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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어업외교 구멍 … 7조원 '참치 전쟁'서 외톨이

호주의 항구 도시 케언스가 ‘참치 전쟁’으로 뜨겁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참치 조업 구역을 관할하는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 총회에서 규제조치를 마련하고 있어서다. 전체 참치 어획량의 96%를 WCPFC 어장에서 잡는 우리나라 역시 지난 2일부터 닷새 일정으로 진행 중인 총회에서 치열한 ‘참치 외교’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 편은 찾아보기 힘든 고립무원의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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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CPFC는 참치 조업을 논의하는 가장 중요한 국제 무대다. 지난해 WCPFC 해역의 참치 어획량은 265만t으로, 전 세계 어획량의 60%를 차지했다. 시장 가치는 70억 달러(약 7조 4200억원)다. 총회에서 한국의 목표는 연승(낚시)어선을 이용한 조업량 감축 규모 최소화 등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회원국들의 시선은 우호적이지 않다.

 우선 나우루 조약 가입국(PNA)들의 입장이 강경하다. 파푸아뉴기니, 투발루 등 남태평양 연안 섬나라 8개국으로 구성된 PNA는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등 해외 원양 강국들에 뿌리 깊은 불만을 갖고 있다. 태평양 참치를 싹쓸이해가면서 참치류 보전 노력에는 동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의 태도가 돌변했다. 일본이 PNA와 함께 일부 참치류 어획량을 거의 절반 정도로 줄이자는 공동 제안서를 내놓은 것이다. 한국이 연간 1억 달러어치씩 잡는 눈다랑어도 주요 표적이다. 미국도 2017년까지 눈다랑어 어획량을 연간 7만5000t으로 제한하는 초안을 내놨다. 이 안대로라면 우리나라는 30%를 줄여야 한다. 결국 한국만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그렇다고 일본의 속내가 자원 보전이라는 순수한 목표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일본은 지난주 남아공에서 열린 대서양참치보전위원회(ICCAT)에서는 어자원 회복 추세가 과학적으로 확인됐다며 참다랑어 어획량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유럽연합(EU) 등의 거센 반대로 일본의 시도는 좌절됐다. 세계야생동물기금(WWF)은 “지난해 지중해 일부 국가가 서류 위조 등을 통해 참다랑어 2만t을 암거래했고, 대부분이 일본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일본은 추가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은 참다랑어 최대 소비국으로, 현재 지중해에서 잡는 대서양 참다랑어의 80%는 일본이 차지한다. 일본에서 인기가 있는 참다랑어는 더 잡고,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눈다랑어의 어획량 감소는 감수하자는 속셈으로 읽힌다. 이처럼 태평양에선 참치류 보호라는 명분을, 대서양에서는 참다랑어 수급 확대라는 실익을 챙기려 하는 일본의 태도는 국내 업체 보호만 중시하다 미국, 유럽연합(EU)으로부터 잇따라 불법 조업 국가 경고를 받은 우리나라와는 대비된다.

 이는 특히 지난 9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렸던 WCPFC 북부위원회에서 명확히 확인됐다. 일본은 당시 태평양에서 참다랑어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며 어획량의 15%를 즉각 줄이자고 제안했다. 또 참다랑어를 적게 잡는 한국에는 어획량 규제를 적용하지 않았던 예외 조치도 폐지하자고 했다. 미국 등 7개국도 일본의 제안에 적극 찬성했다.

 우리나라가 연구 등을 이유로 예외 조치를 연장해달라고 하자 일본이 쌍심지를 켜고 나섰다. “지금 당장 자원 고갈 위기라는데, 연장이 웬 말인가.” “참다랑어 치어는 안 잡는다면서, 그럼 일본에 수출하는 치어는 대체 뭔가” 등 맹렬하게 비난을 쏟아냈다. 규제안 확정은 유보됐지만 우리나라는 졸지에 해양 자원 보전을 막으려는 방해꾼처럼 몰리고 말았다.

 1960~70년대 외화벌이로 ‘효자 산업’ 역할을 했던 한국의 원양어업이 국제사회의 문제아가 된 것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조업허가 서류 위조, 오물 투기 등으로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당국에 적발되는가 하면 뉴질랜드에서는 외국인 선원 학대가 문제가 됐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2010~2012년 우리나라 15개 업체 소속 30여 개 선박이 서부 아프리카 국가 당국에 규제 위반으로 적발됐다.

 그린피스 한국지부의 박지현 해양 캠페이너는 “국제사회뿐 아니라 국민의 기대치도 높아진 만큼 당장 입에 쓰더라도 법제도 정비 등을 통해 참치류 보전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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