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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에 짝 찾기도 빠듯 … ‘온라인 큐피드’에 SOS

#대학생 백수연(22·여)씨는 최근 ‘미지의 소개팅’을 통해 남학생을 소개받았다. 미지의 소개팅이란 중앙대 학생들이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소개팅 동아리. 백씨는 “선배나 친구에게 남학생을 주선해 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지만 소개받은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괜히 관계가 껄끄러워질까 봐 부탁하질 못했다”며 “온라인 주선자를 통했더니 부담도 없고 주선자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어 좋았다”고 말했다.

대학가에 ‘랜덤 소개팅’ 유행이라는데 …

 #서울 한 사립대 공대에 다니는 김모(24)씨는 소셜데이팅 사이트의 단골 회원이다. 소셜데이팅 업체 ‘이음’과 학교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여학생을 소개받은 것만 10번이 넘는다. 그가 속한 과는 열 명 중 아홉이 남학생. 그는 “주변에서 이성을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가 거의 없어 ‘랜덤 소개팅’을 이용한다”며 “원할 때 바로바로 이성을 소개받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친구의 친구가 아니다. 단체로 몰려 나가 만나지도 않는다. 동아리나 프로젝트형 커뮤니티, 소셜데이팅 업체 등을 통해 낯선 이성을 만나는 ‘랜덤 소개팅’이 대학가에서 유행하고 있다. 랜덤 소개팅은 오프라인 인맥으론 만날 일이 없었을 낯선 사람을 그야말로 ‘임의로(random)’ 소개받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주선자에 대해 신경 쓸 필요도 없고, 많은 이성 속에서 쉽고 빠르게 이상형과 가까운 사람을 고를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는다. 하지만 일각에선 “갈수록 이성 간 만남이 즉흥적으로 바뀌고 있는 세태가 문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동아리형부터 프로젝트형까지
랜덤 소개팅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주선자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각자가 원하는 이상형의 묘사에 근거해 최대한 근접한 짝을 찾아준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운영하는 커뮤니티는 주로 무료로 짝을 이어 주지만 전문 소셜데이팅 사이트는 건당 3000원 안팎의 소개수수료를 받는다.

 중앙대 ‘미지의 소개팅’과 부산대 ‘마이러버’는 학내 커뮤니티에서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동아리다. 간단한 기본 정보와 이상형 조건을 적어 신청하면 월 1회 정도 정해진 기간에 신청자들을 모아 운영진이 가장 적합한 이성을 연결시켜 주는 식이다. 외모로 선입견을 갖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사진 정보는 아예 받지 않는다. 미지의 소개팅은 2011년 8월부터 총 17차례 주선행사를 통해 남녀 1600여 쌍을 이어 줬다.

 이 동아리를 만든 조성권(27·경영학부 4)씨는 “설립 2년 동안 반응이 너무 폭발적이어서 나도 놀랄 정도였다”며 “처음엔 남학생만 몰리고 여학생 지원자가 없을까 봐 걱정했는데 요즘엔 오히려 여학생 지원자가 더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시작된 마이러버도 소개팅을 주선할 때마다 800~1000명의 호응을 얻고 있다.

 프로젝트형 소개팅 커뮤니티는 단기간에 결성되는 게 특징이다. 크리스마스·밸런타인데이와 같은 ‘대목’을 앞두고 ‘크리스마스대책위원회’ ‘솔로대첩’ 등의 이름으로 각 대학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지가 떠서 이성을 만나려는 대학생을 모집한다.

 소셜데이팅 사이트는 좀 더 전문적이다. 2010년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업체 ‘이음’에는 100만 명의 회원이 등록돼 있다. 이들이 사진과 취미·직업·종교·학력·이상형 등을 밝히면 자체 알고리즘을 이용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어울리는 이성을 추천한다. 서로 호감을 표시한 커플은 상대방의 연락처를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이음이 연결해 준 남녀는 95만 쌍. 이 중 88쌍이 결혼에 골인했다.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2위 소셜데이팅 업체 ‘코코아북’도 최근 회원이 45만 명을 넘어섰다.
 
1위 소셜데이팅 업체 회원 100만 돌파
랜덤 소개팅을 신청하는 대학생이 늘어나는 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식 소통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본능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빠른 의사 표현과 즉각적인 반응, 낯선 대중과의 네트워크에 익숙한 이들은 기존의 소개팅 방식을 답답하게 느끼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기존 소개팅은 ▶면대면 방식의 오프라인 인맥에 국한된 채 ▶상대방의 정보도 정확히 파악할 수 없고 ▶주선자와의 관계 때문에 만난 뒤 싫어도 제대로 표현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진수 대학내일20대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솔직하고 빠른 의사소통에 습관화된 20대들은 연인을 만나고 마음을 표현하는 영역에서도 SNS 방식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개인 정보를 더 효과적으로 활용해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이상형을 찾아주는 서비스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난에 치인 대학생들이 이성을 만나는 시간조차 절약하려다 보니 랜덤 소개팅이 인기를 끈다는 분석도 있다. 취업을 위해 학점을 따고 스펙을 쌓으려면 점찍어 둔 이성을 만나 사귀자고 설득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 소비가 ‘사치’처럼 느껴진다는 대학생도 많다. 실제로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설문조사에서 ‘20대 시절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20대 응답자 200명 중 80명(40%)은 ‘취업’을 꼽았다. ‘진로 고민’(32.5%)과 ‘등록금·생활비 마련 고민’(16%)에 이어 ‘연애 문제’라고 답한 20대는 7.5%에 불과했다. 같은 질문을 받은 30대 응답자 중 16%가 연애 문제라고 답한 것과 대비된다.

 이렇게 바쁜 대학생들이 캠퍼스 내에서 끈끈한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고 개인화되는 것도 ‘온라인 큐피드’가 나서게 된 배경이다. “소개팅을 해 달라”고 조를 수 있을 만큼 친한 친구도 적은 데다 동아리·학회 활동을 통해 연애에 성공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는 것이다. 소개팅 주선 동아리를 통해 네 차례 여학생을 소개받은 손모(27)씨는 “친한 친구에게 소개팅을 주선받으면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애프터(두 번째 만남)’ 신청을 해야 하는 등 신경 쓰이는 점이 많다”며 “지인들에게 부담 주고 싶지 않아 소개팅 동아리를 찾곤 했다”고 말했다.

 안호용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같은 과 학생끼리도 서로를 잘 알지 못할 만큼 익명화된 캠퍼스에서 ‘더 나은 이성을 만나고 싶다’는 욕구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넓은 스펙트럼의 이성을 소개해 주는 온라인 소개팅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가벼운 만남” 색안경 벗을 수 있을까
간편하게 많은 상대를 소개받을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랜덤 소개팅 사이트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많다. “그렇게까지 해서 이성을 만나야 하느냐” 혹은 “짧은 시간 즐길 상대를 찾으려 온라인을 뒤지는 것 아니냐”며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이다. 소셜데이팅 업체 코코아북의 남경식 대표는 “지나치게 간단한 정보만으로 이성을 만날 수 있는 일부 사이트에선 진지한 만남이 이뤄지기 어렵다”며 “소셜데이팅 전문 사이트들은 본인 인증 절차가 까다롭고 회원들 스스로 자신의 정보를 상당 부분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이성을 만나고 함부로 행동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터넷에서 확인 없이 개인정보가 오가는 것도 위험하지만 자신을 과대 포장하는 경우도 많아 정확한 정보임을 보장할 수도 없는 게 문제”라며 “주선자에 대한 부담감이 없다는 점도 자칫 가벼운 만남을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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