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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농수산물 구입비 '세액공제' 축소 논란

# 연 매출 5억원인 식당업체 A(법인)는 내년부터 부가가치세로 약 1000만원가량을 더 내게 됐다. A 업체는 올해까지 관행적으로 식자재 원료구입비를 총 매출의 60%(3억원)로 신고했다. 실제로는 매출의 30% 정도만 원재료비로 쓰지만 세금을 덜 내기 위해 ‘농수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를 활용한 것이다. A 업체는 올해에도 부가세로 매출의 10%인 5000만원보다 약 1700만원 적은 3290만원만 낼 예정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자영업자·식자재 업체들이 이러한 방법으로 세금을 줄이기 어렵게 됐다. 기획재정부가 올해부터 지하경제 양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를 ‘재료구입비 전액’에서 ‘총 매출의 30~40% 수준’으로 조정하기 때문이다. 의제매입세액공제는 본래 면세품목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는 농수산물(쌀·채소 등)에 대해 정부가 일정 부분(5.7~7.6%)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영세 자영업자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만들었지만 학계 등에서 이 제도가 탈세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통계청 조사 결과에서도 음식점의 총 매출 중 원재료 비중은 38%(주류·가공 농산물 포함)로 집계됐다. 정부는 올 8월 세법개정안을 내놓으면서 “공제한도가 없어 농수산물 매입액을 과다신고한 뒤 부당 공제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논리로 공제한도를 30%로 설정했다.


 당장 세금이 늘어날 상황에 처한 자영업자·식자재업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제과제빵협동조합·한국어육연제품공업협동조합 등 23개 자영업·중소제조업체는 9일 국회와 민주당을 차례로 방문해 농수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 폐지를 강력히 요구할 예정이다. 이들은 2일에도 “기존대로 농수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를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최병문 어육연제품조합 전무는 “현행 제도는 규모나 업종에 따라 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나 공제율이 다르다”며 “획일적으로 공제한도를 낮추는 것은 불합리하기 때문에 꼭 철회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들이 강력히 반발하는 이유는 이미 한 차례 부과될 세금을 줄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외식업중앙회·유흥음식점연합회 등 자영업자들은 세제개편안 발표 직후부터 포스터 15만 장을 배포하고 100만 서명운동을 벌였다. 외식업중앙회는 “회원사들이 사용하는 식자재비가 총 매출액의 평균 50~60%에 달하며 영세한 음식점일수록 공제 혜택이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결국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난달 12일 개인사업자들에 대해 공제한도를 매출액에 따라 40~50%로 상향하는 한발 후퇴한 수정안을 발표했다. 또 연 소득 4800만원 이하 간이과세자의 경우 아예 공제한도 설정 대상에서 제외했다. 다만 법인사업자의 공제 한도는 30%를 유지했다. 이렇게 개인사업자만 예외 대상으로 인정받자 법인사업자들이 항의하고 나선 것이다.

 정치권까지 논란에 가세했다. 장병완 민주당 정책위의장 등 국회의원 21명은 “현재 시행령으로 돼 있는 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 범위와 공제율을 법령으로 정하겠다”며 이번 정기국회에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기재부는 잇따르는 논란에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정 협의안대로 시행해도 당초 계획보다 내년 부가가치세 과세 규모가 2000억원 정도 줄어들 전망”이라며 “조세 형평이라는 기본 원칙을 자영업자, 특히 외식업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조세 저항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현진권 한국재정학회장은 “의제매입세액공제를 단번에 없애면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도 있겠지만 만성화된 자영업자들의 탈세 관행에 대해서는 조세 공평 차원에서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아시아금융학회장)는 “현재도 자영업자의 50~60%가 세금을 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의제매입세액공제는 축소하는 게 맞다”며 “미국의 경우 식당 종업원들도 팁을 받으면 정부에 판매세를 낸다”고 지적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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