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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박정희·김대중 생가 방문, '쇼잉'에 그치지 않으려면

김경희
정치국제부문 기자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허버트 험프리 상원의원은 대표적인 정적(政敵) 관계였다. 1968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닉슨에게 패한 민주당 험프리 의원은 이른바 ‘닉슨 저격수’로 활약하며 그를 괴롭혔다. 1972년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며 ‘데탕트’ 시대를 열었을 때조차 “우리가 대만의 독립개념을 포기해 대만의 뒤통수를 때린 격이 됐다”고 비난했다. 그해 있을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현 정부를 흠집 내는 데 앞장선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패한 험프리는 결국 대통령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1978년 대장암으로 사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죽음은 닉슨과의 갈등을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 험프리는 눈을 감기 3일 전, “죽기 전에 꼭 화해를 하고 싶다”며 닉슨 대통령을 만났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양극에서 대립하던 두 사람은 극적으로 화해했다.



 당시 험프리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내 인생에 대해 내린 결론은, 무슨 말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하든지 우리는 서로 용서하고 화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험프리의 유언은 이념·지역·세대 등 여러 갈등 요소로 대립하고 있는 한국 정치에 더 어울려 보인다. 우리 정치권은 ‘화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미미하지만 2일 하나의 제스처가 있었다. 새누리당 경북지역 의원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주당 전남지역 의원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하기로 했다. 양당 ‘영·호남 화합 모임’에서 지역갈등을 해소하고 여야 대치로 꼬인 정국을 풀자며 이런 아이디어를 내놨다. 영호남 의원들이 서로의 대통령 생가를 교차 방문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대선 전엔 이런 일이 잦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7년 대선을 2주 앞두고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았다. 새누리당 황우여 공동선대위원장과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은 지난해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를 대신해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했다. 그러나 큰 선거를 앞두고 전직 대통령 생가나 묘소를 참배해 오던 관행은 ‘전시성 득표 행보’로 받아들여져 유권자들에게 그다지 큰 감동을 주지 못했다. 생가 방문 이후엔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 싸우곤 했던 건 양측이 똑같았다.



 영호남 의원들의 이번 교차 방문이 양 지역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려면 생가 방문 이후가 더욱 중요하다. 생가 방문 따로, 여야 갈등 따로라면 역시 이번에도 ‘쇼잉’에 그쳤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경희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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