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산뜻하고 우아한 '운명' 들어보세요

파보 예르비는 “음악은 인간으로 태어나 즐길 수 있는 복이자 선물이다”라고 말했다. [사진 빈체로]
기름기 쫙 빠진 베토벤을 어깨 힘 뺀 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4~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교향곡 3·4·5·7번을 들려줄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은 지난 수십 년 간 잘못 해석돼온 베토벤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을 임무로 삼고 있다. 웅장하고 극적인 바그너 풍이 아니라 베토벤 시대 소규모 편성이 들려주던 경쾌하고 산뜻하면서 우아한 ‘영웅’과 ‘운명’ 교향곡이다.



'42인조'로 베토벤 교향곡 연주
도이치 캄머필 지휘 파보 예르비

 도이치 캄머필하모닉 단원 42명을 이끌고 서울에 온 지휘자 파보 예르비(51)는 “엄청 큰 소리, 요란한 장식음에만 귀를 쫑긋거리는 요즘 청중의 마음 깊숙한 곳을 파고들겠다”고 했다.



 - 베토벤 음악이 지닌 ‘내면의 힘’을 강조하고 있다. 동양의 ‘기(氣)’와 통한다고 할 수 있을까.



 “맞다. 내 조국 에스토니아 말 중에 시수(Sisu)가 바로 내면에서 기가 모아져 뿜어내는 강함을 의미한다. 베토벤은 새로운 시대를 갈구했던 혁명적 인간이었다. 그의 음악은 인간 권리와 평등, 형제애를 추구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끼쳤다. 낭만적 제스처가 아니라 그 정신에 충실한 음을 좇아야 한다.”



 - 젊은층이 ‘클래시컬 뮤직’을 하품 나는 음악으로 멀리 하는 현실에서 고전음악을 위한 새로운 정의가 있다면.



 “클래시컬 뮤직 자체가 나쁜 작명(bad name)이다. 차라리 ‘콘서트 뮤직’이나 ‘아트 뮤직’이라 부르면 어떨까. 우리가 음악을 듣는 궁극적 목표는 즐기는 게 아니라 인간으로 태어나 누릴 수 있는 창의성과 영감과 감정을 복받치게 하는 것이다.”



 - 음반 녹음을 ‘인생의 한 순간을 포착한 사진’이라 했다. 라이브 무대를 더 높이 친다는 뜻인가.



 “어느 쪽이 더 좋다고 할 수 없는 것이 성격과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음악회장에서 만나는 생음악은 살아서 펄펄 뛰는 에너지를 교감한다. 원하는 때 듣는 음반 음악은 공연에서 놓친 미세한 부분을 전해주는 일종의 대사(大使)다.”



 - 다양한 여러 민족과 국가의 교향악단을 지휘했다. 차이를 느끼나.



 “프랑스 교향악단은 확 타올랐다 사그라지는 불꽃처럼 자유분방하다. 독일 오케스트라는 무얼 연주하는지 확고하게 인식해야 움직이는 지적인 집단이다. 미국 단원들은 함께 뭔가 하고 있다는 데 만족하며, 영국 단원은 지휘자에게 일임한다.”



 - “진정한 지휘는 60세가 넘어야 시작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지금 99% 불만족스러우니까 경험이 쌓이면 더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의 자기최면이다. 인생 후반전에도 음악과 함께 멋지게, 더 나아지며 살고 싶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파보 예르비=1962년 미국 출생. 혈통은 에스토니아. 2001년 신시내티 심포니 수석지휘자로 취임해 미국 ‘뉴 빅 5’ 오케스트라로 격상시켰다. 브레멘 도이치 캄머필하모닉,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파리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겸하고 있다. 2015년부터 일본 NHK교향악단 수석 지휘자로 일할 예정이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