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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그 많던 남자들은 어디로 숨었을까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우리나라만 그런 건 아니구나’. 최근 프랑스에서 정부가 발의한 성매수자 처벌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양상을 보며 문득 든 생각이다. 성매수자 처벌의 옳고 그름에 대한 논쟁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이 법안에 대한 저항의 양상이 그렇다는 것이다. 법안 발의도 여성이 했지만 저항과 반대 시위의 맨 앞에도 여성이 서 있는 양상 말이다. 연일 벌어지는 반대 시위는 성매매 여성과 여성단체 회원들이 주도한다. 카트린 드뇌브가 반대여론에 앞장서고, 여성학자들도 반대 목소리를 높인다. 한데 이 대목에서 궁금한 건 정작 성매수의 주체인 남성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그들은 이 법을 지지하는 것인지, 그들의 생각은 무엇인지 하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남자들이 보이지 않는 건 내 나라나 남의 나라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지난 통합진보당 RO사건으로 이석기 의원실 압수수색 당시 가장 신기했던 장면이 이를 저지하는 전방에 온통 여자들만 눈에 띈 것이었다. 그러더니 다음날엔 경찰 최전선에도 여경들이 앞장섰다. 여경들이 방패가 된 여성들을 끌어내고 나서야 영장을 집행했다. 그런가 하면 ‘머리끄덩이녀’처럼 폭력의 주체로 부각되기도 하고, 생활민원 시위는 여성이 없으면 성사되기도 힘들 지경이다. 어느새 여성들은 시위·저항 등 행동의 전위대로 나섰다.

 비단 시위현장만이 아니다. 온통 남자들로만 구성된 정치권의 여야 수뇌부가 ‘뻘짓’을 하면 여성 대변인들이 나와 ‘썰전’을 벌이는 모습은 이제 익숙하다. 또 요즘 공무원들을 만나면 하는 말이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하소연이다. 여러 정책을 놓고 ‘VIP관심사항이니 함부로 손대지 말라’는 윗분 지시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벌써 해를 넘기게 됐다는 말이다. 모 부처 공무원은 “장관이 VIP 입만 쳐다보고 아무런 아이디어가 없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요즘 관가에선 ‘우리나라엔 대통령만 있고, 총리·부총리·장관은 부재 중’이라는 자조도 나온다. 우리나라 여성장관은 두 명뿐이니 이들을 제외하면 부재 중인 분들은 모두 남성일 터. 입 다물고 숨어 있는 해바라기 남성 수장들이 여성 대통령에게 ‘불통 이미지’를 씌운 건 아닌지 슬쩍 의심이 들기도 한다. 차라리 장관을 행동하는 여성으로 싹 바꾸면 ‘머리끄덩이’라도 잡고 해결할 텐데 안타깝다.

 한때 우린 진취적이고, 도전적이고, 용기 있고, 책임을 지는 행동양식을 두고 ‘사내답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남자들은 사내답지 못한 걸 부끄러워하고, 사내다워지라고 서로 부추기곤 했다. 그러나 앞으론 사내다움의 뜻이 ‘여성을 앞세우고 뒤에 숨는 찌질함’으로 바뀌든지 아예 사어(死語)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믿을 건 여성들의 분발밖에 없다는 말인가.

글=양선희 논설위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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