~5%에 불과하다. 이러저러한 측면을 고려할 때 여유법 개정은 위기이자 기회다. 당장은 여행사·호텔·화장품·의류 산업 등의 매출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여행과 숙박·쇼핑 관련 산업을 선진화하고 고급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시간을 두고 중국 관광객들의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와 상품을 개발한다면 관련 업계 전반의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재발의된 우리나라 관세법 개정안은 이 같은 흐름에 역행하는 요소가 있어 우려를 자아낸다. 개정안의 골자는 면세점 특허를 점포 면적 기준으로 대기업·중견기업 50%, 중소기업 30%, 관광공사·지방공기업 20% 비율로 할당하는 것이다. 중소기업 면세점을 늘려 상생을 도모한다는 취지지만, 주요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의 입장을 도외시하고 있어 자칫 정책목표는 달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관광산업에 먹구름만 드리울 수도 있다.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의 4분의 3은 쇼핑을 주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90%가 시내 면세점, 60%가 백화점을 방문한다. 중국인들은 소규모 전문점이나 토산품점 등을 찾기보다는 면세점과 백화점 등 고급 쇼핑공간을 선호한다. 지출 규모도 꾸준히 늘어 1인당 평균 150만원을 쇼핑에 사용하고 있으며, 수천만원 이상을 구매하는 큰손들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들이 한국 면세점을 찾는 이유는 중국에서 인기 있는 외국산 명품 브랜드 제품을 홍콩보다 싸게 구매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 면세점들은 이런 추세에 맞춰 중국어 구사 직원을 늘리고 기존의 의류 매장을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명품 시계 매장으로 바꾸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상당한 매출 신장을 이뤄냈다. 반면 해외 명품업체들의 거래 관행과 재고비용 부담이 큰 면세사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중소기업이나 지방공기업 면세점들이 이런 역할을 담당하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결국 관세법 개정안은 대기업 면세점 매장의 인위적 축소를 불러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을 홍콩이나 일본 등으로 돌리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골목상권 보호와 상생은 경제민주화 측면에서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이는 우리 내부의 문제일 뿐이며, 외국 관광객들에게 우리 정책목표에 맞춘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인위적으로 면적이 조정된 진열공간에 국내 중소기업 상품 비율까지 정해 놓고 파는 매장에서 외국인들이 선뜻 지갑을 열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관광산업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골목’에서나 통할 법한 논리로 날로 고급화하는 중국 관광객들의 마음을 얻지 못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송기홍 딜로이트컨설팅 대표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