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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의 시시각각] 문재인과 '응답하라 1994'

이철호
논설위원
요즘 민주당은 친노파와 초선의원들이 지배한다. 수도권 재선의원들은 묵언수행 중이다. 회의에도 잘 안 나온다. 다른 의견을 드러내 고립되기보다 아예 입을 닫는 ‘침묵의 나선형’에 빠진 분위기다. 얼마 전 서울 출신의 한 재선의원과 술잔을 나눴다. 그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얼굴이 영 안 보인다.

 “우리가 끼어들 공간이 없다. 언론에 나오는 민주당과 실제 민주당은 거리가 있다.”

 -북방한계선(NLL) 대화록과 국정원 댓글 사건에 피로현상이 느껴진다.

 “민주당의 대주주는 친노파와 호남이다. 긴장을 끌어올리는 게 남는 장사라 여기는 모양이다. 합리적인 중도파는 눈치만 본다.”

 -친노파는 왜 세게 나오는가.

 “그들의 포석은 ‘어게인(again) 2012’인 것 같다. 작년 대선도 다 이긴 게임을 놓쳤다며 땅을 친다. 박근혜의 상품성과 개인기에 밀렸다고 본다. 2017년 대선에 새누리당의 약체 후보가 나오면 문재인으로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문재인 사수와 대선불복에 매달리는 이유다.”

 - 그 꿈이 이뤄질까.

 “야권 연대 없이는 신기루다. 화성 보궐선거를 보라. 후보가 난립하면 지방선거·총선은 하나마나다. 차기 대선은커녕 순식간에 책임론에 휩싸일 것이다. 친노파의 모험주의에 우리보고 다 죽으란 말인가.”

 -핵심 변수는 안철수인데….

 “그의 호남 지지도가 신경 쓰인다. 호남 의원들은 그쪽 민심에 민감하기 마련이다. 친노파를 버리고 안철수와 손잡는 그림도 나올 수 있다.”

 -작년처럼 간만 보다 물러서지 않겠는가.

 “희망사항일 뿐이다. 지방선거·총선은 대선과 다르다. 승자독식 의 후보단일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쪽도 독자세력화로 가고 있다.”

 -통합진보당 사태에 너무 조용하다.

 “내심 헌법재판소의 해산결정을 은근히 바라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수도권 선거는 1~2%포인트 싸움이다. 통진당의 고정표는 2~5%다. 통진당은 이석기 때문에 손잡기 어려울 만큼 망가졌다. 차라리 법적으로 후보를 못 내야 우리에게 유리하다.”

 문재인 의원의 대선 재도전 시사를 보면서 그날 술자리를 떠올렸다. 대선이 끝난 뒤 “개인적인 꿈을 접는다”고 했던 그다. 혹시 입장 번복에는 친노파의 세력 논리가 작용한 것은 아닐까. 어쩌면 NLL 대화록과 국정원 댓글 사건이 그를 자극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DJ와 비교하면 시기를 보나, 상황으로 보나 성급한 판단이란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세 차례나 대선에 패배한 DJ는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했다. YS의 청와대 보고서엔 그의 동정이 깨알같이 담겼다고 한다. 오죽하면 금융실명제조차 “DJ의 정치자금을 끊기 위한 조치”라는 뒷말까지 나왔을까. 무엇보다 큰 부담은 하나회 척결과 금융실명제로 80%를 웃도는 YS의 지지율이었다. 설 공간을 잃은 그는 영국으로 건너갔다.

 유심히 볼 대목은 정밀하게 계산된 정계복귀 시점이다. DJ가 사라지자 YS와 민자당은 오만해졌다. 야당인 민주당은 리더십을 잃었다. 역설적으로 그의 복귀 조건이 무르익은 것이다. 1995년 7월, DJ는 정계은퇴 선언을 뒤집으면서 엄청나게 욕을 먹었다. 하지만 43%까지 떨어진 YS 지지율이 한결 부담을 덜어주었다. 바로 직전의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것도 보호막이 됐다. 돌아보면 신의 한 수였다.

 요즘 ‘응답하라 1994’ 드라마가 인기다. 그해 대학생들의 사랑만 있었던 게 아니다. 전쟁 위기가 닥치고 북한의 김일성이 죽었다. 그런 쓰나미에도 DJ는 조용히 아태평화재단을 만들며 인고(忍苦)의 시간을 낚았다. 문 의원의 재도전은 그의 자유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를 웃돌고 있다. 대선불복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정말 재도전을 꿈꾼다면 차라리 의원직을 내려놓고 동안거(冬安居)에 들어가면 어떨까 싶다. 아직 4년이나 남았다. 뜬금없는 재도전 뉴스에 자꾸 친노 진영의 조급함이 어른거린다.

이철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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