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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노릇 잘하고 싶나? 절집 살림부터 공개하라

조계종 사찰로는 처음으로 운영백서를 낸 서울 강남 봉은사의 주지 진화 스님. 재정·신도회 조직 등 민감한 살림살이를 공개했다. 그는 “절집도 달라져야 한다. 다른 사찰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최승식 기자]
서울 삼성동 봉은사는 도시불교를 대표하는 사찰이다. 강남 한복판에 있어서가 아니다. 신도 17만 명 중 ‘강남 3구’ 비율이 60%, 분당 거주자가 30%를 차지한다. 이들이 내는 기도비 등 한 해 수입이 지난해 140억원을 넘었다. 단일 사찰로는 조계종 최대 규모다.

 월암·무비·도일 스님 등 각각 선(禪)·교(敎)·율(律)의 최고 전문가를 모셔 매주 일요일 여는 대법회에는 매번 수백 명이 몰린다. 사찰문화를 체험하는 2∼4시간짜리 ‘템플 라이프’에는 매년 외국인 5000∼6000명이 참가한다. 영어·일본어·중국어 자원봉사자만 70명이다.

 이런 봉은사가 운영백서를 냈다. 2006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재정·신도회 등 민감한 부문은 물론 기도·교육·포교 등 사찰운영의 전반을 다뤘다. 자료집(146쪽)을 포함하면 550쪽이 넘는 분량이다. 조계종 개별 사찰이 백서를 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봉은사의 재정 공개는 사실 전임 주지인 명진 스님 때부터 해 오던 일이다. 봉은사 주지 진화(52) 스님을 지난달 28일 만났다. 만 3년 주지로 일한 그는 지난 10월 총무원장 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한 자승 스님의 반대편에 섰다. 현재 주지직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 백서를 왜 만들었나.

 “봉은사는 예산도 많고 하는 일도 많다. 다양한 활동을 항목별로 정리하면 다른 절들이 운영 매뉴얼로 활용할 수 있을 거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유용할까.

 “2008년 개발한 종무행정 전산 프로그램(실크로드)에는 신도의 신행활동 정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무슨 교육, 어떤 봉사활동을 했는지, 기도비는 얼마나 냈는지 등을 알 수 있다. 이런 자료를 분석하면 신도 조직화, 포교 등에 도움이 된다.”

 - 공개하기 껄끄러웠던 부분은.

 “역시 재정 부분이다. 누구나 봉은사를 부자 절로 안다. 하지만 지난해 1억 원 이상 기도비를 낸 세대가 한 곳도 없다. 반면 1만1000세대가 50만 원 미만을 냈다. 이번 백서는 스님들은 물론 신도들도 보라고 만든 거다. 자기들이 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아야 할 것 아닌가. 2000부를 찍어 1000부를 신도들에게 돌렸다.”

 봉은사는 전통적으로 서울·경기 지역의 수사찰(首寺刹)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부터 주지가 바뀔 때마다 분란이 끊이지 않았다. 진화 스님은 “그러나 2007년 재정 공개 이후 차츰 절이 안정됐다”고 했다.

 - 어떻게 달라졌나.

 “절이 시끄러울 때는 신도들이 어디 가서 봉은사 신도라고 밝히길 꺼렸다고 한다. 요즘은 반대다. 기도처 같은 데 가서 봉은사에서 왔다고 당당히 밝힌단다. 그만큼 자부심을 느낀다는 거다. 신도들이 들려준 얘기다.”

 - 후임자 얘기가 돈다. 어떤 분이 와야 하나.

 “ 공심 갖고 신심 있는 분이 오면 되지….”

 - 사람이 문제 있으면 삐걱거리는 거 아닌가.

 “막무가내 식으로 하면 못할 것도 없겠지. 하지만 지금 봉은사는 철저히 신도들과 협력해야 하는 구조다. 스님들이 신도들로부터 대접받으려고 하면 제대로 절을 꾸려나갈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

 - 그간 활동에 대한 감회는.

 “최선을 다했으니 미련은 없다. 게다가 87년 이후 26년 만에 순조로운 주지 교체다. 봉은사처럼 큰 절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부담이 커서 경영연구소 강의 같은 데를 찾아 다녔다. 홀가분하다.”

글=신준봉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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