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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수명 다해가는 19대 의회정치?

장달중
서울대 명예교수·정치외교학
수명 다해 가는 듯했던 19대 국회가 정상화된다는 뉴스다. 하지만 아직도 어쩐지 불안하다. 그동안의 제로섬적 정치투쟁 전력 때문이다. 의회정치란 절제의 인정 위에서만 가능하다. 이 절제의 룰이 제대로 작동할지 걱정이 앞선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우리 국회에서 정치와 전쟁을 구분하기 어렵지 않으냐는 비아냥이 적지 않다. 그래서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장’이라고 한 독일의 전략가 클라우제비츠의 유명한 말을 빗대는 사람도 있다.

 NLL논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여당에 의한 감사원장 임명 동의안 단독처리, 그리고 야당의 예산심의 거부 등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다. 타협을 근간으로 하는 의회정치의 기본 양식(良識)마저 사라져버린 전면적인 투쟁의 연속이었다. 폭력을 방지하고 타협을 통한 의회정치를 지향하고자 했던 국회선진화법도 무용지물. 우리 국회에는 정치를 움직이고 다스릴 어떠한 룰도 없어 보였다. 그래서 남은 것은 오로지 전면전뿐이라는 말이 들릴 정도였다.

 이런 정치 현실에 놀란 듯 김황식 전 총리가 일갈했다. ‘여야 국회의원 전부 총사퇴하고 다시 한번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에서 막 귀국한 그의 눈에 우리 정치의 제로섬적 갈등에 인질로 잡혀 있는 나라의 상황이 심각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독일에서는 열차를 타면 승무원만 근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승객도 같이 근무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는 속담이 있다. 승무원과 승객, 여당과 야당, 그리고 정부와 국민이 모두 함께 움직이는 독일 사람들의 상생적 모습을 암시하는 속담이다. 독일은 지금 우리가 따라잡으려는 정치·경제·통일의 모델국가다. 독일의 어떠한 점이 우리를 끌고 있는 것일까. 김 전 총리보다 먼저 독일에서 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말했다. ‘통합의 정치’에 독일의 성공비결이 있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체험했다는 것이다.

 이런 통합의 정치는 지금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통합이란 단어는 더 이상 들리지도 않는다. 정치에서 ‘경쟁’은 사라지고 대신 ‘투쟁’이 일상화돼 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통합을 도모하기 위한 민생법안 같은 것이 의정단상 위에 올라갈 리 없다. ‘정기국회 석 달간 통과된 법안 0건’이라는 12월 2일자 중앙일보 1면 톱기사가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치적 투쟁을 경쟁으로 대체한 민주화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그래서 우리는 투쟁 대신 경쟁을 ‘마을의 유일한 게임’으로 삼는 의회정치가 정착될 것으로 확신했다. 하지만 현실은 제로섬적인 투쟁의 연속이었다. 물론 이전에도 투쟁과 대결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 탄핵과 같은 정치적 핵폭탄이 사용된 적도 있다. 그러나 그 후폭풍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정치권은 레드라인을 넘지 않으려 절제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국민 통합을 위한 스마트 정치가 기대되었던 박근혜 시대의 개막. 하지만 절제된 스마트 정치는 보이지 않고 정치적 레드라인마저 무너지고 있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여야 모두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 선거 날 끝냈어야 할 대선전과, NLL을 둘러싼 공방을 해를 넘겨가며 계속할 자세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이런 대결을 일시적인 정치 일탈 현상으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가 심각해 보인다. 극단이 일상화되는 지경까지 투쟁이 확대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정치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타협을 모색하는 ‘가능의 예술’로서 기능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대책은 없는 것일까. 김 전 총리는 ‘여야의원들의 총사퇴’ 카드를 제시했다. 하지만 나이브한 생각처럼 보인다. 사람을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듯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선거 때마다 국회의원 교체가 많은 나라가 세계 어디에 있는가.

 그래서 이제는 사람보다 제도가 더 중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수결 지배’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양당제 정치에서 이런 현상이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모습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정치학 교과서가 힌트를 제시하고 있다. 대통령제보다는 내각제, 다수결 주의의 양당제 정치보다는 ‘합의제’적 다당제 정치가 보다 통합적이고 생산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이 바로 그런 나라다. 이제 우리도 여기에 눈을 돌려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장달중 서울대 명예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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