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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원격 의료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2013년 10월 31일자 30면>

원격의료, 안전·효율 높여 환자 접근성 개선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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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29일 입법예고한 의료법 개정안은 이르면 2015년부터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한다. 환자가 집에서 스마트폰·웹캠 등을 이용해 의사의 진찰을 받고 전자처방전을 e메일로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고혈압·당뇨 같은 만성질환자(585만 명·동네의원만 가능)와 거동이 불편한 노인·장애인(91만 명) 등 최소 670만 명의 환자가 편리하게 혜택을 볼 수 있다. 수술이나 입원 뒤 추후 관리가 필요한 환자나 가정폭력 피해자, 산간·벽지·도서 등 의료 취약지 주민도 포함됐다.



 원격의료는 발달한 정보기술(IT)을 활용해 환자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 취약지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차원의 환자 중심 의료 서비스의 장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와 IT를 결합한 다양한 서비스와 관련 기기·기술 개발을 촉진해 관련 산업 진흥을 꾀할 수도 있다.



 원격의료 도입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사항은 환자의 안전과 편익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세밀한 사전 준비를 통해 관련 기기·기술을 철저히 검증하고 효율성을 면밀히 따져 환자 안전이 최대한 보장된 안정적인 시스템을 확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과거 의약분업 때 목포시를 대상으로 했던 것처럼 특정 시·군을 골라 시범 실시하면서 원격의료의 문제점을 미리 파악해 개선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동네의원 대상의 시범 실시도 마찬가지로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부는 이 제도에 반대하는 의사들과 대화하고 이들을 최대한 설득해 원격의료 제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적정진료비를 보장해 환자와 의료인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하고 의료사고 책임 소재 등 관련 법규와 제도 정비 노력도 해야 한다. 의료는 지극히 복잡하고 변수가 많은 분야다. 따라서 원격의료 실시에 따른 부작용을 정기적으로 살피고 개선할 수 있는 모니터링·옴부즈맨 제도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의료인과 환자, IT전문가, 정부가 서로 소통함으로써 원격진료의 안전성과 효율을 동시에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한겨레 <2013년 10월 31일자 35면>

원격의료, 제대로 된 시범사업부터 먼저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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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29일 의사와 환자 사이의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원격의료는 섬이나 산골에 살아 제때 의료혜택을 받기 어려운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움직이기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인들도 집에서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으니 편리할 것이다. 온 국민이 스마트폰이 있다시피 한 정보기술 강국이니 발달한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면에 적잖은 문제점이 도사린 것도 사실이다. 첫째 우려는 안전성이다. 원격진료는 통신망을 타고 전달되는 수치만으로 의사의 판단이 이뤄진다. 그러나 진단은 환자 상태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를 필요로 한다. 원격의료로 대면치료를 대체할 경우 합병증 및 부수 질환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 숫자로 나타난 병만 치료하다, 속병을 키워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둘째는 비용 부담이다. 원격의료를 위해서는 환자와 의사를 연결해줄 단말기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시중에서 팔리는 간단한 혈당측정기 하나도 10만원 안팎이다. 원격의료를 위한 인프라를 깔려면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고스란히 국민건강보험이 떠맡아야 한다면 가뜩이나 재정 상태가 취약한 건강보험은 허리가 휘청거릴 것이다.



 셋째는 의료계의 생태계가 파괴될 위험성이다. 안 그래도 우리나라는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심한데, 원격의료가 이를 부채질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복지부는 원격의료를 ‘동네의원’으로 한정한다고 하지만, 대형병원까지 허용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게 의사들의 판단이다. 실제로 서울대병원은 에스케이텔레콤과 ‘헬스커넥트’라는 합작회사를 만드는 등 대형병원들이 이른바 유(U)헬스 산업에 뛰어든 게 현실이다. 시골마을의 병원들은 그나마 지리적 접근성에 의존해 생존하고 있는데, 원격의료는 이들의 존립 근거마저 빼앗아버리고 그 때문에 더욱 대형병원의 원격의료에 의존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러니 원격의료는 최대한 신중하고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복지부 자료를 보면, 현재 30개 정도의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추진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결과와 평가는 아직 없다. 현재의 시범사업이 부족하다면 그 규모와 대상을 늘려서라도 제대로 된 시범사업을 먼저 벌이고, 환자단체와 지역 주민, 의료진, 관련 업체 전문가들이 참여해 냉정한 평가를 내린 뒤 새 제도를 도입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임상시험도 거치지 않은 원격의료 제도를 국민들에게 바로 투약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논리 vs 논리

원격진료 시대 … 의료 신세계 열까, 의료 생태계 해칠까

“의료 취약지 해결” … 두 신문, 새 제도에 긍정적






보건복지부가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원격의료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어 원격의료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월 12일 원격의료가 만성질환 관리에 효과적이라는 시범사업 결과를 발표했다. 원격의료 시범사업으로 실시한 스마트케어 서비스 결과 1만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됐고, 원격의료를 허용하면 전국에 737~884개의 센터가 설치돼 7370~8840개의 추가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병원협회는 11월 14일 성명서를 내 의료의 본질은 의사와 환자가 대면진료해야 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국내 의료제도는 좋은 시설과 장비 및 서비스, 그리고 높은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접근성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좋은 편이라는 것이다.



 해외는 높은 의료비용 때문에 원격의료가 부득이한 측면이 있어 국내와는 경우가 다르다는 것이 병원협회의 주장이다. 또 도서·벽지 주민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공공의료기관 확충 등 근본적 대책 마련과 복지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일부 시민단체도 원격의료가 마치 국민의 편의를 위한 것처럼 홍보하고 있지만 원격의료는 의료기기 회사와 IT기업 잇속만 챙기는 ‘재벌경제’일 뿐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중앙, IT와 결합한 의료의 경제 효과도 주목



중앙일보와 한겨레 모두 원격의료가 첨단 정보기술(IT)을 활용해 환자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 취약지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격의료 도입을 일단 긍정적으로 본다.



 특히 중앙일보는 원격의료가 가져올 경제적 이득을 긍정적으로 언급한다. ‘의료와 IT를 결합한 다양한 서비스와 관련 기기·기술 개발을 촉진해 관련 산업 진흥을 꾀할 수도 있다’는 발언은 경제적 이득을 냉정하게 따져보자는 재계의 입장과도 상통하는 면이다.



 원격의료 도입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사항은 환자의 안전성과 편익이라는 점도 두 신문 모두 동의한다. 그러나 어조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중앙일보는 ‘세밀한 사전 준비를 통해 관련 기기·기술을 철저히 검증하고 효율성을 면밀히 따져 환자 안전이 최대한 보장된 안정적인 시스템을 확립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 한겨레는 ‘원격의료로 대면치료를 대체할 경우 합병증 및 부수 질환을 놓칠’ 가능성이 크고, ‘숫자로 나타난 병만 치료하다 속병을 키워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원격의료에 대한 중앙일보의 논조는 중립적인 반면 한겨레의 논조는 매우 비판적이다.



한겨레, 큰 병원 쏠림 현상과 불완전 진료 우려



한겨레는 또 원격의료가 의료 생태계를 파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우리나라는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심한데 원격의료가 이를 부채질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시골마을 병원들이 지리적 접근성 때문에 생존하고 있는데, 원격의료가 본격화하면 존립 근거를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시종일관 ‘조심스러운 도입론’을 주장한다. ‘정부는 이 제도에 반대하는 의사들과 대화하고 이들을 최대한 설득해 원격의료 제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구절이 이를 말해준다. 또 법규의 정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모니터링·옴부즈맨 제도의 도입, 의료인과 환자, IT전문가, 정부가 소통 등 원격의료 도입에 앞서 필요한 것들을 상세하게 열거한다.



중앙일보와 한겨레 모두 원격의료 시행 이전에 제대로 된 시범 사업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의견을 같이하지만 한겨레는 원격의료에 대해 ‘최대한 신중하고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좀 더 ‘뻣뻣한’ 입장이다.



실용성·효율성·경제성이라는 가치에 보수가 민감한 반면 진보는 인간적·생태적 가치, 사회적 약자들의 보호라는 명분에 민감하다. 원격의료에 대한 중앙일보와 한겨레의 논조도 이런 태도를 반영하고 있다.



 원격의료는 직접적으로 5년간 총 3조7896억원의 부가가치, 간접적으로는 9조8603억원의 생산 유발과 14만3000명의 기대 고용 유발 효과 등 상당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또 50억 달러 수준인 모바일헬스 시장이 2020년엔 20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는 ‘성장론’도 있지만 진보는 둔감하다. 진보의 화두는 생태계와 생태계 저변을 구성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다. 한겨레가 원격의료 실시로 국민이 비용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 즉 비용 부담 문제와 시골 병원의 존립 근거를 걱정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다음 주 논점 정의구현사제단 발언



12월 10일자에는 정의구현사제단 발언에 대한 중앙일보·한겨레의 사설과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의 비교·분석 글이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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