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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한 대 만드는 데 한국 30시간, 체코 16시간 왜 차이가 크게 날까



지난달 18일부터 닷새 동안 러시아·체코를 다녀온 윤갑한 현대자동차 사장(울산공장장)은 자괴감을 느꼈다. 두 곳은 모두 현대차 공장이 있는 곳이다. 윤 사장은 “울산공장이 기술을 전수해준 아우 공장이니 국내 공장보다 부족한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울산공장 직원들이 체코 노소비체 공장에서 작업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20대 체코 여직원이 도와줬다는 말을 전해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울산공장 사내보 기고를 통해 “단순히 나이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나이가 많은 만큼 숙련도도 높아야 하는데, 느슨한 작업에 수십 년간 익숙했다는 방증이 아닌가 싶다는 것이다. 그는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데로 흐르고, 투자는 이윤이 나는 곳으로 이동한다”며 “인건비와 제품 품질, 그리고 생산성이 경쟁력을 가름하는 상황에서 1인당 연봉이 1억원에 육박하는 국내 사업장의 노사가 함께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기업 위협하는 5대 리스크 ④ 절박해진 생산성 향상
미국보다 연 300시간 더 일해도 한국 노동생산성은 절반 수준
연구개발비, 전자에만 40% 쏠려
독일처럼 제조업 생산틀 바꾸고 아이디어 집약 산업 기반 닦아야



 한국 기업에 생산성 비상이 걸렸다. 생산성 제고는 하루 이틀 된 과제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이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만들었다. 정년 연장,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확대 등이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이면 소규모 기업까지 정년을 60세로 늘려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주당 최대 68시간→52시간)도 국회가 정상화되면 법제화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통상임금 범위에 정기 상여금이 포함되면 기업은 최대 38조원의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은 “통상임금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최근 기업의 최대 관심사”라고 말했다. 상의는 19일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2일 대법원과 국회·정부에 ‘통상임금과 국제비교 및 시사점 연구 보고서’를 전달했다. 통상임금에 대한 법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혼란이 생긴 만큼 기존 노사 합의에 의한 임금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아서다.



 이처럼 임금은 늘고 근로시간은 줄어들면 그만큼 생산성을 높여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기대 이하다. 현대차의 경우 울산공장에서 차 한 대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시간이 30.5시간이다. 체코공장은 절반인 16.2시간이다. 현대차 국내 직원이 체코공장 작업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전체 산업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절반(49.3%) 수준이다. 프랑스(미국 대비 95.8%)·독일(92.7%)은 미국과 비슷하다. 일본(69%)도 한국을 훌쩍 앞서 있다. 특히 고용이 많은 서비스업의 생산성은 미국의 34%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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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산성을 끌어올릴 R&D는 아직 게걸음이다. 당장 급한 곳이 많다 보니 중요한 분야지만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이 적기 때문이다. R&D에서도 삼성전자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첨단산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R&D는 전자산업이 160억 달러(약 17조원)에 달했다. 전체 첨단산업 분야의 약 40%다. 반면에 우주항공(7000만 달러)이나 제약(7억7900만 달러) 등은 선진국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노동분야는 여전히 골치다. 현대차는 올해 파업으로 2조원 이상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현대차 울산 4공장에선 1000억원을 투입해 설비를 증설했지만 5개월째 정상 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조합과 협의가 돼야만 인력 투입이나 새로운 작업 개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10일 대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법무법인 바른의 김치중 변호사는 “노사 문제는 기본적으로 계약과 법률의 문제인데 지금까지 노사 문제는 정치적인 봉합으로 일관해 왔다”고 지적했다. 통상임금 문제가 대표적이다. 노사는 기본급은 낮고 각종 수당과 상여로 임금을 보충해 오는 문제를 서로 알면서 근본적인 해결을 미뤄왔다.



 잘못 끼운 단추는 노동 분야에 대한 기업의 법적 대응 수요도 늘리고 있다. 통상임금 확대가 결정되면 기업은 대규모의 법인세 환급 소송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임금으로 간주하지 않았던 부분까지 비용으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금을 환급하려면 가뜩이나 재정이 빠듯한 정부도 부담이 생기는 것이다. 올 7월 인천 삼화고속은 통상임금 규정이 모호해 회사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분규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진국에선 대증요법보다 예방에 중점을 두고 있다. 미국 최대의 식자재 유통업체인 시스코(sysco)는 직원 만족도와 생산성, 인재 유지 등 3개 목표를 정해놓고 사전 문제 해결에 나서 약 5000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기도 했다. 유럽의 대표적 제조업 강국이자 고임금 국가인 독일은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2011년 기준 독일 임금(구매력 기준)은 4만200달러로 프랑스(3만8100달러)·일본(3만5100달러)보다 훨씬 높다. 이에 따라 독일 정부는 올해부터 ‘4차 산업혁명’ 운동을 본격화했다. 전체 기업의 절반(48%)이 참여 중이다. ‘사물 인터넷’을 통해 기계 간 정보 교환으로 생산·통제·수리가 가능한 스마트 공장을 지향한다. 현대경제연구원 조호정 선임연구원은 “독일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이미 비교우위에 있는 제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도 미래형 생산체제를 만들지 못하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해외 생산량(연간 384만 대)이 국내 생산량(350만 대)을 이미 넘어선 상태다. 그만큼 일자리도 뺏기는 셈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 구조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아이디어 집약적인 산업을 이끌 인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은 조금만 더 신경쓰면 단기간에 생산성을 높일 여지가 꽤 있다. 대구 달성의 기계업체 삼익테크는 올해 1~6월 조립 생산성이 지난해보다 125% 향상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자문 프로그램인 ‘경영닥터제’의 도움을 받아 작업을 표준화하고, 숙련도가 낮은 직원은 숙련 직원과 짝을 지어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생긴 변화다. 이 회사를 자문한 김재규 자문위원은 “중소 제조업은 역시 현장의 혁신에 생산성 제고의 답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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