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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내 독서실 운영 놓고 시끄러운 잠실 엘스아파트

송파구 잠실동 엘스 아파트 단지 내 주민공동시설 건물. 이 건물에 있는 공부방을 놓고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김경록 기자]


지난달 27일 오후 6시쯤 서울 송파구 잠실 엘스아파트 관리동 3층 독서실. 10여 명이 책상에 앉아 스탠드 불을 밝힌 채 공부하고 있다. 여느 독서실과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독서실 입구 탁자에 놓인 ‘독서실 정상화 요구’ 동의서다. 대체 무슨 일 때문에 이용자들의 서명을 받고 있는 걸까.

"전·현 입주자대표회 갈등 정치판 같아"



 사법시험을 준비 중이라는 아파트 주민 이모(29)씨는 “지난 8월 이용 신청을 했지만 지난달에서야 자리가 나 겨우 독서실을 이용하게 됐다”며 “그런데 들어온 지 3일 만에 짐을 빼라는 문자를 받았다”고 했다. 이씨는 “이 독서실을 놓고 아파트가 시끄러운 것 같은데, 빨리 정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678가구에 주민 수 2만명이 넘는 대규모 아파트가 단지 내 독서실 운영을 둘러싸고 갈등에 휩싸인건 지난 9월 부터다. 해당 독서실은 3층 건물인 관리동 맨 위층 145석 규모다. 2011년 10월 전임인 2기 입주자대표회 측이 만들었다. 그런데 올해 새로 선출된 3기 입주자대표회가 출범하면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이 독서실을 현재처럼 운영하자는 측과 설립 때부터 문제가 많으니 변화를 줘야 한다는 측이 맞서고 있다.



 월 5만원을 내고 이용하는 이 독서실은 대기자 명단이 있을 정도로 인기였다. 그런데 지난 9월 활동을 시작한 새 입주자대표회장 조모(50)씨가 선거 때부터 독서실의 문제점을 제기한 데 이어 지난달 8일 ‘독서실 일시 사용정지 안내문’을 내걸었다.



 그러자 이용에 찬성하는 주민들은 반발했다. 고1 딸을 둔 권모(45)씨는 “아이를 사설 독서실에도 보내봤지만 공부가 끝나는 새벽까지 기다렸다 차로 데려와야 하고 비용도 월 18만원으로 비쌌다”며 “아파트 독서실은 식사도 집에 와서 할 수 있어 만족해 왔는데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편입준비생 강모(22)씨는 “올 4월부터 이용하기 시작해 오후 2~3시부터 자정까지 매일 이용하는데, 다른 독서실보다 조용하고 시설도 좋아 만족한다”며 “왜 없애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일대는 대규모 재건축 아파트가 들어선 데다 학군이 좋아 수험생 자녀를 둔 가정이 많다. 독서실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다. 123동에 사는 주민 허모(61)씨는 “아이들이 장성해 우리 집엔 독서실을 이용할 사람이 없지만 엄청난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면 이용자의 편의를 우선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조 회장의 입장은 다르다. 그는 “독서실을 폐쇄하자는 건 아니다”면서도 “2기 입주자대표회장이 대표회의 의결 없이 5000여만원을 들여 조성한 데다 독서실 관리 직원 3명도 공모 절차 없이 임의 채용한 것이라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독서실에 계단이 한 곳뿐이라 관련 법규에 어긋난다”며 “남녀 이용자가 별도 방을 사용하지 않고 일부 이용자가 담배를 피우기도 해 오히려 주민들의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지난 6월 서울시 감사에서도 독서실 개설 과정을 지적받았다”고 덧붙였다.



 송파구에 따르면 이 독서실은 개설 당시 인테리어업체의 시방서가 밀봉돼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정명령을 받았다. 강동교육청 관계자는 “주민대표회의 의결을 거쳐 운영하는 비영리 시설은 교육감에게 등록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엘스아파트 독서실 문제는 우리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고 했다. 송파구 관계자는 “주민공동시설이어서 해당 독서실 계단 수가 법규를 위반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현 입주자대표회 측이 붙였던 독서실 일시 사용정지 안내문은 지난달 27일 현재 떼어진 상황이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조 회장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주민공동시설이 한 건물뿐이어서 주민들이 원하는 시설을 모두 설치할 수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현재 관리사무소가 있는 관리동 2층에 계단이 두 곳이므로 비상시 안전을 위해 3층 독서실과 맞바꾸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최종 방안은 세입자를 제외한 아파트 소유주들의 의견을 취합해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결론이 날 때까지 독서실 이용자를 중·고·재수생으로 제한하고, 평일 운영시간을 줄이는 안을 지난달 26일 동대표 회의에서 의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조 회장과 입장을 달리 하는 동대표 이모(66)씨는 “일부 동대표가 집으로 돌아간 다음날 새벽에 의결한 것이라 무효”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조 회장은 독서실 근무자들 역시 해고하고 추후 공개 채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현 근무자들은 “봉사하는 마음으로 청소까지 해왔는데 무슨 소리냐”며 “전임 입주자대표회와 정식 계약서까지 썼다”고 반발하고 있다.



 선거 때 관리동에 헬스장을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던 조 회장은 지하 동대표회의실을 헬스장으로 바꿀 계획이다. 이 아파트 소유자들 중에는 세를 놓고 다른 곳에 거주하는 이도 상당수다. “수험생 자녀가 없는 고령층도 많아 독서실이 아닌 다른 시설을 선호하는 이들도 있다”는 게 조 회장의 주장이다. 현재 독서실은 이용료 입금 통장 계좌가 정지됐고 독서실 내 전화가 끊긴 상태지만 문은 열려 있어 이용할 수 있는 상태다.



 이 아파트 전·현 입주자대표회 측은 과거에도 녹색장터 운영 문제와 단지 내 고교 수도 공사와 관련해 갈등을 빚었다. 양측은 고소와 직무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내홍을 겪어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겉으로는 독서실을 갖고 다투는 것 같지만 전·현임 입주자대표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었던 게 원인인 것 같다”며 “어른들 싸움에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일만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아파트 주민만 2만 명이니 지방 읍 정도의 규모가 된다”며 “입주자대표를 뽑는 선거 자체가 과열될 뿐만 아니라 선거 후에도 반목이 깊은 것을 보면 마치 정치판을 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글=조한대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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