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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달러=120엔" … 2차 엔저 공습 오나

엔저와 미국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우려에 북한 리스크까지….

 미국-일본-북한발(發) 3각 파도에 밀려 코스피지수가 4일 1980대로 뒷걸음쳤다.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선 외국인들이 3379억원이나 순매도에 나서면서 코스피지수는 22.56포인트(1.12%) 급락한 1986.8에 마감됐다. 코스피지수가 1900대로 돌아간 것은 지난달 21일 이후 9거래일 만이다.

 이날 증시는 뉴욕 시장이 최근 사흘 연속 약세를 보인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국의 경제 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테이퍼링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북한의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실각 소식이 더해지면서 외국인들은 매도 공세를 펼쳤다.


 북한 리스크를 단기 악재로 볼 수 있다면 최근 증시를 나흘째 끌어내리며 조정 국면으로 이끄는 배경에는 엔저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있다. 엔-달러 환율은 3일 103엔대까지 치솟으며(엔화 약세) 국내 자동차, 전기·전자 등 수출 민감 업종에 대한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4일에는 102엔대를 회복하며 엔저가 주춤하자 이번엔 닛케이225 지수가 2.17%나 폭락했다.

 전문가들은 엔저가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갈 수 있지만 내년에는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내년 말엔 엔-달러 환율이 최고 120엔까지 치솟고, 원-엔 환율은 1000원이 깨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엔 약세를 보는 큰 이유는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통화 완화 정책을 종료하는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지만, 일본은 2015년까지 완화 정책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증권 이상재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 회복으로 안전자산으로서의 엔 자산 매력도가 떨어진 것도 엔화 매도를 부추기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14개 주요 IB(투자은행)들이 제시한 12개월 후 엔-달러 환율 전망치 평균은 110.08 달러에 달한다. 모건스탠리와 JP모건은 1년 뒤 120엔대를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저가 한국 수출기업의 대외 경쟁력 약화를 가져오는 것은 분명하지만 과거에 비해 부정적 효과는 많이 감소했다고 말한다. 일본 단칸(短觀) 서베이 지수를 보면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은 수출보다는 오히려 내수 기업의 실적 개선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제조업에서는 자동차 업종 정도만 뚜렷한 실적 개선이 보이고, 한국과 경쟁하는 전자 업종은 개선 속도가 더디다. 대우증권 서대일 연구원은 “한국 기업의 기술력 향상과 해외 생산 비중 확대 등으로 내년에 엔화가 10∼20% 절하된다고 해도 한국 경제는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엔저는 국내 시장에는 자본유입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엔화 약세 기대가 조달통화로서 엔화의 매력을 높이면서 엔화를 빌려 제3국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도 최근 새로운 거시경제 모형시스템으로 분석한 결과 엔화 약세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약해진 반면, 긍정적 효과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사국 김대용 과장은 “엔저에 따른 무역 분야의 부정적 영향이 자본거래 경로로 상당 부분 약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과거 10년 전에 비해 일본의 한국에 대한 투자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에서 엔저에 따른 국내 자본 유입 효과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희·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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