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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사가 쓰는 性칼럼] 외도보다 더한 상처

결혼 6년차 30대 중반의 여성 K씨는 이혼을 앞두고 있다. 남편의 외도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주고받은 메시지가 들통 나면서 긴 시간의 외도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남편에 대한 분노로 들끓었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더 엄청난 고통이 K씨에게 쓰나미처럼 밀려들었다.

“네 남편이 침대에서 나한테 어떻게 한 줄 알아?”

불륜녀로부터 걸려온 전화에 K씨는 공황에 빠졌다. 불륜녀는 어떤 사과도 없이 얼마나 못났으면 남편이 한눈을 팔겠느냐며 조롱했다. 심지어 남편과의 성행위 상황을 자랑하듯 늘어놓았다. 게다가 아내보다 훨씬 만족스럽다는 남편의 칭찬까지 전달했다.

철없는 남편은 그런 표현을 한 사실도 시인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그런 일이 있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불륜도 금기지만 무고한 그 배우자에게 적나라한 성행위 상황을 불륜녀가 표현한다는 것은 정말 해서는 안 될 금기다.

일러스트 강일구
필자가 그동안 수없이 진료해온 외도 사례에서 불륜녀로부터 외도 당시 성행위를 포함한 적나라한 상황을 전해들을 때보다 더 배우자에게 심각한 상처와 고통이 되는 일은 없다. K씨도 꽤 오랜 세월 고통을 받았다. 심각한 우울증에 빠졌고 분노와 자괴감에 현실을 잊으려 술에 의존했다가 K씨는 더 피폐해지고 말았다.

불륜녀가 될 운명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불륜녀가 되면 여러 이유로 K씨 부부와 같은 사태가 벌어진다. 남편-아내-외도녀라는 삼각관계의 경쟁에서 이겨 자신이 독차지하거나 뭔가 보상을 원해 악랄해질 수도 있다. 또 불륜녀를 버리고 가정으로 복귀한 외도남에 대한 증오를 애꿎은 아내에게 쏟거나 결국 사랑의 패자가 되어버린 좌절감의 분출일 수도 있다. 그 가정을 파괴해 자신과 배우자의 처지를 같은 수준으로 만들려는 열등감에서 비롯된 행동일 수도 있다. 이런 몰지각한 행동의 뿌리엔 과거의 트라우마나 정서적·성격적 장애가 있을 수 있다.

불륜남의 아내에게 성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하며 상처 주는 일은 막장 드라마에나 나올 일이지만 최소한의 금기를 지켜야 한다. 실제로 그런 금기를 어기고 악랄한 행동을 했다가 나중에 똑같이 당하며 피눈물 흘리는 불륜녀의 불행을 필자는 진료실에서 많이 봐왔다. 이런 불행이 반복되는 것은 바로 자신의 상처와 관련 있다.

굳이 불쌍한 아내 K씨의 문제점을 지적하자면 이미 외도 전부터 악화돼 온 부부 사이의 소원함과 섹스리스를 간과한 잘못은 있다. 필자가 늘 강조해왔듯 섹스리스는 부부 사이의 조기 위험신호인데 개선의 노력이 없었던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피곤하다, 바쁘다는 남편의 변명에 섹스리스 문제를 외면한 것은 잘못이다. 물론 외도에 빠지고 불륜녀의 무모한 언행을 막지 못한 남편이 더 무책임하고 잘못한 것임은 틀림없지만 말이다.

남편의 외도를 이유로 자신의 외모 고치기에 집착하거나, ‘집 나간 남편을 불러 들인다’며 광고하는 이상한 시술을 받는 등 열등감에 사로잡힌 아내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부부의 갈등, 섹스리스, 외도 문제가 치료·개선되기는 어렵다. 외도는 단순한 불장난도 로맨스도 아니다. 배우자에게 가하는 정서적 학대이자, 외도 당사자들이 인간관계에 장애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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