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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1호 복원, 일반 건물 짓듯 '운찰'

숭례문 화재가 발생한 지 하루 만인 2008년 2월 11일 오전 10시20분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화재 현장을 찾았다. 새 정부 출범을 2주 앞둔 시점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침통한 표정으로 불에 탄 숭례문을 살펴본 뒤 이렇게 말했다.



숭례문 부실 복원 1911일의 비망록 <중> 무리한 공기(工期)가 화 불러
전자입찰 1시간 만에 결정
MB정부 과제에 '임기 내 완공'
공사 관계자 "시간에 쫓겼다"

 “빠른 시간 내에 숭례문을 복원해서 국민들의 허전한 마음을 빨리 달래야 합니다.”



 이명박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숭례문 복원과 관련한 여론에 촉각을 세웠다.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시절인 2006년 3월 숭례문을 일반에 개방한 사실 때문이었다. 당시 일반 국민 사이에선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숭례문을 개방하면서 방화 위험성을 키웠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전 대통령은 또 인수위원회 회의에서 “국민 성금을 모아 숭례문을 복원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여론의 싸늘한 시선은 이명박정부 초기부터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문화재청은 이명박정부 출범 3개월 만인 2008년 5월 ‘숭례문 복원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공사 기한을 2012년 12월로 확정했다. 같은 해 10월 발표된 ‘이명박정부 100대 과제’에도 ‘숭례문 복구’가 포함됐다. 대통령 임기(5년) 내에 공사를 끝내겠다는 목표를 대외적으로 공표한 셈이었다.



 실제 공사 현장 관계자들은 “대통령 임기 내에 준공식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시간에 쫓겼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부실 공사 논란에 휩싸인 단청 역시 공기에 쫓긴 결과라는 얘기도 나온다. 숭례문 복원 공사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목재 상태가 안정될 때까지 단청 공사를 일시적으로 미루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대통령 임기 내에 준공식을 해야 한다고 해서 공사를 서둘러 진행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공사 기한(2012년 12월)이 대통령 선거와 겹치자 문화재청은 공기를 4개월가량 연장했다. 본지가 입수한 복구 자문단 21차 회의록(2012년 9월 14일)에 따르면 “대선도 있고 정부가 바뀌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준공식은) 대선 끝난 후에 하는 것으로 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결국 준공식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5월 4일 열렸다. 중앙대 이희봉 건축학부 교수는 “문화재는 일반 건물 지을 때와 자세가 달라야 한다”며 “숭례문의 경우 전통 방식으로 하겠다고 했으므로 철저한 고증을 위해 시한을 정하지 않은 충분한 시간을 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운에 맡긴 숭례문 공사=숭례문 복원 공사를 ‘턴키방식’(시공사가 설계와 시공을 모두 책임지는 일괄수주계약)의 일반 관급 공사로 진행하면서 공기는 더욱 엄격하게 적용됐다. ‘10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 관급 공사는 조달청을 통해 적격 심사 입찰제로 해야 한다’는 규정을 그대로 따랐기 때문이다.



 문제는 입찰방식이다. 국보 1호 문화재 보수 공사의 시공사를 뽑는데도 조달청의 입찰 방식을 고스란히 따랐다. 업계에서는 관급 공사 입찰을 ‘운찰(運札)’이라고 부른다. 운 좋으면 뽑힌다는 뜻이다. 실적·신용평가 등과 같은 자격요건과 입찰가격 등을 심사한다지만 가장 중요한 건 추첨 결과다. 이번 숭례문 입찰에선 총 13개 업체가 참가했다. 업체들이 온라인 입찰 사이트에서 자격요건과 가격 등의 항목을 입력하면 컴퓨터가 이를 점수화해 순위를 매겼다. 1등 했다고 뽑히는 건 아니다. 이후 무작위 번호 추첨을 통해 결정된 ‘예정가격’에 가장 비슷한 가격을 써낸 업체가 낙찰된다. 컴퓨터로 입찰이 진행되므로 입력 마감 후 최종 낙찰자로 명헌건설이 결정되기까지 딱 한 시간이 걸렸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심사는 다 조달청에 일임을 한 것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했다.



 문화재 업계에선 “명헌건설도 전문업체 중 하나지만 이보다 큰 궁궐공사를 한 업체들이 탈락한 것은 의외였다”고 했다.



 경희대 박채규(산업관계연구소) 교수는 “이른바 ‘운찰제’가 되면 부실업체가 낙찰될 수 있고 난이도를 높이면 소수만 입찰에 참여하는 담합의 우려가 생기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정강현·한은화·이승호·이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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