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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하면 응어리 풀린다는 지적장애 소리꾼

한국문화예술위가 주최한 무대에 선 장성빈군. 태어날 때부터 뇌에 이상이 있던 장군은 말이 어눌하다. 하지만 판소리만큼은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입상하며 재능을 발휘했다. [사진 한국문화예술위]
“남들에게 희망을 주는 소리꾼, 즐기는 소리꾼이 되고 싶어요.” 판소리 유망주 장성빈(15)군의 말이다. 장군은 태어날 때부터 뇌에 이상이 있어 5세 때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말투가 어눌해 많은 사람들이 그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 인터뷰 때도 어머니 배임년(51)씨가 통역을 해줬다.



15세 기대주, 전주예술중 장성빈
언어치료 겸 시작, 남다른 재능
"판소리, 미래엔 유행가 됐으면"

 하지만 무대에 서면 장군은 어엿한 판소리계 기대주다. 반복된 훈련으로 판소리 가사만큼은 전달력이 뛰어나다. 지난해 전주예술중학교 국악과에 수석입학했고, 10월 열린 전국 남도민요 경창대회에서 중등부 대상을 받았다. 남들만큼 가사를 정확히 전달하진 못해도 다른 부분이 그 이상으로 뛰어나 높은 점수를 받는다. 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이 빛나는 밤에’ 무대에선 국악인 박애리(36·여)씨와 함께 ‘심청가’를 불렀다. 그의 노래에 관객들은 눈물을 흘렸다.



 그가 처음 판소리의 길에 들어선 건 초등학교 때. 음악 시간에 그가 전래동요를 부르는 걸 들은 1학년 담임교사가 국악공부를 시켜볼 것을 권유해 7년 전부터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어머니 배씨는 “처음엔 언어치료를 겸하려는 생각에 시작했다. 집중력과 자신감이 올라갔고, 성격도 밝아져 지금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군은 판소리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 훈련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대회에서 입상할 정도로 재능를 발휘했다. 흥보가 ‘가난타령’ 대목을 준비할 땐 8개월 동안 발음교정을 위한 집중훈련도 받았다. 어머니 배씨는 “한 명창이 ‘이 아이는 될 거다.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시켜보라’고 했다. 그 말에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판소리를 왜 좋아하냐고 물으니 장군은 어눌한 말투로 “판소리엔 주인공들의 슬픔과 한이 녹아있는데 노래를 하다보면 내 속의 한이 풀어지는 것 같다”고 답했다. “흥부, 심봉사, 심청이 같은 판소리의 주인공은 약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입장이 돼 그들의 마음을 노래하는 게 좋다”고 했다. 어머니 배씨는 “성빈이가 별주부전 얘기를 담은 ‘수궁가’에 대해선 약간 의아해 했는데, 별주부가 장기밀매범이고 토끼가 피해자라는 식으로 현대적 해석을 한 공연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더라”고 전했다.



 시련도 있었다. 어머니 배씨가 10여 년 전 이혼을 해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했다. 배씨는 장군을 키우기 위해 새벽에는 우유배달, 오전에는 청소일을 해야 했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약간의 지원금을 받은 것도 도움이 됐다. 국악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장군의 중학교 진학에 맞춰 연고지인 대구에서 한참 떨어진 전주로 이사도 했다. 배씨는 “주변에서 배려해 주신 덕분에 지금껏 성빈이를 키울 수 있었다. 성빈이에게 일상에서 즐겁게 할 일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말다.



 장군의 현재 목표는 국립국악고와 국립전통예술고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진학하는 것. 한예종은 장애인 특별전형이 있지만 고등학교엔 이런 전형이 없어 전국의 쟁쟁한 실력자들과 정면대결을 해야 한다. 걱정이 될 만도 하지만 장군은 의연했다.



 “저는 판소리가 사라질까봐 그게 제일 겁나요. 예전에는 판소리가 유행가였는데, 지금은 위기라고들 하던데요. 판소리가 미래의 유행가가 됐으면 좋겠어요.”



한영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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