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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숭례문, 문화재 복원의 반면교사 삼아야

이승호
사회부문 기자
“숭례문 관련 현장취재와 자료요청에 대해 12월 31일까지 자체감사, 조사, 현장점검 등을 위해 전면 불허함을 알립니다.”

 지난달 13일 문화재청은 출입기자들에게 이런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본지가 ‘국보도 못 지키는 나라, 아직도…’ 시리즈로 숭례문 부실복구 문제를 제기한 지 6일,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철저 조사를 지시한 지 이틀 만이다. 다음 날부터 숭례문 부실 복구의 원인을 살펴보기 위한 취재를 시작하자 문화재청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현장취재와 자료요청만 거부한 것이 아니다. 공사 당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에도 “답할 수 없다. 모든 건 감사원 감사를 통해 밝히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당시 숭례문복구단에서 일했던 직원들도 입을 굳게 닫았다. 복구공사를 지켜 본 4명의 전직 문화재청장들도 전화를 받지 않거나 답변을 거부했다. 일부 공사 관계자들은 “중앙일보에서 전화 오면 입조심하란 말을 (문화재청 직원으로부터)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었다. 취재팀은 숭례문 복구공사에 참여했던 장인과 건설사 관계자, 인부들을 직접 만나 심층 인터뷰했다. 이를 통해 왜 숭례문 공사에 부실이 생겼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문화재청은 숭례문 공사에 사용된 목재·기와 등 주요 자재비 지출 내역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전통방식으로 복구한다면서 정작 전문가인 장인들 의견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5년이란 짧은 공기(工期)는 무리한 공사를 하게 만든 원인이 됐다. 전통방식에 대한 철저한 조사 없이 과도한 홍보가 이뤄진 것도 문제였다.

사실 숭례문을 되살리기 위한 문화재청의 기본 방침은 훌륭했다. 전통도구와 기술로 숭례문을 복원한다는 원칙은 제대로 됐으면 문화재 복원의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였다. 복구공사에 참여한 한 장인은 “숭례문 공사 덕분에 그나마 단청 등 단절됐던 전통기법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말한다.

문제는 전통 복원이란 구호만 외쳤지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문화재청만의 잘못은 아니다. 숭례문 복구를 홍보 수단으로 활용한 정치권, 정작 감시를 소홀히 했던 언론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문화재청은 사실을 더욱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감사원 감사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힘들지만 문화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이때 지금까지 나온 문제점들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향후 발생할 문화재 복원사업의 매뉴얼을 만드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숭례문은 더 이상 부실복구의 대명사가 아닌 문화재 복원의 ‘교과서’가 될 수 있다.

이승호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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