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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않는 교수 짐 싸게 했더니 … 순위 24계단 뛴 전북대



‘2010년 국내 10위권, 2020년 세계 100위권에 드는 대학이 되겠다.’

[대학의 길, 총장이 답하다]
변화 이끌어 지방대 롤모델로 취임 7주년 맞는 서거석 총장



 2006년 서거석(59) 전북대 총장이 취임하면서 내걸었던 목표다. 지방국립대인 전북대가 이를 달성할 거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꿈으로 그칠 것 같았던 목표의 일부는 어느새 현실이 됐다. 전북대는 2010년 영국의 대학교육전문매체인 THE(Times Higher education) 세계대학평가에서 국내대학 중 8위를 했다. 본지 대학평가에선 2007년 43위였던 종합순위가 올해 19위까지 뛰어올랐다. 6년 연속 순위가 상승한 대학은 전북대가 유일하다. ‘지방대의 위기’ 속에서도 전북대가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비결은 뭘까. 올 12월로 취임 7주년을 맞는 서 총장을 지난달 28일 총장실에서 만났다.



교수직 무한경쟁, 논문 질 종합대 4위



 -2006년 취임 당시의 대학 상황은 어땠나.



 “연구비 횡령 사건 등 악재가 겹치면서 분위기가 침체돼 있었다. 교수와 학생들도 미래에 대한 비전이나 목표가 없었다. 초라한 병력을 이끌고 전장에 나가는 장수의 심정이었다. 취임 후 3년 동안 거의 새벽 1~2시까지 학교에 남아 일했다. 보통 일주일에 한두 번씩 하는 간부회의도 매일 열었다.”



 - 취임 당시 “매일 변하고 매달 변하고 매년 변하자”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는데.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보면 최후까지 살아남는 건 크고 힘이 센 종(種)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종이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현실에만 안주해선 안 된다. 취임 직후엔 우선 견문을 넓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보직교수·학생회 간부들과 함께 전북대보다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는 국내 대학 10곳을 둘러보고 ‘벤치마킹’ 비교표를 만들었다. 학교 구성원들이 ‘끊임없이 변해야 살아남는다’고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다.”



 전북대의 연구 수준은 국내 대학 중 최상위권이다. 세계 500대 대학들이 최근 3년간 발표한 논문 중 피인용수 상위 10% 논문수를 평가하는 ‘라이덴 랭킹(Leiden ranking)’에서 지난해 국내 종합대학 3위, 올해 4위에 올랐다.



 - 연구력 강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다른 대학에 비해 교수 승진 기준이 너무 낮더라. 그래서 교수 승진 요건을 2.5배 강화해 국립대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 예전에는 전임강사에서 정교수가 되기 위해 논문 6편(주저자 기준)을 써야 했는데 이제는 14편 이상이 필요하다. 교수 재임용 기준을 강화해 일정 기준 이상의 연구실적을 내지 못하면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 때가 되면 가던 교수 안식년도 연구실적이 일정 기준을 넘어야 신청할 수 있도록 바꿨다.”



 서 총장이 ‘채찍’만 사용했던 건 아니다. 2007년부터 세계 3대 학술지(사이언스·네이처·셀)에 논문을 게재하면 최대 1억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지금은 상당수 대학이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당시로선 파격적인 조치였다. 이 제도 덕분에 2008년 네이처에 두 편의 논문을 게재한 화학과 최희욱(64) 교수는 1억4000만원의 인센티브를 받기도 했다. 서 총장은 “논문 실적에 따라 교수들 사이에서도 연봉이 수천만원씩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 개혁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았을 텐데.



 “그래서 소통이 중요하다. 매 학기 초가 되면 단과대학별로 교수들과 간담회를 연다. 새로 도입할 정책을 설명하고 교수들과 직접 질의응답을 하며 ‘끝장토론’을 한다. 임기 내내 일부러 ‘개혁’이라는 말도 쓰지 않았다. 교수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변화’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학생회 간부 등 학생대표 200여 명을 모아놓고 매 학기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취임 초기 상대평가 강화 등 민감한 사안을 설명할 때는 5시간 넘게 질의응답이 이어지기도 했다. ”



평생지도교수 두고 기초과목 집중교육



 - 대학의 양대 기능은 교육과 연구다. 더 잘 가르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졸업 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대신 2007년부터 ‘평생지도교수제’를 운영하고 있다. 모든 학생에게 지도교수를 배정하고 1년에 두 번, 졸업 전까지 최소 여덟 번은 상담을 하도록 의무화했다. 대학생활 적응을 돕고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다른 대학들도 지도교수제가 있지만 제대로 운영하는 곳은 많지 않다. 신입생들은 2학년 때부터 전공과목을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1학년 여름·겨울학기를 활용해 수학·물리·화학·영어 등 기초과목을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덕분에 교육부가 선정하는 ‘잘 가르치는 대학’에 2011년부터 3년 연속 선정됐다.”



 - 인성교육이 화두다. 전북대만의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다면.



 “2008년부터 사회봉사 과목을 필수로 지정해 30시간 이상 봉사활동을 하도록 했다. 전주가 한국 전통 음악의 본고장이라 학생들이 단소나 판소리를 한 학기 동안 배우게 했다. ”



 서 총장은 대학 총장들의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최근 대학사회의 가장 큰 이슈는 구조개혁이다. 2018년부터는 대입 정원이 고교졸업생 수보다 많아지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2023년까지 대입 정원을 지금(55만9000명)보다 16만 명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수도권·지방대 구조조정 잣대 달라야



 - 교육부는 대학을 5등급으로 평가해 최우수 등급을 제외한 대학의 정원을 줄일 방침이다.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다만 정량지표만 갖고 재단할 경우 지방대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방은 수도권보다 산업기반이 열악해 취업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취업률을 일률적으로 반영하면 지방대가 손해를 본다. 균형발전과 지역인재 양성이라는 대의를 살리려면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를 따로 평가해야 한다.”



 -지방대가 살아나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지방 학생들이 비싼 등록금과 하숙비를 감당하면서까지 수도권 대학을 가는 이유는 취업 때문이다. 지방대가 살아나려면 우선 공공기관부터 지역대학 출신을 일정 비율 이상 뽑도록 하는 ‘지역인재할당제’를 시행해야 한다. 그동안은 강제력이 없어서 실효성을 갖기 어려웠다. 대기업들도 지방에서 근무할 사람은 서울에서 뽑아서 내려보내지 말고 그 지역 출신을 우선 선발해야 한다.”



 - 2020년 세계 100위권 대학 진입 전략은.



 “특성화다. 100여 개 학과가 골고루 성장해야 하지만 특히 선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학과를 키워야 한다. 신재생에너지와 고분자나노, 고온플라스마 등 응용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2011년 정부 지원 등 392억원을 들여 국내 최초로 고온플라스마 응용연구센터를 설립했다. 같은 해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와 함께 ‘한국공학연구소’를 세워 공동연구와 학위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만난 사람=김남중 사회1부장

정리=이한길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서거석 총장=1954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다. 73년 전북대 법학과에 입학했고, 일본 주오(中央)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82년 전북대 법학과 교수로 부임해 국공립법과대학장협의회 회장, 국공립대총장협의회 회장 등을 거쳤다. 2006년 제15대 전북대 총장에 취임해 2010년 연임에 성공했다. 현재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과 교육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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