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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걷고 싶은 거리 만들기만 하면 뭐하나

민경원
사회부문 기자
‘차도의 일부였던 사괴석(35㎝, 돌담·바닥 등에 사용되는 정육면체 굴림돌)을 없애는 대신 보차도경계석(15㎝)으로 교체하고 보도블록(11㎝) 포장을 해 보도 폭이 26㎝ 증가했다.’



 지난달 26일 본지에 ‘걷고 싶은 길 1호인데 관광버스 위해 좁힌 덕수궁길’이라는 제하의 기사가 나가자 서울시가 낸 반박 자료 내용이다. 도로 유지보수 공사로 인해 차도가 20~50㎝가량 늘었다는 본지 보도와는 정반대 해명이다. 이에 대해 덕수궁길을 설계했던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김성균 교수는 “사괴석은 차도의 일부가 아니라 경계석의 개념”이라며 “담당 부서가 자주 변하다보니 서울시가 걷고 싶은 거리의 근본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래 보·차도의 높이 차가 없는 데다 이번 공사로 운전자는 볼라드(차량진입억제용 말뚝)가 설치된 부분(30~40㎝)까지 모두 차로로 인식하게 된다”며 “이제 보도 위로도 달릴 수 있게 돼 차량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덕수궁길이 1998년 걷고 싶은 거리 1호로 조성된 이후 관리 주체가 여러 번 바뀌었다. 처음 서울시 조경과에서 만든 이후 시설계획과·보도환경개선과 등을 거쳐 지금은 중구청 보도관리팀이 관리한다.



 이는 덕수궁길만의 문제가 아니다. 98년 이후 최소 40여 곳의 걷고 싶은 거리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서울시는 그 명단조차 갖고 있지 않았다. 결국 시 예산으로 지어진 은평구 서부시장길과 양천구 신월 1동 걷고 싶은 거리는 조성 10여 년 만에 각각 구 예산 10억원과 7억원을 들여 원상복구공사를 진행했다. <본지 11월 14일자 12면>



 이처럼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났지만 지난해 8월 ‘보행안전 및 편익 증진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보행권이 신설되면서 걷고 싶은 거리의 인기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서울시 보행자전거과가 홍대 지역 등 8곳에 ‘보행전용거리’를 조성한다고 발표한 것도 그중 한 사례다. 하지만 이후 관리 인력 부족 등으로 홍대 근처의 주말 평균 쓰레기 발생량(5t)은 평일 평균(1.2t)의 4배로 늘어 구청이 쓰레기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안전행정부는 513억원의 예산을 들여 보행환경개선지구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어린이 통학로에 S자형 도로를 설치해 차량 속도를 낮추고 재래시장 등에 불법주정차 단속 장비를 설치하는 게 골자다. 이는 걷고 싶은 거리 조성 당시의 목표와 동일하다. 전국 시·군·구에 1개소 이상 설치하겠다는 지침도 판박이다. 새로 짓고 원상복구하는 전철을 밟지 않고 주민 세금 낭비를 막으려면 엄정한 선정과 후속 관리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민경원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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