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즐길거리만 좇는 21세기인들, 극기의 검도 정신 필요

이종림 대한검도회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구로구 원성검도관에서 힘찬 기합과 함께 검도의 기본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임현동 기자]


소년은 상무관(경찰에게 유도·검도·태권도 등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에서 울려 퍼지는 우렁찬 기합 소리가 좋았다. 등하굣길에 검도를 수련하는 경찰들의 모습을 창문 너머로 지켜보곤 하던 그 소년은 어느날 용기를 내 상무관의 문을 두드렸다. “검도를 배우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나요?” 소년의 작은 용기는 훗날 검도의 역사를 다시 세우는 출발점이 됐다. 1956년, 당시 중학교 3학년생이던 그 소년은 ‘검도인의 살아 있는 교과서’로 불리는 이종림(74·범사8단) 대한검도회장이다.

대한검도회 이종림 회장 "대학 때 정치깡패들 혼내줘"



 이 회장이 걸어온 길은 1953년 출범해 올해로 60주년을 맞이한 대한검도회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경기인으로서 세운 업적과 학자로서 남긴 연구 결과가 모두 한국 검도의 자양분이 됐다. 이 회장이 올해 초 경기인으로는 최초로 대한검도회의 수장으로 취임한 건 그간 진행한 ‘검도 바로세우기’ 노력의 성과를 인정받은 결과였다.



 대한검도회 창립 60주년을 맞아 지난달 28일 서울 구로구 원성검도관에서 만난 이 회장은 “한국 검도가 건강하게 성장해 어느덧 환갑을 맞이했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고 했다. 초창기 군인과 경찰들이 주로 수련하던 검도는 현재 전국 700여 개 도장에서 60여 만 명이 수련하는 무도로 성장했다.



 6·25전쟁 때 온 가족이 피난간 부산에서 어렵사리 검도와 인연을 맺은 이 회장은 남다른 열정으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입문 2년 만인 1958년 제39회 전국체전 고등부에서 우승했다. 기술만 익힌 건 아니었다. 무도인으로서 불의에 맞서기도 했다. 대학 시절 정치깡패들을 목검 하나로 제압한 건 지금까지도 검도인들 사이에 회자되는 스토리다. 이 회장은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한 1960년대 들어 정치깡패 조직이 대부분 와해됐지만, 내가 다니던 성균관대 부근에는 동대문 일대를 주름잡았던 거물 깡패 이정재의 잔당들이 남아 있었다”며 “목검을 들고 다니며, 학우들의 등록금·생활비 등을 빼앗는 깡패들을 퇴치하는 게 주요 일과였다”며 웃었다.



 1973년 세계검도선수권 남자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한국 검도 사상 첫 국제대회 입상의 쾌거를 이룬 이후엔 검도의 역사와 이론을 정립하는 데 힘을 썼다. ‘검도는 일본의 무도’라는 국내·외 시선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고문서를 탐독하며 다각도로 연구한 끝에 검도의 기원이 한국에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회장은 “근대 검도의 틀을 만든 건 일본이 맞다. 하지만 일본에서 ‘검도(劍道)’라는 명칭이 자리잡기 전에는 ‘격검(擊劍)’이라는 이름이 사용됐다. 이 표현은 삼국사기·삼국유사·화랑세기 등에 두루 등장하는 우리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에서 11세기 이전까지 널리 사용한 검의 형태는 삼국시대에 우리나라에서 쓰던 것과 동일하다. 검법뿐만 아니라 일본 검의 기원도 한국에 있다는 의미”라며 “검도를 뜻하는 영어 단어는 일본어 발음을 딴 ‘켄도(KENDO)’지만,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만 ‘검도(KUMDO)’라는 단어를 쓰는 것 또한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검도의 새로운 60년을 준비하는 이 회장의 목표는 검도의 대중화다. 이를 위해 2020년 이전까지 검도를 올림픽 종목에 포함시킨다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이 회장은 “흔히들 검도를 고급형·귀족형 스포츠라 말하지만 ‘인격을 고급화하는 스포츠’라는 표현이 정확하다”며 “즐길거리만을 추구하며 앞만 보고 달려가는 21세기의 사람들에게 ‘극기(克己)’를 강조하는 검도정신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송지훈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